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포스트휴먼 지식> 4장까지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1장만 겨우 읽고 참여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러던 중 세미나 초반에 ‘포스트휴먼’이 뭐고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뭘 보게 하는가하는 난희샘 말씀이 세미나의 출발이자 도착 지점을 말해주는 것처럼 들렸어요. 책을 다시 살펴보니 ‘포스트휴먼’이란 개념은 포스트-휴머니즘, 포스트-인류중심주의에 대한 비판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는 각각 만물의 보편적인 척도라 하는 ‘대문자 인간’의 휴머니즘적 이상에 대한 비판, 종들의 위계질서와 인류중심적 예외주의를 비판을 말합니다.(14쪽) 서구 근대의 ‘대문자 인간’의 개념은 ‘서구 유럽 중심의 인간’이 아닌 타자를 배제하고 또한 인간 종이 아닌 것들을 배제해왔던 것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저자는 포스트휴먼은 인간의 자리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한데 ‘인간’은 다 같은 하나가 아니라 물질적으로 신체화되고 뿌리박혀 있으며 차이적, 정서적, 관계적인 존재로 간주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문구가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세미나에서 언급해 주셨던 단어 중 ‘지도그리기’라는 단어도 눈에 들어왔어요. ‘지도그리기’는 급변하는 우리 시대의, 인간을 다루고 있는 현재의 과정들에 대한 적합한 이해에 도달하기를 목표로 하며 휴머니즘과 인류중심주의에 대한 비판들의 교차에서 생성되는 포스트휴먼 담론들이 출현을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30쪽) 이 부분을 보며 세미나의 과정도 ‘지도그리기’의 과정이란 생각이 드니 뭔가 한 걸음 더 내딛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경희 샘이 ‘소진’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고 하신 부분을 보면서 ‘소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부분도 좋았어요. 저자가 소진은 치료해야 할 병적 상태나 질환이 아니라 창조적 생성의 잠재적 상태(36쪽)라고 합니다. 그리고 소진은 심리적 분위기가 아니며, 정신적 성향이기는커녕 오히려 특정 대상에 결부되지 않은 자동사적 상태(35쪽)라고 했는데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어요. 이처럼 ‘소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듯이 저자는 포스트휴먼의 긍정적인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기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는데 이 개념도 생소하네요.)
이후 지식이 접속하면서 생산된다고 했던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제가 3,4장을 후루룩 보았더니 소화가 잘 되지 않았어요. 내일(실은 오늘) 세미나를 통해 잘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급마무리합니다^^; 저녁에 만나요!
소진은 치료해야할 병적인 상태가 아니라 창조적 생성의 잠재적 상태다 라는 부분은 제게도 엄청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진에 대한 긍정... 부정에 대힌 긍정...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소진의 사유에서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바타유의 "과잉에 대한 사유"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타유는 '과잉의 소모가 갖는 중요성'을 말하는데요. '전체를 보면 사회는 언제나 자신의 존속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한다. 사회는 과잉을 처분한다. 여기서 사회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사회가 그 과잉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이다. 초과량은 동요, 구조의 변화, 그리고 모든 역사의 원인이다. 과잉의 부분은 사치의 대상으로서 마땅히 소모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소진은 창조적 생성의 잠재적 상태, 심리적 정신적 성향이 아닌 오히려 자동적 상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좀더 깊이 사유를 넓혀나가고 싶습니다. 이 세미나가 '하나가 아니고 똑같지 않고 하지만 함께 하는 우리'로 계속 생성해나가는 사유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근데 곧 마무리 에세이가 다가오네요~~ 후덜덜덜~~ 역시 글에 대해서는 취약성을 감추기 어렵네요... 푸하하하하하하하~~
오호, 소진에 대해 심리적 분위기나 정신적 성향이 아니라고 했군요. 저도 호로록 읽었나봐요. 승현샘도 이야기해준 '특정대상에 결부되지 않은 자동사적 상태'로서의 소진은 무슨 뜻일까... 아, 그 부분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ㅠㅠ
샘 후기를 읽다보니 포스트 휴먼이란 (인간이 사라지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자리를 되묻는 문제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이것 만으로도 (기술진보나 기후위기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헛된 기대와 공포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