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수업 마지막 날이자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를 읽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3학기를 돌아보면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창작하는지, 또 화가 개인이 지닌 생각, 추구하는 가치 등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3학기에 읽었던 책 중에서 저에게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벗어나게 해 준 책은 베이컨의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입니다. 이전에 저는 베이컨 그림에 시선을 머무는 시간은 1초였습니다. 어딘가 기괴하고, 고통에 울부 짓는(?) 사람을 보고 있기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책을 읽고 베이컨의 그림이 고통스러운(?) 인간과 고깃덩어리가 그의 생각과 고민했던 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3학기로 첫 문장을 시작하다보니 3학기 후기가 되고 있는 느낌이네요..;;) 아무튼 3학기는 그림으로 만나던 화가를, 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백남준을 만나는 마지막 날, 1조는 ‘상응’, ‘소통’, ‘섹스’, ‘미디어’, ‘불확정성’, ‘상호작용’, 6가지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상응’은 상응이라는 시(p,256)와 백남준 작품과 어떻게 연관하여 해석할 수 있는지를 고민과 적용해보았습니다. ‘소통’은 책에서 제시하는 질(quality)에 대한 두 가지 개념(① 좋은, 아주 좋은, 매우 좋은 ② 특성, 개인성, 속성)(p.410) 다루며 현재 한국 사회에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섹스’는 신체의 소통, 성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한 것, 소통의 수단으로 보았습니다. ‘미디어’는 백남준 작가는 미디어를 과학과 예술을 결합하여 희망,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으나 오늘날 미디어를 다루는 방식은 부정, 허무를 주로 다루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불확실성’은 즉흥, 순간이자 정보량 풍부를 의미한다고, 상호작용’은 예술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책과 조의 이야기를 나누며 저는 백남준은 관객과 상호작용, 작품의 순간성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생각합니다. 불연 듯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있는 그의 대표작인 ‘다다익선’은 4년간 보수를 하고, 재전시를 하는 것은 그가 원하는 것일까요? 전기가 돌지 않는 산업은행에 전시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그곳에 왜 있는 것일까요? 미술계 종사자와 작가 ‘이름’에 구입한 각각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수업은 미국미술을 다루었습니다. 미국미술은 클레먼트 그린버그(Greenberg, Clement, 1909~1994)가 “모더니즘은 평면성을 강조한 마네로부터 출발하며, 그 절정은 잭슨 폴록이다,”라고 제시한 그의 담론이 중심입니다. 그의 담론은 1940~50년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에 적용되기도 합니다. 그의 담론처럼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과 더불어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베넷 뉴먼(Barnett Newman, 1905~1970),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1915~1991), 프렌츠 클라인(Franz Klin, 1910~1962)이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잭슨 폴록이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신체성을 캔버스 화면에 가득 표현합니다. 마크 로스코와 베넷 뉴먼은 캔버스를 색으로, 로버트 마더웰과 프렌츠 클라인은 마치 동양의 서예처럼 흰색의 캔버스와 검정의 선들로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의식을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백남준과 미국 미술 작가들을 만나며 예술을 고민하며 소통과 자기 모색을 추구했던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현대인은 사람과 정말 소통하며, 관계하며 사는 것일까요? 무엇을 보며,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요?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일까요? 현대 사회는 인터넷망만 연결되면 너무나도 쉽게 연결되지만, 왜 사회와 사람은 점점 더 파편화 되는 걸까요?
이상한 결론이지만.. 후기를 마칩니다..
p.s 3학기 에세이 화이팅입니다!!
우와~~ 희윤샘 조별토론 내용도 핵심적인 키워드로 잘 정리했고, 무엇보다도 크크랩 공부에 대한 샘의 진솔한 마음이 저한테 울림을 주네요.👍 수업 끝나고 바로 작성한 따끈따끈한 후기도 샘의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이 반영된 것이겠지요.^^ 백남준 선생님의 글과 작품은 정말 다양한 질문을 유발했는데, 이번 주에 읽은 부분에서는 커뮤니케이션-예술, 불확정성, 음악 전시회 등이 인상적이었어요. 희윤샘이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이번 학기에 생긴 궁금함은 에세이, 4학기에 풀어보기를~~~ 3학기 에세이 장에서는 어떤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할지 기대됩니다. 한 학기, 조별 토론, 공부를 통해 발생한 질문들을 깔끔하게 잘 구성한 후기 감사해요.😉😊
희윤샘의 확연히 달라진 글을 읽으며 저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어요. 무엇이 희윤샘의 글을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까요. "그림으로 만나던 화가를, 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었던 시간"도 그저 도래하는 건 아닐테지요. 저는 열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거 노인, 독거 젊은이들은 아마 냉기 속에 시들어갈테니까요 ㅎㅎ 마구 떠들었던 소음을 소중한 정보로 종합해주신 희윤샘께 감사를~~^^
"3학기는 그림으로 만나던 화가를, 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 저는 희윤샘의 이 문장이 갑자기 왜인지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 화가와 작품의 관계는 묘한 것 같아요. 작품은 화가로 환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화가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도 없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 작품은 자신의 삶을 살지만 거기에는 작가의 숨결이 새로운 것을 만나 새롭게 공기 중으로 떠오를 준비를 하는 것도 같고요. 이번 학기 3조 샘들의 시너지를 희윤샘께서 제대로 마무리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이번 1조의 토론 세미나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군요.. 토론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여 전달하려는 쌤의 노력이 엿보이네요. 저도 3학기에는 베이컨 그림이 가장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더 알고 싶은 세계로 다가왔습니다. 이우환도 베이컨도 잭슨 폴록도 신체성을 표현해 내려는 그들의 고독한 투쟁을 거쳐 감각의 논리가 어떻게 탄생하는 지 3학기에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희윤샘의 생각이 잘 드러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상한 결론이라기보다 소통의 근원적인 정의를 생각해보게 하는 결론이었습니다. 예술에서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까지 이어질 수 있겠네요... 쌤 에세이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