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후기
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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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리 세미나의 시즌 1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곧 다시 시작될 네버엔딩 세미나인지라, 잠시의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다들 시즌 1. 어떠셨는지요?
우리는 시즌 1에서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 <깨달음의 혁명>, 다이고쿠 다케히코의 <정보사회의 철학>,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 휴먼 지식>를 읽고, 생각나누기와 실천하기를 배웠습니다.
1. 소진
소진은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결여의 의미를 목적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도 내가 그것을 통해 변환하고 사유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 어떤 것들이 나를 ‘burnout’ 시켰는가? 내가 직장생활을 통해 왜 번아웃되었는가.를 고민해 보면서, 나의 소진 뿐아니라, 내가 ‘무엇을’ 소진 시켰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소진에도 수동적, 자동적, 능동적 소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자신의 소진을 보지 못하게 한다. 소진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상황들이 자신의 주변에 펼쳐지고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 소진되었다고 다른 상황으로 피해버리는 것이 현재의 상태일 수 있다.
어느 지점에서 각자가 소진되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우리는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가?
2. 지도그리기
배움이라는 것은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습득하려는 것으로 이미지 삼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일리리 세미니의 공부는 그 이미지를 전환하려는 시도들이었다. 발로 밟아가고 체험하면서 지도를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는 행위 = 아는 행위”로 지도그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배움을 지식 확장의 도구로 여기는 경우가 꽤나 있지만 우리가 배운 ‘지도그리기’에서 배움은 놀이이자, 가면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배운 놀라운 점은 우리는 흔히 ’비전‘, ’동일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존재와 만남 자체가 기쁨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그냥 ‘과정 자체’로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보다는 욕망에 더 관련된다 볼 수 있다.
3. 무력함
일리치의 무력함은 능력이 없음이 아니다. 누군가를 계몽주의적으로 계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성의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그렇게 ‘낮은 곳으로 임’하는 일이다. 우리가 무력함을 인정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보통 “책임=능력”이라며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우니 내가 돌볼 수 있는 것만으로 한계 짓는 경우가 생긴다. 그 순간순간에 내가 손닿을 수 있는 어떤 것까지 내가 책임을 지다보면, 어느 시점 또다른 조금더 넓은 관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4. 배움
배움이 ‘나’로부터 출발하여 ‘나‘로 되돌아오는 것과 문제의식이 절실하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었는데 그것은 문제의식마저 소유의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었다. 갈 길을 그려놓고 가는 길을 알고 있어서 내가 가는 길이 있는 것, 내 길을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나를 데려다 놓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글쓰고 책읽기를 어떻게 정교하게 할까에 대한 기술 습득의 공부를 넘어, 삶의 태도를 변환시키는 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불편한 ‘기미’에 민감하게 반응해 보고, 내가 표상하는 ‘나’를 고민해보자.
안해도 먹고 사는데 별 지장없는 배움이 내 안의 생명에게 더 간절할 수 있다. (인간은 언제까지나 존속할 그 무엇이 아니라, 해변가에 그려진 얼굴이 파도에 이내 씻겨 버리듯 그렇게 금세 지워져버리고 말 것이다.-미쉘 푸코)
5. 다양한 관계 맺기
타자와의 관계에서 변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취약성, 소진, 고통을 능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갈등에 직면했을 때 부정적 정념들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것으로 변환하여 타자들과 주고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해갈 수 있다. 차이가 있는 관계에서 “차별”을 만들어내지 않고 그 관계를 교육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놓여있는 현장과 횡단적 관계 -‘교사와 학생 사이’에 대해 고민해보자.
6. 긍정
긍정이 무엇인가? 어떤 사건을 봤을 때, 부정적 사건에서도 이면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함께 읽은 <포스트휴먼 지식>에서 ‘긍정’은 ‘더는 아닌 것’과 ‘아직 아닌 것‘사이를 이행하는 문제랑 연관된 듯하다. 여기에서 긍정이란 지금 주어져 있는 것을 주어져 있는 것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아직 현실화 되지 않은 잠재태로 경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동일성에 기반해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반응하는 형식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도 변형되고 그것도 변형되는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것을 긍정이라 말하고 있다.
어린이날이라 쉬지만, 쉴 수 없는 날이라 이만 후기를 작성하고, 나가보려해요.
어제 이야기 중, 아이는 길가의 지렁이를 보면 지렁이에 집중하느냐 차를 못 보고, 어른은 차를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런 아이들을 만나러 가봐야해서요~
오늘은 비가 오니 지렁이도 많이 나왔겠네요~
처음 접하는 용어, 사유들이 많아 어려웠지만, 공부를 좋아하시고, 공부에 설레하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세미나라 즐거웠습니다.
실존에 대해 곰곰이 고민하시고, 상황과 생각과 마음을 잉여없이 드러내놓을 수 있는 선생님들과 만남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시즌 2에서 모두 다시 뵐 수 있기를 희망하며, 공부에 설렘이 있으신 다른 여러 분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전체적으로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네요~수고했어요~우주의 아이~ 정성껏 마련했던 간식도 맛있었고요~^^
후기가 무슨 문체 실험 같습니다요ㅋㅋㅋ. 다양한 목소리들이 주어 없이 섞여들어 있어 암호처럼 해독하는 맛이 있네요. '우주의 아이'(신카이 마코토 신작 같네요) 영아샘 에세이 쓰고 후기도 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