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다는 것에 대하여
이번 에세이 발표는 시간적인 여유 있는 지라 각자 코멘트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자신이 깎여나가겠지요. 발표자는 앞으로 나가 쌤들과 마주하면서 발표도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뒤엔 채운샘의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옵니다. 그만큼 흥분도 되고 생동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채운쌤 크리틱을 들으면서 아직도 환상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슴 아팠습니다. 글이 맥락없이 툭툭 끊어졌고 단어와 단어 사이는 태평양만금 넓었죠. 이 빈 틈을 메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요. 이 모든 게 대충 생각하고 습관대로 살아온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환상이 일어나고 또 붕괴되는 지점이 생기겠지요. 무엇이 흔들렸을까 이 지점을 피하지 말고 부딪혀봐야겠습니다. 생각의 전제를 묻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뜬 구름만 또 잡을 것 같습니다.
비평이 끝난후 1차 발표팀과 크크랩 도반들이 함께 간단한 뒷풀이를 가졌습니다. 다들 총맞은 것처럼 충격에 빠진 상태에 있을 때 수빈쌤이 외쳤습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는데도(??) 깨진다는 건 황홀한 경험이자 위로이다.” 이 말을 듣고 모두 웃으며 건배를 했지요. 맞습니다. 깨어지는 건 멋진 경험입니다. 크크랩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요? 감각을 키우는 건 나를 살아있게 합니다. 다음은 1차 발표했던 쌤들의 세줄평 후기입니다. 이니셜 이름에서 랜덤으로 취한 것이라 추측해 보시는 재미도 있으실 거 같아요. 쌤들의 글을 보니 모두 반짝거리는 감성을 느낄 수 있네요. 후기 쓰기에 바쁘다고 엄살 부렸는데 저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1차 팀보다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계실(쓸 수 밖에 없는? ^^) 2차 발표팀 파이팅 하시길 바랄께요!! 이번주 토요일에 만나요~~
J : 언어를 토대로 소통한다는 전제가 있어서, 감각적으로 즉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하며 글을 썼으나, 감각을 통하지 않은 소통이 있냐는 채운샘의 질문에 할 말을 잃었네요. ㅋㅋ 상식적이고 진부한 얘기를 이러저러한 개념을 섞어 포장하는 걸 깨야 하는데, 참 그 습관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규정을 넘고 전제가 무너졌다고 생각한 지점 또한 상식적이라는 것. 답을 찾기 쉬운 주제는 이제 그만하고, 더 깊이 내재한 전제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W : 매번 에세이 발표때마다 항상 저의 한계에 부딪히는 쓰라린 경험을 하곤 합니다. 수정을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데드라인 몇분 남겨놓고 등록 버튼을 눌러야 하는 처절한 심정이 매번 반복되면서 무엇을 고쳐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글을 내 생각의 흐름대로 쓰기보다 전체적으로 구조를 짜고 질문을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쌓아나가보라고 조언해주셨고 작가와 작품, 관객의 관계를 이야기하려면 작품에 대한 나의 직접 경험을 통한 구체적인 이야기로부터 전개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관념에 사로잡힌 붕 뜬 글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또 한계에 부딪히겠지만 조금은 변화된 글을 쓸 수 있게 이번 에세이 글의 오류를 하나하나 해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W : 김홍도의 서당도가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옛부터 스승 앞으로 불려나가 꾸지람 듣는 친구를 보는 것만큼 고소하고 재미있는 일은 없지. 스승의 질책과 애정? 벗들의 질타와 관심?이 공존하는 이 양의의 장에서 우리는 수모와 배움을 동시에 겪으며 규문에 모여서 어렵게 글을 쓰며 공부하고 있다. 왜? 배우는게 즐겁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서?
각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이 에세이 합평이란 생각이 드네요. 고민하고 쓴만큼 느낄 수 있을테고,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받아들이고 또 나아가면 되겠지요. 다음 에세이 합평 시간에 겪을 고소한 수모와 배움의 즐거움을 기대하며 또 공부해 봅시다~ ^^
S : 에세이 발표가 끝나고 하루가 지난 뒤에도 얼얼했어요. 주사 맞은 것처럼요. 아팠다기보다는 잘 분간이 안 되는 어리숭함 같은 거요. 글을 다시 보고 여러 선생님들의 질문과 코멘트, 채운 선생님의 말씀 등을 다시 들으며 조금씩 정리중입니다. 나의 균열이 일어난 지점, 믿음이 깨진 부분이 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되새겨 봅니다. 작가, 작품, 관객의 관계에 대한 일반론에 대해 제가 잘못 이해했어요. 관객의 자리에 ‘나’가 아닌 가상의 관객을 들어앉히니 균열이 일어난 지점이 아니라 균열이라고 믿은 것을 구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단어 하나, 개념 하나 엄밀히 나의 언어로 풀어가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도요. 작가의 언어, 채운 샘께 배운 언어, 나의 생각 조금 뒤섞어 놓는 글이 아니라 예술이든, 삶이든 내가 뭘 경험하며 나에게 닥치는 힘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나에게 ‘의미’는 어떻게 발생되고 내가 어떻게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실천부터 구체적으로 해야 할텐데 하는 걱정에 에세이가 끝났어도 홀가분하지 않은가 봅니다^^ 이 깨달음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주신 채운 선생님과 크크랩 샘들께 감사드려요!! 크크랩 에세이 2팀 파이팅!!
S : 글쓰기는 자신에게 폭력적인 경험(사건)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자신의 전제가 무너지는 구체적인 지점. 균열이 일어나는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요. 글은 무의식으로 쓰는 게 아니라 의식으로 쓰는 것, 다만 그 의식을 추동하기까지 자신의 무언가 부서지는 지점, 자기가 문제가 되는 지점에서 시작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이번 에세이에서도 저의 한계를 뼈아프게 느끼게 되었는데요. 다음 글은 바로 그 곳에서 출발해보려 합니다.
J :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더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는 불편하지만 그동안 회피했던 벽을 넘어야 할것 같아서 끝까지 붙잡고 싶었는데 역시나 넘기는 커녕 푸념만 한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3학기 정리한 수준의 글로 저는 제 글을 평가합니다. 채운쌤의 날카로운 지적이 뼈아프지만 제가 기존의 가진 틀을 허무는데 좋은 도구로 써야겠습니다. 누구도 피할 길 없는 촌철살인 채운쌤평! 다 피가되고 살이 되면 제 글도 나아지겠죠?
에세이 발표하고 지적받을 때에는 붕괴되지만, 우리의 회복탄력성(?) 덕분에 금방 언제 그랬냐싶게 자기의 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디샘 이번에 겪은 깊은 내상, 다시 말하면 감각의 폭력과 잔혹함으로 한 걸음 나가시기를요. 홧팅!!👍 그래도 같이 혼나고 웃고 떠들고, 게다가 즐거운 뒷풀이까지 여러모로 충만한 에세이 발표였습니다. 샘들 이번에 인식한 뼈아픈 과제는 다음번 글을 통해 개선하고 도약해보아요. 무엇보다도 에세이 작성하고 계실 2차 발표팀 샘들 부담스럽고 힘들겠지만 각자 문제하고 씨름하여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응원합니다.😉
앞으로 규문에서는 ‘나이’ 이야기는 자제해야겠네요 ㅎ 후기에 등장하는 영광이라니!
선생님 솔직한 후기 덕분에 좀 긴장도 힘을 얻었습니다 ㅎ 잘 다녀오시고 다음학기에도 화이팅입니다!!
매번 그렇지만 이번에는 저의 한계를 더 절실하게 체험한 시간이었네요. 어디에서, 누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 정확하게, 하지만 아프게 말해줄수있을까요. 그 지점을, 내가 못넘어가고 회피하고 멈춰버린 지점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붕괴되어 아팠지먀 충만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하기에 이렇게 3학기를 넘어가게 되네요. 2조 쌤들 에세이 화이팅하세요. 반디쌤 회사일에 논문에 바쁘실텐데 후기 정리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 이제그만 붕괴된 지점에서 일어나시어요~~
누가누가 많이 깨지나 내기내기해보자~~ 신나게 노래부르며 함께 붕괴되어 봅시다!! 혼자라면 방구석 이불킥이지만 함께라면 대동놀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2차 팀들은 써야할 분량이 늘어서 많이 고생하시겠지만 더욱더 풍부하게 사유를 전개해 나가는 훈련이 될 거 같습니다.. 모두들 화이팅 하시고 다양한 주제로 만날 생각하니 기대됩니다!! (이거슨 먼저 매맞은 자의 여유인듯 합니다.. 허허허~~) 반디샘도 그만 아파하시고 다음 학기에 자알 해 봅시다!!
붕괴되신 반디샘의 진솔한 감상평부터 뒤풀이 하이라이트와 1차 발표샘들의 생생 후기(너무나 좋은 아이디어!)까지 희로애락이 다채롭게 교차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된 후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