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에는 다소곳해 보이지만 은근 반항기가 있는 남성 두 명과 다양한 성향의 여성 도반들이 있습니다(이것도 너무 뻔한 나누기인가?). 이번 시간에도 우리는 어김없이 각자 써온 에세이를 가지고 티격태격댑니다. 때로는 이해를 목적으로 때로는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공격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그림에다 개념을 작동시켜야 하는데 이런 어려운 미션에 말하는 자도 듣는 자도 무얼 제대로 말하는게 엉뚱한 길로 빠지기 일쑤였죠.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개념을 가진 철학자라고 여기며 자신이 선택한 개념과 그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댑니다. 그렇다고 철학자가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우선 목소리를 내어보는게 소중합니다. 스텔라샘은 바타유의 개념을 가지고 마네의 그림을 풀고자 했습니다. 특히 주권을 일체에 대한 거부로 설명하는 부분이 재밌었는데 아마도 그림은 다른 것으로 바꿔야겠죠? 제현샘은 내안의 아이를 자유롭게 뛰놀게 하는 힘으로서 바타이유의 위반 개념을 들고 왔는데 고야의 그림까지 흥미로웠습니다. 승연샘은 자신의 파시즘에 맞서는 정신분산과 예술의 정치화를 들고 왔는데 아마 다비드와 마네 그림을 볼 것 같네요. 인영샘도 영화 <화산만큼 사랑해>를 통해 얻은 힌트를 통해 새로운 사랑의 이해방정식을 벤야민의 복제기술 개념과 쿠르베의 그림으로 연결시킬 것 같습니다. 저는 푸코의 상사와 유사 개념을 마네의 도발적이거나 무심한 그림으로 작동시켜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것은 기초 발제를 해 온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개념들이 마구 섞여서 위반이 상사같고 정신분열같고 진동의 경험 같습니다. 이쯤되면 막 나가자는 소린가? 그래도 뭔가 차이를 보여 주기 위해서 열심히 설명합니다. 그리고 아쉽게 참여하지 못한 다른 쌤들에겐 녹음 파일을 전달했습니다.
토론 이후 너무 당연시해온 탓에 각자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규정에 사로잡혀 있어서 너무나 당연시해왔던 것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겐 의문시되던 것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문득 자신이 이런 상태였구나를 아는 그 순간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죠. 여기에 자신의 개념이 작동하고 그림이 새롭게 보이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상에서는 당연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정해진 역할과 관계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니까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불편하게 됩니다. 정신이든 신체이든 이전과 동일한 패턴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깨지게 되면 불안해하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가고자 합니다. 우물에 안주하는 개구리가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어쩌면 아예 더 이상 다른 것을 보기를 포기한게 아닐까요. 그 모습이 저와 닮아 있습니다. 지난 주 일 때문에 갈등이 생겨 새삼 상대와 자신에게 분노를 느꼈습니다.
균열이 없는 세상, 미끈한 가상의 세계에 안주하고픈 마음이 여전합니다. 나는 무언가와 닮고 싶고 따라가고 싶고 그냥 정신을 한 곳에 팔려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매순간 변화하고 규정되지도 않는 것들이 넘쳐납니다. 의식속에서 애써 무시했던 것이 너무 많은 것 아닐까요? 과연 동일성이라는게 있을까요? 이제 의심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바깥의 차이보다 스스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부단한 수련이 필요하다는 채운샘의 말이 있었는데 쉽지 않겠지만 죽을 때까지 똑같이 지루하게 살 수는 없고 무언가라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에세이가 잘 써지지 않아 잠시 후기를 올렸습니다. 다시 본 게임으로 들어갑니다. 쌤들 파이팅 하시고 낼 봐요!
조별 후기를 보면 각 조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개성만큼 논의의 지점도 다양하고 흥미롭네요. 3조 샘들 에세이 주제를 들으니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반디샘 말씀처럼 균열이 없는 세상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글쓰기와 토론 등을 통해 우리의 균열을 내면서 얻는 충만함이 더 크기 때문에 이 힘든 길을 걷는게 아닌가 싶어요. 에세이가 힘든 만큼 가볍게 느껴지는 후기, 그러나 샘의 공부에 대한 마음이 드러난 글 잘 읽었습니다.😊
지안
2023-07-01 07:43
반디샘 덕에 3조샘들께서 쓰실 에세이 주제를 미리 엿볼 수 있었네요 ^^ 샘 말씀처럼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은 이렇게 내 밖으로 꺼내서 타자에게 얘기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굳어져 나와 한 몸처럼 된 나의 전제들을 절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죠. 늘 내 발 밑 문제가 가장 큰 번뇌임을 깨닫습니다 😊 에세이 주간에 후기까지 꼼꼼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별 후기를 보면 각 조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개성만큼 논의의 지점도 다양하고 흥미롭네요. 3조 샘들 에세이 주제를 들으니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반디샘 말씀처럼 균열이 없는 세상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글쓰기와 토론 등을 통해 우리의 균열을 내면서 얻는 충만함이 더 크기 때문에 이 힘든 길을 걷는게 아닌가 싶어요. 에세이가 힘든 만큼 가볍게 느껴지는 후기, 그러나 샘의 공부에 대한 마음이 드러난 글 잘 읽었습니다.😊
반디샘 덕에 3조샘들께서 쓰실 에세이 주제를 미리 엿볼 수 있었네요 ^^ 샘 말씀처럼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은 이렇게 내 밖으로 꺼내서 타자에게 얘기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굳어져 나와 한 몸처럼 된 나의 전제들을 절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죠. 늘 내 발 밑 문제가 가장 큰 번뇌임을 깨닫습니다 😊 에세이 주간에 후기까지 꼼꼼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