유튜브에는 화가들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외침들, 짧은 시간 안에 화가들의 성취를 조목조목 짚어주며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들은 넘치지만 그걸 누구의 시선에서 어떤 울림으로 만났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솔직한 말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납득되지 않는 딱딱한 말들을 권위적인 태도로 ‘그러므로 이 화가는 위대한 화가다!’를 주입하는 영상들에 저는 지쳐있던 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쓰신 글에서 베이컨, 칸딘스키, 세잔에 대한 ‘와닿음’들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네요. 제게 남았던 울림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베이컨 조에서는 화가가 삶의 허무(부조리)를 대하는 태도를 표현 방식, 조형 요소에 빗대어 풀어내시는 과정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 ‘낙관적 허무’, ‘명랑한 절망’과 같이 역설적인 태도들이 ‘신체’, ‘강도’, ‘구체적인 가시 면류관’으로 그림 안에서 맞물리며 베이컨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베이컨 그림의 배경이 점차 평면적으로 변해가는 이유 또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연에서 출발하며, 우연을 다듬고 통제하는 필연들. 중요한 건 ‘작가의 시선’과 ‘주제’임을 떠올리게 됩니다. 다만, 물감이 자신보다 크다는 맥락에서는 화가의 겸손이 느껴졌네요. 베이컨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칸딘스키 조에서는 추상회화를 볼 때라면 떠올릴 법한 ‘솔직한’ 생각들이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저건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든지요. ㅎㅎ. 그러나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 <천지창조>에서 아담의 손과 신의 손이 맞닿는 것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가 단지 ‘내러티브’와 ‘재현적으로 보는 방식’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형 요소와 원리의 힘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점, 선, 면. 진부한 것들일 수 있지만,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결국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음’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새로운 ‘무엇’보다 새로운 ‘접속’, 새롭게 ‘보는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마찬가지로 칸딘스키에 대해서도 많은 호기심을 품게 되었답니다.
세잔 조는 조별 토론의 기억을 써보겠습니다. 정우쌤께서 (좋지만 어려운 주제!) 색채의 논리를 붙잡고 여러 책을 오가며 노력하시던 기억, 신우쌤께서 세잔의 일대기와 역사적 상황들을 성실하게 정리해 주시며 세잔의 단서들을 엮어가시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세잔에게서 느낀 와 닿음 중에서는 쌤들이 느낀 <생트 빅투아르 산>의 진동을 풀어 설명해 주시는 지점에서 비로소 다가온 것도 많았습니다. 루이쌤께서 너무 세잔 부인의 ‘표정’을 ‘권태로움’으로 해석하는 거 아니냐고 질문해 주신 덕에 알아차린 ‘저의 클리셰’도 있었고, 신우쌤께서 “글에 제현쌤의 문제의식이 없다.”고 매콤하게 짚어주신 덕에 의식한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고, 지적해주시는 모든 과정들이 참 즐거웠습니다! 루이쌤과 지민쌤께서도 유종의 미 거두시길 바라며 세잔 조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작가론 쓰는 경험이 처음이고, 분량도 일곱 장이나 되기 때문에 평소 갖고 있던 글쓰기의 단점들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는 거 같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글쓰기는 참 어려운 거 같습니다. 채운쌤의 날 선 피드백으로 어떤 선생님께서는 붕괴를 넘어 해체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기도 했네요. 그렇지만 채운 선생님께서는 이 모든 일들이 결국, ‘써가면서 감을 잡는 과정’이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감을 잡는 것은 피드백을 통한 상처와 동시적인 것이 아닐까도 싶네요. 미래의 대중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저는 100여 개의 숏츠를 보고, 수천 장의 사진을 보고, 수백 개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쏟아지는 매체들 속에서 ‘좋아요’와 ‘ㅋㅋㅋ’를 누르는 습관들은 제가 그것들을 어떤 이유에서 좋다고 느꼈는지 더는 기억나지 못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분명 풍요로운 가운데 (난희쌤을 인용하자면) ‘감각이 공회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허무함의 매연을 뿜기 마련이겠지요. 크크랩에서 강의를 들으며 두꺼운 책에도 덤벼보고, 모르면 모르는 채로 이야기하고, 영화 보면서 즐겁게 떠드는 경험을 통해 잊고 있었던 감각을, 신체를 조금씩 떠올려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저 뒷풀이 사진들과, 라이브 영상(링크 공개)에서 묻어나오는 저 엉뚱한 즐거움이 크크랩의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눈 생각이네요~
풀린 긴장 때문이지, 연말의 기운 때문인지 구구절절 후기가 길어졌네요. ㅎㅎ 모쪼록 남은 세 팀의 작가론도 무사히 마치시기를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오~~ 예상치 못한 제현샘의 후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확실히 젊어서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실은 우리의 노력과 열정이 부족한 거 겠죠?), 어쨌거나 제현샘은 일년동안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러우면 더 열씨미 해봅시다!!! 이번 에세이에서 비록 깨지고 지적받았지만, 샘들이 작품과 만나면서 발생한 울림들, 사유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제현샘이 얘기한 것처럼 이런 솔직하고 구체적인 비평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내년에도 힘들겠지만, 계속 왁자지껄하고 솔직하게 공부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아요. ^^ 사진과 라이브 영상에서 잘 드러나지만, 정말 흥이 넘치는 도반들과 재밌는 뒷풀이가 함께 하는 크크랩입니다. 에세이도 잘 썼지만, 후기도 참 깔끔하면서도 진솔하게 자알 썼네요.👍후기 넘넘 감사해요.😉
직관못한자
2023-12-11 19:46
와우.... 그저 빛이 납니다... 멀리까지!
지나가다
2023-12-11 19:48
이것이 크크랩인가? 옆 한예종에서 노래 연습하는 줄 알았던 1인 , 동주샘께 엄지 척!! 시작하자마자 박수 갈기는 난희샘 꿀잼 ㅋㅋㅋㅋㅋㅋ
지나가다2
2023-12-11 19:50
저는 옆학교 성악부에서 연습하는줄!! 좋아요 구독 추천 갈깁니다 ㅋㅋㅋㅋㅋ
신우
2023-12-15 15:06
아주 쌈박한 후기네요? ㅎ
제현샘 에세이 및 후기 쓰느라 너무 수고 많았어요!
유일하게 칭찬 받은 1인이 세잔조라니!!! 후후
샘의 꾸준한 공부가 점점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고 앞으로도 열공하셔서 일취월장하시길~ ^^
지안
2023-12-18 11:14
오호! 제현샘 후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감사해요 ^^ 이번에 에세이도 너무 잘 쓰셔서 살짝 졸다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 제현샘 보면 라떼는...저의 20대가 매우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 친구들도 그렇고 항상 작업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평소 정말 멋지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른 조 샘들 발표를 들으면서도 해당 작가가 궁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이번에 제현샘의 세잔 작가론을 읽으며 ( 전 사실 제현샘이 초창기에 품었던 생각처럼 ) 전엔, 세잔에 크게 감화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색에 대해, 색에 대해 항상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관심있다고 생각한 색이 정말 표피적인 수준이었음을 느끼기도 했고요. 신우샘께서도 추천하셨던, '세잔의 사과'를 당장 주문하며... 세잔에 대해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네요 ^^ 고생 많았어요 제현샘 내년에도 같이 재밌게 공부해요 🙂
오~~ 예상치 못한 제현샘의 후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확실히 젊어서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실은 우리의 노력과 열정이 부족한 거 겠죠?), 어쨌거나 제현샘은 일년동안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러우면 더 열씨미 해봅시다!!! 이번 에세이에서 비록 깨지고 지적받았지만, 샘들이 작품과 만나면서 발생한 울림들, 사유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제현샘이 얘기한 것처럼 이런 솔직하고 구체적인 비평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내년에도 힘들겠지만, 계속 왁자지껄하고 솔직하게 공부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아요. ^^ 사진과 라이브 영상에서 잘 드러나지만, 정말 흥이 넘치는 도반들과 재밌는 뒷풀이가 함께 하는 크크랩입니다. 에세이도 잘 썼지만, 후기도 참 깔끔하면서도 진솔하게 자알 썼네요.👍후기 넘넘 감사해요.😉
와우.... 그저 빛이 납니다... 멀리까지!
이것이 크크랩인가? 옆 한예종에서 노래 연습하는 줄 알았던 1인 , 동주샘께 엄지 척!! 시작하자마자 박수 갈기는 난희샘 꿀잼 ㅋㅋㅋㅋㅋㅋ
저는 옆학교 성악부에서 연습하는줄!! 좋아요 구독 추천 갈깁니다 ㅋㅋㅋㅋㅋ
아주 쌈박한 후기네요? ㅎ
제현샘 에세이 및 후기 쓰느라 너무 수고 많았어요!
유일하게 칭찬 받은 1인이 세잔조라니!!! 후후
샘의 꾸준한 공부가 점점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고 앞으로도 열공하셔서 일취월장하시길~ ^^
오호! 제현샘 후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감사해요 ^^ 이번에 에세이도 너무 잘 쓰셔서 살짝 졸다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 제현샘 보면 라떼는...저의 20대가 매우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 친구들도 그렇고 항상 작업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평소 정말 멋지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른 조 샘들 발표를 들으면서도 해당 작가가 궁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이번에 제현샘의 세잔 작가론을 읽으며 ( 전 사실 제현샘이 초창기에 품었던 생각처럼 ) 전엔, 세잔에 크게 감화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색에 대해, 색에 대해 항상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관심있다고 생각한 색이 정말 표피적인 수준이었음을 느끼기도 했고요. 신우샘께서도 추천하셨던, '세잔의 사과'를 당장 주문하며... 세잔에 대해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네요 ^^ 고생 많았어요 제현샘 내년에도 같이 재밌게 공부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