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 평전 2번째 시간이었던 이번 세미나에서는 대략 1950년대라 할 수 있는 10년의 푸코 삶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심리학에 심취했었고, 맑시즘에도 관심을 가졌었고, 그의 세계를 깨뜨려준 연인도 만났고, 스스로 유배라 말했던 웁살라, 바르샤바. 함부르크에서 프랑스어 교수와 문화원 원장이라는 1인 2역까지, 제 개인적으로는 푸코 인생에 있어 충만하고 풍성한 경험을 가졌고 그의 사유에 전환이 일어났던 다이내믹한 10년으로 느껴졌습니다. 연인이었던 장 바라케, 작품을 읽으며 만났던 바타유, 블랑쇼, 니체로 인해 맑시즘과 현상학의 빠져있던 푸코는 그들 덕분에 자신이 속한 세계를 깨고 나왔던 시기였습니다.
세미나 마지막을 뜨롬바도리와 푸코의 대담을 정리한 『푸코의 맑스』를 낭독했데요, 낭독하면서 그들이 푸코에 미친 영향을 더 강력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뜨롬바도리가 푸코에게 당신의 경험은 현상학의 경험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하는데요, 푸코는 현상학의 경험은 ‘생활경험’이라 말하고 자신이 말하는 경험은 ‘한계경험’이라고 구분을 합니다. “‘생활경험’이라는 어떤 대상을 가지는 매일의 일시적 형태 속에서 성찰적 응시를 통해”-《푸코의 맑스》, 35쪽, 미셸푸코 대담, 이승철, 갈무리- 경험을 파악하는 것이 현상학의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니체, 바타유, 블랑쇼는 경험을 통해 생의 불가능성에 가능한 한 가까이 위치한, 한계 혹은 극한에 놓여진 삶의 지점에 도달하고자 합니다.”-같은 책-
사실 첫 시간부터 ‘한계경험’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풀리지 않았던 그 질문에 이어 오늘은 ‘변환’에 대한 궁금증까지 피어올랐죠. 한계경험이란, 변환이란 뭘까요? 세미나에서 샘들의 얘기를 통해 제가 어설프게 정리한 것을 풀어보자면, 한계경험이란 나와 단절된 것을 경험하는 것인데 푸코는 이를 아주 의식적이고 논증적으로 그리고 학문적 도구로 작업합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무언가를 체계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경험을 하는 것이죠. 내가 속한 시대 속에서 상식이라 믿으며 관계 맺었던 진실들을 다르게 경험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이런 경험에서 나는 어떻게 오늘의 내가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오늘의 나와 다른 내가 될 수 있는지도 풀어갈 수 있구요. 이처럼 전과 다르게 나를 경험하는 것이 변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변환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더 넓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거나 더 나은 어떤 것을 목표로 삼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둔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경험을 자신의 경험으로 환원하지 않고 자신을 해체할 때 변환이 될 수 있습니다. 2차시에 우리가 읽었던 푸코의 10년은 그 이전의 푸코와는 또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푸코는 이 시기에 한계경험을 시작했고 그 후로도 그러한 작업을 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후기입니다. 댓글로 많은 이야기들 얹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부족한 후기'라고 말하는 소현샘의 '겸손하면서도 뭔가 익어가는 스멜이 느껴지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니체를 공부할 때도 그렇고 푸코를 공부할 때도 그렇고... 뜻모를 말들이 얽히고 설킨 실타레처럼 굳은 머리를 막 때리는 경험을 할 때, 그것도 일종의 한계경험이 아닐까... 도무지 내가 알던 것으로 풀리지 않는 이 말들이 일상 속을 막 휘저어놓을 때 놓치도 못하고 쥐지도 못하면서도 이상한 끌림에 그래도 다시 한 번 시작하는 괴로움의 경험 말이예요. 함께 공부하시는 샘들도 다 공유하고 계시리라 여겨지네요. 우리도 어쩌면... 지금 한계경험의 운무 속을 지나고 있는 중 아닐까요..다만 '더 넓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거나 더 나은 어떤 것을 목표로 삼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두면서' 말이죠. 희망도 절망도 없이...
"변환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더 넓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거나 더 나은 어떤 것을 목표로 삼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둔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경험을 자신의 경험으로 환원하지 않고 자신을 해체할 때 변환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거리두기! 오늘도 아들에게 '라떼는~'을 시전하는 저에게 필요한 말씀입니다. 소현샘 후기 감사합니다. ^^
성실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소현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소현샘. 내가 비움에 와서 처음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떻게 해야할까 난감할 때마다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이 늘 소현샘이었어요. 그때마다 귀찮은 내색 한 번 안 하고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던 샘. 힘들어서 그만둘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샘같이 진심으로 독려해주는 샘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네요. 고마워요. 화이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