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후기가 많이 늦었네요. 1학기에 같은 조 선생님들께 묻어 와서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이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역시 자신이 노력하고 시간을 들인 만큼 얻는 것이 공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짧게 후기 정리 하겠습니다.
에세이 발표는 조별 에세이 준비과정과 주제를 정하까지의 논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에세이 준비 과정에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진 에세이팀의 얘기를 들으면서 영화 에세이보다 주제를 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이 느껴졌습니다. 각 개인별 사진 해석의 간극 때문인지 한 편의 글로 통일성 있게 접근하는 것이 더 어려워 보였는데 아마도 영화팀에 발을 담그고 있기에 내가 겪지 않은 시간들을 더 크게 해석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오전에는 영화팀, 오후에는 사진팀의 에세이 발표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강릉에 있는 독립영화극장에서 보았는데 영화의 엔딩을 제외하면 앞부분이 익숙한 전개라고, 내가 좋아한다고 여겨온 숲, 환경과 관련된 주제의 영화라고 생각하며 보다가 마지막 엔딩으로 인해 영화 전체 스토리가 혼란 그 잡채(^^)가 되어 버렸습니다. 크크랩에서 그 혼란을 풀어가는 과정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해서 에세이 발표 당일에도 저는 마치 독자가 된 듯이 조별 에세이를 읽어나갔습니다^^;
저희 조의 에세이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타자’와 ‘시선’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하여 인물, 줄거리 중심의 관습적인 쇼트로 구성된 영화가 아니라 이질적인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 시선들을 통해 영화에서 흘려보낸 앞 쇼트들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카메라의 관조, 목을 조르는 타쿠미에 대한 해석 등 다른 조원 선생님들과의 질의응답과정에서 에세이에 담긴 의미, 그리고 에세이에서 놓친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채운 샘께서 말씀해주신 부분에서 모든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에 해당되는 것, 키워드로 삼은 것이 이 영화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읽어내는 게 비평이라는 말씀에서 비평문에 담아야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키워드로 삼은 '시선'의 이질성의 효과를 말하는 게 필요하고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이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B팀의 에세이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화B팀은 영화의 엔딩을 중심 사건으로 본다고 하여 내심 제가 느낀 혼란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인과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로 에세이가 전개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채운 샘께서 해 주신 코멘트, 즉 질문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 그것을 통해 비평을 한다고 할 때 어떻게 생각을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인과 관계로 풀 수 없는 장면은 무엇을 생각하게 하지? 무슨 효과가 있지?’라는 방식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후에 있었던 사진A팀은 『내 사랑 지니』 시리즈의 사진에 대한 해석을 ‘꿈’이라는 키워드를 잡아 전개해 나갔습니다. 정연두 작가와 그의 사진을 보게 된 것이 처음이어서 그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그 사진에 대해 풀어가는 선생님들의 에세이를 따라가면서 본 사진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6개국에 살고 있는 그 지역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인터뷰한 후 찍은 사진이라고 했는데 저는 처음 이 사진들을 보았을 때 대학 홍보 자료가 떠올랐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학교를 홍보하는 팸플릿을 보낼 때 이 학교에 오면 네가 꿈꾸는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식의 사진들을 많이 싣는데 그런 류의 사진들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런 식의 현재, 미래에 대한 위계적인 해석이 일반적인 시선일텐데 하나의 사진이 아니라 두 사진을 통해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 사진 역시도 두 사진을 나란히 놓았을 때의 ‘효과’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 그것을 얘기해 나갈 때 비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비평과 공통된 지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디지털 작업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힘들게 미래의 세트를 현실에 구현해낸 사진에서 어떤 것이 현실이고 꿈인가라는 질문을 발생시킨다는 해석, 똑같은 포즈로 의상만 다를 뿐이지만 피사체가 카메라를 보는 표정, 포즈, 태도를 다르게 만든다는 것, 두 가지 차이에서 난 뭘 보는지를 질문해야 한다는 것 등 두 이미지를 놓고 해석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사진B팀의 사진들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는 듯한 사진들의 이 비현실적인 느낌을 어떻게 풀어가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아마 내가 사진팀이었다면 정말 막막했겠다 싶었습니다. 이를 수행성으로 해석하며 시도한 점이 흥미로웠지만 역시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군분투하시며 에세이를 완성하신 크크랩샘들 새삼스럽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운 샘의 가르침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 배움을 2학기에는 개인 에세이로 잘 풀어가야 할텐데 늘 그렇듯이 이 또한 쉽지 않겠지만 잊지 않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고3 담임 맡으면서 더 바빠진 승현샘, 잊지 않고 핵심적인 내용을 정갈하게 정리한 후기를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비언어적으로 발생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효과를 언어화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또 시도한만큼 많은 배움이 있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한 작가의 사진들을 보면서 정말 풍성한 얘기들을 나눴던 시간이었네요. 어디에서 이런 충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2학기에는 개인비평이라 각자에게 발생한 효과들을 마구마구 펼칠 수 있는데요.😉 혼자 가야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옆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도반들이 있으니 힘내시고 2학기도 왁자지껄하게 유쾌하게 공부해보아요.^^ 승현샘 후기 덕분에 복습 잘 했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