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비평을 연습하는 크크랩 3년차 과정 1학기가 끝이 났습니다.^^ 팀 비평이라는 과정 자체가 생소해서 대부분의 팀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이리저리 고민하곤 했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팀별로 발표나 회의 방식도 다 달랐기 때문에 조별 특색이 잘 보였었는데요.
‘비평’에는 조금 적합하지 않았을 수 있는 시도들도 팀원들 각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서 재미있었던 거 같습니다. 발표 중에는 서로의 분량을 명확히 나누어 준비된 글을 읽은 적도 있었고, 조장이 대표하여 팀원들의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고, 팀원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발표 도중에 즉흥적으로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지점을 조정하는 시간을 겪기도 했는데요. 형식이 이렇게 다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영화나 사진에서 각자가 본 지점이 다르고, 그것을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네 팀 모두 마지막 비평에서는 ‘그래서 결국 영화/사진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을 공통적으로 가졌는데요. 작품의 세부 지점들이 매체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조 선생님들과도 서로의 의견을 듣고, 나누면서도, 자기의 의견을 뾰족하게 세워 글을 쓴다는 게 어려웠다는 말씀이 오갔는데요. 크크랩 회식에서는 ‘이런 해석은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닐까?’, ‘이 의견을 어떻게 나의 언어로 풀어 섞어야할까?’ 질문하는 과정에서 글쓰기 자체에 고민이 많아졌다는 말씀을 나누기도 했네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분석한 A팀과 B팀은 각각 ‘인과’와 ‘시선, 타자’를 주제로 접근했는데요. 추상적이고 난해한 제목과 엔딩을 두고 여러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A팀의 경우에는 ‘인과’를 줄거리 안에서만 떠올려질 수도 있지만, 음악과 컷 간의 연결 속에서 발생하는 균열들을 포착하는 시도들이 재미있었습니다. (가령, 잔잔하게 흘러가는 쇼트와 음악이 클로즈업, 소음 등으로 깨지는 지점 등...) 거시적인 관점으로 영화의 전체적 맥락을 꿰는 지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그것을 ‘왜?’ 라는 질문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영화를 다시 떠올려보게 하는 과정이 오프닝 – 결말의 비슷한 구도와도 맞닿아 흥미로웠습니다. 채운 선생님께서는 인과는 너무나 얽혀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 알 수 없지만, 동시에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인과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왜?’로 질문을 시작하더라도, 그것이 불가지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B팀은 영화의 해석이 충분히 풀어지지 않은 느낌이라는 코멘트를 받았는데요. 또한 제목에 대한 설득력과 글에 알맹이 더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영화 안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지점을 잡고, 영화 전반을 오가며 글을 써야할 필요를 느꼈던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말들이 섞이는 과정을 소화하지 못했던 게 아쉬웠기 때문에 부족함을 많이 느꼈는데요... ^^ 관념적인 말을 사용할 때는 그것이 맥락에 맞는지를 떠올려보며 정교하게 써야겠습니다.
사진 A팀은 ‘꿈’을 중심으로, 사진 B팀은 ‘수행성’을 중심으로 정연두 작가의 사진을 분석했는데요. 사진 한 장을 위해 한땀한땀 정성을 들여 세트 효과와 의복을 만들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등 고생하는 과정들이 있었다는 말씀을 듣고 사진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경험을 했네요. A팀의 경우 ’꿈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 안에서 ’꿈‘을 어떻게 떠올리냐에 따라서 현실과 대비하여 수평적으로도, 분리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진으로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 장의 사진이 행위를 드러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사진 간의 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효과는 무엇이며, 그것은 현실을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지 궁금했네요. B팀의 경우 팀원들이 각자의 정해진 분량을 작성하고, 서로가 서로의 글을 읽으며 수정하는 과정이 독특했습니다. 연출되고 꾸며진 거 같은 느낌을 숨기지 않았던 것이 (세트장, 가짜 눈을 사용하는 것 등...) 조잡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진짜같은‘ 것들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수행성‘ 개념이 조금 더 작업과 연관을 가지며 풀어져야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하나의 영화를 두고, 몇몇 개의 사진을 두고 이렇게나 많은 말이 오갈 수 있었다는 거 자체가 참 흥미로웠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이라 느꼈던 지점이 실은, 많은 선생님들께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지점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넓어지기도 했고, 비슷하게 느껴지던 의견들도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듣다보면 결국은 충돌하는 지점을 만나게 되는 중에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예술을 계기로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는게 재미있었네요^^ 특히 회식 때에 쉴새없던 토크들이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공통적으로 피드백 받았던 지점은 작품이 발생하는 효과를 조형 언어로 풀어내지 못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모호하다(주제가 너무 일반적이거나,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채운 선생님께서는 비평이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든 언어로 써 나가는 작업이고, 동시에 독자들에게 작품을 다른 시각에서 볼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하셨는데요.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걸 말로 풀어내는 것이 과제인데, 쓰면 쓸수록 말로 다할 수 없는 지점들이 더 많이 생겨난다는 이 아이러니... ㅋㅋ) ‘이정도만 써도 충분히 전달되었겠지’ 싶은 지점은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기도 했고, 더 풀어서 써야하는 지점이기도 했네요.
여러 고민들이 오고가는 와중에 2학기 개인 비평은 어떤 새로움이 있을지... (또 어떤 새 어려움이 등장할지) 궁금합니다! ㅋㅋ. 쌤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 ) 크크랩 회식 담은 사진 올리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
1주만 방학했을 뿐인데, 에세이 발표했던 일이 먼 옛날처럼 느껴집니당.ㅎㅎ 집단 비평이라 조율이 잘 되도, 의견이 불일치 해도 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전 합의가 잘 되고 조화롭게 진행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는 교집합은 결국 하나 마나 한 얘기일 수 있음을 확인했네요. 같이 쓰면서 어떻게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담아낼 것인가라는 과제를 얻었습니다. 이제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개인 비평이 남았는데요. ㅎㅎ 집단 비평이라 못했다는 핑계는 노노!! 더욱더 어깨가 무겁네요. ㅎㅎ 2학기에도 유쾌하게 즐겁게 공부해보아요.👏 날로 성장하고 있는 제현샘, 핵심적인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
1주만 방학했을 뿐인데, 에세이 발표했던 일이 먼 옛날처럼 느껴집니당.ㅎㅎ 집단 비평이라 조율이 잘 되도, 의견이 불일치 해도 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전 합의가 잘 되고 조화롭게 진행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는 교집합은 결국 하나 마나 한 얘기일 수 있음을 확인했네요. 같이 쓰면서 어떻게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담아낼 것인가라는 과제를 얻었습니다. 이제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개인 비평이 남았는데요. ㅎㅎ 집단 비평이라 못했다는 핑계는 노노!! 더욱더 어깨가 무겁네요. ㅎㅎ 2학기에도 유쾌하게 즐겁게 공부해보아요.👏 날로 성장하고 있는 제현샘, 핵심적인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