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디디에 에리봉이 쓴 『미셸 푸코, 1926~1984』를 읽으며 인간 ‘푸코’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그의 삶을 연표로 정리했습니다. 역사 공부에 흥미를 보였던 소년 시절과 전쟁이라는 시대적 고통, 힘들었던 고등사범학교 시절, 정치적 성향과 정적과의 갈등, 학계 인맥들과의 교류와 갈등, 문화원장으로서, 교수로서, 연구자로서의 열정적인 모습, 미국에서의 즐거움과 환자가 된 후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모습 등을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며 살펴보았고 철학자 푸코의 다채로운 면모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될 말과 사물을 향한 첫걸음을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부로 내디뎠습니다. 칸트 철학의 핵심을 골자로 하는 이 책은 그의 책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의 내용을 강의하듯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지만 칸트의 사상을 처음 접해보는 저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았습니다. 푸코가 박사학위 논문취득을 위해 제출한 2개의 학위 청구 논문 중 주 논문은 『광기와 비이성: 고전주의 시대 광기의 역사』였고 소논문은 ⸢칸트의 『인간학』 서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칸트 철학은 푸코와 대단히 긴밀한 것 같아 칸트 철학도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시간에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공부했는데 발제는 건화샘이 해주셨습니다. 고대가 참가치의 본부를 자연에 설치했다면 중세는 이를 신에 두었고 근대는 이르러서는 인간에게로 이동하는 데 이런 이동을 칸트가 철학적 차원에서 완성했다고 합니다. 참가치의 본부가 인간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질문되어야 할 존재가 인간이 되었다는 말이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인간으로서의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답하는 책입니다. (칸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의 세 차원으로 구분하여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이라는 책을 통해 답했다고 합니다.) 순수이성비판은 지식에 관련된 인식작용을 다룹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서론에서
우리의 모든 인식이 경험과 함께 시작된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인식 모두가 바로 경험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 인식조차도 우리가 [감각]인상들을 통해 수용한 것과 (순전히 이 감각 인상들의 야기로) 우리 자신의 인식 능력이 자기 자신으로 부터 산출해낸 것의 합성이겠으니 말이다. 우리는 오랜 훈련을 통해 그것에 주목하고 양자를 분리하는 데 익숙하게 될 때까지는 우리 자신이 추가한 것과 저 기초재료를 구별하지 못한다. ( 『순수이성비판』 서론. 『인간이란 무엇인가』 91쪽에서 재인용)라고 말합니다.
이 서문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즉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느냐? 결국 감각에 주어지는 것만 알 수 있다. 현상세계에 대해서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상세계에 대한 지식인 자연과학적 지식만 지식이다. 결국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의 답은 자연과학적 지식만 알 수 있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학적 지식이란 감각세계, 인간의 감각에 주어지는 것 다시 말하면 공간과 시간상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공간과 시간상에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만 알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142쪽)와 연결되는 것 같아 인용해 봅니다.
둘째 시간에는 『실천이성비판』을 공부했습니다. 발제는 난희 샘의 갑작스런 유고로 미영 샘이 자원했습니다. 이를 두고 의리라고 표현하신 분도 계셨지만 저는 우리 공부 모임에 대한 미영샘의 헌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였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아름답고 훈훈한 모습이었습니다.
『실천이성비판』은 도덕의 문제를 다룹니다.
요컨대 도덕의 문제는 첫째로 선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서 유래하느냐 누가 선이라고 일컫는 것이 과연 선이며 무슨 뜻에서 선이냐 하는 것이다. 이 선의 원천 문제가 그 선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의 문제로 다시금 연결된다. 그런데 선을 실천할 인간의 능력을 자유라고 하므로 도덕 문제의 중심에는 자유 개념이 들어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142쪽)
칸트는 도덕법칙을 정언명령이라 부릅니다. 건화샘은 칸트가 정언명령을 인간의 이성으로부터 이끌어 낸 것이 『실천이성비판』에서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푸코를 공부하고 있는 만큼 푸코와의 연장선에서 칸트 사상을 이야기해 보자고 주문하셔서 칸트의 선의지와 푸코의 사회 참여에 대한 행위들을 연결 지어 보기도 하고 주체가 형성되는 면에서 푸코가 칸트를 비판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 시간은 『푸코의 맑스』를 윤독하고 구조주의를 비롯한 푸코의 생각들을 정리했으며 주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와우~ 현정샘 세미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후기네요! 토론 때는 얘기를 못 했지만, 칸트에게서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그 즉시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는가?'로 번역된다는 점이 의아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프로이센 한 귀퉁이에서 인간을 말하다... 우리도 일상적으로 '나' 혹은 '우리'의 경험을 '인간'의 차원으로 보편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