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추운 겨울에 시작했던 크크랩 2년차 과정이 어느덧 3학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다들 3학기 에세이 주제 잡으시려고 고군분투하고 계시리라 생각되는데요. 에세이 과제가 날이 갈수록 넘어야 할 벽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전전주도 빠지고 지난주도 토론은 참석하지 않아 후기 쓰기를 많이 망설였는데요. (조장님이 토론 내용을 잘 정리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어느만큼 왔는지, 어떤 지점에 위치하는 지,처음부터 지금까지 대강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짚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서투르지만 짧게 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년도에 우리가 집중한 개념은 '감각'입니다. 맨 처음시간에는 영화 '리바이던'을 보며 감각체험이 무엇인지, 감각체험으로 어떻게 사유하고 글을 쓸 것인지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기존의 보는 습관, 낡은 감각을 깨기에 충분한 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감각은 어떤 시대적, 사회적 논리에서 작동하는지, 감각이 낳는 역사적 조건은 무엇인지 시대적 맥락속에서 미술사적 지평을 넓혀 파악하기 위해 고대그리스 로마미술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까지 미술사를 들여다 보았고 뵐플린과 파노프스키의 책을 읽으며 미술회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철학자들의 예술적 사유는 어떠했는가를 살펴보았는데 바타유, 푸코, 메를로-퐁티, 발터 벤야민들이 예술을 보는 관점, 예술로 사유하는 법을 배우며 그들의 감각체험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학기에는 예술가들이 지닌 감각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쓴 예술비평 글을 읽고 그들의 예술적 실천의 바탕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혁명시기 이전과 이후의 미술사를 살펴보며 근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리얼리즘과 낭만주의의 대두, 인상주의의 등장, 추상화의 연원등을 시대적 사건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감각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백남준의 현대미술의 세계, 비디오 아트의 영역까지 이르게 되었는데요. 근대이전의 예술작품과 예술가들의 감각에 대한 표현방법이 현대에 와서는 그이전의 예술매체와는 다른 신기술의 미디어(사진, 전화, 영화)예술이 탄생하면서 우리의 감각 또한 변화되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신기술에 너무도 익숙한 우리는 주변에 둘러싸인 이 무수한 미디어를 매순간 접하면서도 그것을 감각하는 사유와 예술방식에는 매우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통해 이미지로 표상되는 세계를 흔들어 깨우는 감각의 힌트들은 미디어매체를 편리한 기술과 오락거리로만 생각하는 우리에게 난해한 의문만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책에 대한 토론을 하며 조원들의 백남준의 예술에 대한 생각은 대개 시간/공간, 소통, 관객(대중)으로 집중되었고 비디오 예술이라는 낯선 언어를 매개로 타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형식이며, 시/공간의 동시성을 구현할 수 있고 소유될 수 없는 하나의 사건으로 대중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덧붙여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이 서양백인 중심 사회에서 잊혀지고 있는 현실애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하셨다고 하네요.
백남준의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감각을 일깨우게 해줄 수 있을까요? 지금은 그저 멍할 뿐입니다. 이 멍한 상태가 기존의 익숙한 감각의 흐름을 잠시 정지시키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때 사유가 필요합니다. 채운선생님은 탈근대 사상가들이 왜 예술에 대해 그토록 천착했는지 보면 그것은 표상화되지 않고 끈질기게 남아 있는 것을 계속해서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예술은 표상의 질서속에서 투쟁하며 끝까지 표상화, 대상화되지 않는 힘의 존재가 있다고 말하려 합니다. 베이컨은 그런 의미에서의 힘을 그리려 했고, 세잔 또한 사과의 표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힘을, 그에 대한 감각을 그린 것입니다. 감각은 언제나 우리의 표상들을 뒤흔들며 그래서 어쩌면 폭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손안의 작은 기기안에 이미지의 표상이 가득한 세계에서 실체를 감각하기는 매우 어려운 세상입니다. 어떤 것도 실체는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TV붓다>의 작품을 보면 TV화면 입자가 방출되는 것으로 부처가 재현되는 상을 보면서 시간도 공간도 어떤 상도 나도 실체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사유할 수 있습니다. 무형의 것이 전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표상으로 드러날때 끊임없이 실재를 가상하게 하는 허구를 생산해 내는 것입니다. (생동하는 물질 세미나 중에서) 어떤 물질(인간,생명,사물등 모든 것)도 정태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관계 맺는 배치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계속 작동하는 것이 우리를 실재하게 합니다.
내 인생에 그 어떤 연결고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늘 멜빵바지입은 괴짜 할아버지 예술가를 떠올려 봅니다. 옛날 TV속에서 보던 그의 예술세계를 이제서야 조금씩 들여다 보고 배우는 이 놀라운 우연성이 우리의 감각의 지평을 조금씩 넓힐 수 있고 기존의 틀을 해체할 수 있기를 다음장을 읽으며 기대해 봅니다. 그의 예술세계가 우리의 감각의 장까지 다다름에 새로운 해체를!
우와~~ 크크랩 2년차 공부에 대한 정리와 마음을 담은 후기네요.👍 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금년에는 감각에 대해 배우면서 우리의 사유, 활동 등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깊이 있게 보게 되었지요. 마음을 먹어도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일이 왜 발생하는지, 감각적 체험 없는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 등을 알게되면서 감각적 수련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번주에 공부한 백남준 선생님도 과학, 철학, 예술의 경계를 해체하며 다양한 실험, 사유를 했는데, 이분이 왜 이렇게 나아갔는지도 공감이 갔네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비판적으로 봤던 대상인 TV를 다르게 배치하고 작동시키면서 예술의 길을 모색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서 어떤 실험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실천해보아요. 혼자는 어렵지만, 도반들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병원가느라 오전 토론 참석도 어려웠는데, 깊은 통찰과 함께 3학기까지의 공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후기 넘넘감사해요.😊
쌤 덕분에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배웠고 또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정리하게 되네요. 감사해요. 어렵기만 한 이 공부가 함께 하는 쌤들 덕분에 그래도 즐겁기만 해요. 백남준 선생님의 순수하고 때론 해맑은 미소를 떠올리며 선생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생기-발랄한 울 휵샘, 수고 많으셨어요~~ 주영샘 말처럼 공부에 대한 휵샘의 애정이 담긴 후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ˇ∀ˇ●)
언제나 텍스트를 여러 번 읽고 조원들의 과제도 꼼꼼하게 읽고 이해하려는 애정 뿜뿜한 휵샘의 마음을 늘 배우고 있습니다.
휵샘 후기 덕분에 우리가 어떤 질문을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와 있는지 촤르륵~~ 돌아보게 되네요~~ 고대 동굴 벽화에서 미디어 아트에 이르렀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올해 읽은 텍스트 모두 벽 넘어 벽이었기도 했지만, 각자의 분투와 팀원들과 함께 헤맨 우여곡절만큼 자기 표상의 견고한 세계를 돌아보고, 각자의 무의식 차원까지 변환할 힘으로 작동되길 바래 봅니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창발된 앎이 자기애를 넘어서 서로와 세상을 이해하는 차원이 되길, 함께 열심히 실험해 봅시다! o(* ̄▽ ̄*)ブ
쌤이 잊혀지고 있었던 감각의 중요성을 꺼내주셔서 그런데 올해 보았던 '리바이어던'이 생각납니다. 낯선 소리와 이미지, 흔들리는 시점들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 때문에 새로운 사유를 하게 합니다. 그 사이에 정동이 발생해야겠지만 지성을 따르지 않고 숨어 있는 힘이나 관계를 발견했을 때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겠죠. 고지식한 사고에 작은 균열들이 발생하기를 ~~
우와 희욱샘께서 올해 배운 내용들을 짚어주시니 에세이를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한 해를 정리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어요! 채운 샘께서도 항상 지도상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올해 화두인 감각체험과 관련해서 이번주에 읽은 백남준 선생님의 퍼포먼스나 미디어아트 등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정성이 꽉 들어찬 후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