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가 다 가도록 이놈의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어렵다는 엄살만 부리다가 볼장 다 보게 생겼다.
이 어려운 역사(?) 책을 한 번 겨우 읽어가서 발제나 토론을 한다고 앉아 있노라면 진중한 경청의 자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내 읽은게 없으니 아무리 경청해서 들어도 천상 책을 또 읽고 있는 기분의 시간이다.
이번 주, 내게 읽혀진 부분은 '행복'이었다. '행복, 개인적 욕구들의 이기적 충족', '배고플 때 먹고, 목마를 때 마시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애를 원할 때 낳고, 가능한 덜 일하는 것' 행복을 나름 잘 정의한 것 같고 훅 공감도 간다. 이쯤에 훅하니 끌린걸 보니, 요즘 내가 많이 정신줄 놓고 정신없는 세상을 사는 중인가 보다. 그런데 생시몽주의자들은 '모든 필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사회제도들의 악습과 관련된 타락 원인 모두를 사라지게 할 질서' 같은 것을 추구했었나 보다. 어느 쪽이 더 맞고 틀리거나, 더 바람직한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공부의 근기가 약하면, 책을 읽다가도 그 속으로 빠져들지를 못하고 자꾸 온갖 생각이 책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친구놈들 한테 '이상한 놈' 소리 들어가면서 규문을 나름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는데, 작금에 '프밤'을 읽다가 방향 잃은 내 공부의 바닥을 보아버린 것 같다. 규문 홈페이지 첫 장, 규문 소개를 다시 읽었다. "내 삶에 대해 근원적으로 질문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모색하고자 하는 공부 공동체"
간식 당번 하느라 일찍 가서 사과 한 톨 깍아 보는 것, 내가 먹은 접시 하나 설겆이 하는 것, 책상다리로 몇 시간을 앉아 지내는 것, 한 공간에 있는 도반님들의 온갖 소리에 따라 흐르는 내 마음의 소리를 읽는 것. . . 다 공부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 날 바로 한 번 더 봤다. '하마구치 류스케' 의 의도를 읽어 내려고 머리 터지게 머리 굴려 보았지만, 거의 '프밤' 읽는 기분이었다. 그래, 규문이 아니고서 내가 어디가서 이 고생을 경험해 보겠나. . . 80억 매출에 55억 적자난 회사 일도 정신 없는 와중에. . . 그래 세상에 공짜 점심 없다는데, 공부 어찌 수월하고 재미있겠는가! 다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프밤'을 읽는다. 내일 또 어떤 유혹에 정신줄 빼앗길지 모르니까.
읽어도 항상 새롭고 애매모호한 <프롤레타리아의 밤>과 봐도 답은 없고 질문만 더 발생하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관한 정우샘의 마음, ㅋㅋ랩 도반들은 모두 공감할 거에요.😉 샘은 행복이 눈에 들어왔다고 하셨는데, 광고에서 보여주는 행복의 표상이 진짜 이루어진다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필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사회제도들의 악습과 관련된 타락 원인 모두를 사라지게 할 질서'라는 게 각자 정의하는 필요가 다른 점 등을 고려하면 굉장히 공허하게 들리네요. 아무리 아름다운 개념이더라도 실제 구체적인 현상에서 만나면 작동하기 쉽지 않죠. 친구들한테 이상한 소리를 들으며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책과 영화를 보면서 공부하는 것, 이와 함께 내가 어떤 유혹에 약한지 들여다보는 것 이런 일들이 배움을 통한 행복이 아닌가 합니다.😊 회사일로 정신 없이 바쁘지만 샘의 마음을 담은 후기 넘넘 감사합니다.👍
80억 매출에 55억 적자라면..25억은 버셨다는 건가...정우샘의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말일까. 그럭저럭 괜찮다는 의미인가.. 프밤이 어렵고 공부가 '이상한' 활동이긴 하지만 해볼만 하다고 읽히는 와중에, 저는 왜 돈 이야기에 먼저 꽂히는 걸까요? ㅎㅎ
저도 프밤을 읽으면서 세미나의 필요성을 새삼 알았습니다. 혼자 읽었으면 벌써 포기했을 책. 같이 읽으니 어찌저찌 책장도 넘어가고 어떤 문장에 가슴이 내려 앉고 그 와중에도 얼마나 남았는지 쪽수를 헤아려보게 되는 책. 한 석달을 책 한권에 오롯이 시간을 내준다는 것이 '이상한' 일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글은 어쩌면 그 사람을 쏙 빼닮는지...정우샘의 후기, 이 세상에서 정우샘만 쓸 수 있는 후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글이 '꿈의 아카이브'에 저장됐다가 또 다른 랑시에르와 마주치면 지금 우리의 '꿈과 노동'을 직조하는데 한땀이 되겠지요. 잘 읽습니다.
80억 매출에 55억 적자난 회사,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저녁에 혼자 프밤을 읽고 계실 정우샘.
바쁘신데도 이렇게 애쓰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대단하시고 따뜻하게 다가오네요.
프밤도 어렵고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더 어렵지만 우리에게는 든든한 크크랩 샘들이 계시잖아요. 우리 즐겁게 공부해요.
정우샘 후기가 요즘 저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저도 프밤이 무지 어렵더라구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정우샘께서 저희 모두를 대표하셔서 프밤이 주는 당혹과 난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리가 붙잡고 있는 만큼) 매혹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여겨집니다 ^^ 1부가 끝날 때쯤엔 아 그래도 좀 익숙해졌어! 이제 좀 수월하겠어! 라고 기대했지만.... (또르르르...) 매 장이 한결같이 새로운, (주영샘께서 공지에도 써주셨지만) 처음 느낌 그대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해 안되는 낯선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있는 듯 한 느낌도 들어서 그것이 이 책이 제게 준 기이한 매혹이 아닐까 합니다. 분명, '80억 매출에 55억 적자난 회사 일도 정신 없는 와중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께서 이 후기를 남겨주신 것도 그러한 종류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보아요 ^^ 후기 감사합니다 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