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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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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의 철학(다이코쿠 다케히코 저)’을 이반 일리치 세미나에서 왜 읽는 것일까? 이 책이 이반 일리치를 현재로 데려다 놓는 부분은 어디일까?
도래한 정보사회가 편리하면서도 두렵고, 헷갈리는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편리하므로 맘껏 활용하다가 디지털 세상이 인성을 침해할 것 같아 나를 잃을까 두렵다가도, 누군가는 그 세상에서 또다른 자아로 사는 것을 보면 삶의 방식에 고정된게 뭐가 있을까 싶다.
맥클루언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 했다. 미디어는 매체인데, 그 매체가 어떻게 메시지가 될 수 있는가? 맥클루언은 매체의 변화에 따라 메시지가 담기는 방식이나 사람들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이야기하며, 음성이 주류 매체였던 시대의 직접 대면하는 촉각적 공동체를 구현한 것 같이 ’대중매체- 텔레비전‘의 시대에도 ‘전성원이 하나된 의식으로 융합하는 원초적이고 부족적인 공동체’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을 희망했다. ‘제작된 정보콘텐츠가 복제되고 불특정 다수의 수용자에게 상품으로 일제히 송신되는 환경, 즉 대중매체 생태계‘가 생겨난 시대에 말이다. 매체는 도구로 활용되는 듯 하지만, 도구인 매체는 우리의 신체의 확장이며, 도구 자체가 주체가 되어 내용의 방향을 설정하는 시대, 도구 자체인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가 될 것인가? 궁금하다.
‘공동체론으로서의 미디어론(p26)’이라는 소제목을 살펴보자. ‘정보사회라는 말은 원칙적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삼는 네트워크 사고방식을 의미한다.(p30)’ 저자는 정보사회에서도 공동체에 기여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철학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 여태까지 발명한 기술은 모두 인공적 감각기관, 감각의 연장물이다.(p24)‘라는 맥클루언의 발상은 매일 접하는 스마트 기기에 대해 고찰을 하게 한다. ‘미디어 생태계가 체험의 조건이자 필수환경인 이상 미디어 생태계의 재조합은 인간 체험의 틀을 엄청나게 바꾸어 놓는다.(p25)’ 나의 편리를 위하여 사용하는 듯하지만, 어느새 기기들은 나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나의 감각과 나의 두뇌와 나의 정서의 여러 부분을 그 기기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의존하고 있다. ‘이용자의 지능과 주체성 일부를 범지에 양보함으로써 편리성을 확보한 것이다.(p60)’ 그런데 그 기기들은 비단 나만의 소유만이 아니다. 그 기기들은 또 다른 기기를 가진 생명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그 기기들의 소유주인 다른 생명체들의 감각, 두뇌, 정서들이 데이터의 쓰레기로 축적되다가 분류되고 방향이 되어 또다른 나의 감각과 정서와 사유와 신체를 구성한다. 무엇이 무엇을 소유했는지의 관계를 초월한 듯 보이며, 우리는 벌써 온라인 상에서는 하나의 엄청나게 큰 유기체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구글로 상징되는 범지로서의 웹, 인간을 요소로 삼는 지구 규모의 거대한 인공지능, 지능과 주체성을 갖춘 범지가 완성된다.(p61)’ ’즉 대상과 주체의 범지로의 합일이다.(p59)’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가상 세계에서도 이뤄지고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연결되어있으니, 엄청난 공동체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우리가 머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에서 안에서, 그 매체의 범지를 초월하여 ’학지‘를 고민해보는걸까?
‘현대기술의 본질이란 그가 ‘몰아세움’이라고 부른 존재자를 총동원하는 자기목적적 운동으로 존재한다는 것, 기존의 철학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다룰지 모른 채 사명을 끝냈다는 것, 인공두뇌학이 기존의 철학을 대신하여 기술 시대의 자기의식으로서 사상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p62)‘, ’학지는 제도적 권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가 별들의 일주운동이 지구의 공전과 자전임을 알 때 이미 일상적 의식을 넘어 학지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일상의 의식은 그 이상, 바깥으로라는 학지의 초월을 감행한다. 바꿔 말해, ‘고립된 개인’이라는 ‘억측적 사고=일상적 의식’이 메타 수준의 고차원적 의식으로 발전할 때 자아는 학지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견지에서 자신을 가리킨다. …..결국 학지란 일상적인 여러 현상을 체계적 학의 수준에서 관계적 태도 내지 체계에의 의지로 바꾸는 작업이다.(p33)’, ’체계적인 학으로서의 철학이 요청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p64)’ 나는 앞 사람 뒷 사람 옆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더 나아가 더 큰 공동체 안에서 나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었다. 하지만 미디어 안에서 나의 좌표가 달라질 것임을 생각해본바 가 없다. 고유의 육체가 있는 내가 고유한 육체가 있는 대상을 상대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해만 고민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정보사회 안에서 나의 공동체는 비단 체를 갖춘 공간만이 아닌 듯하다. 지금 내가 ’메타 수준의 고차원적 의식‘으로 지금 벌어지는 휩쓸려갈 것 같은 변화의 정보사회를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떤 관계에서 어떤 체계적 의지로 생을 구성할 수 있을까. 적어도,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닌 것에 대해 부정하며 실체에 다가가지 못하였던 것처럼 실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고정되어버리거나, 온갖 자극에 휩쓸려 정신줄을 놓는 파괴적인 태도를 가지지는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요근래 나는 주는 것에 관하여 곰곰이 생각 중이다. 일리치와 함께 찾아온 고민이다.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에 준다는 것은 어렵고 귀하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려서부터 사랑의 동기가 아닌 것은 하지 말라고 줄곧 들으며 자랐고, 정서적이든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무엇을 나눈다는 것은 사랑의 마음을 담는 표현이라 생각해왔다. 사랑과 자비는 어느 상황에서도 존재해야하는 것이며, 그렇게 몇 가지 단순한 삶의 기준만 지키며 살면 된다고 여기며 말이다. 어제 난희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과 자비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가를 배웠다. 그것을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것을 배우려는 것이 지금 내가 서있어야할 지점이 아닐까 한다. 고마워요~❤️
영아샘 진지한 고민이 뚝뚝 묻어나오는 후기네요...! 미디어와 같은 기술적 환경과의 관계에서 스스로의 좌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 사랑과 자비를 구체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특히 와 닿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조금씩 시선을 입체화하는 것이 고립된 견해를 넘어 학지를 향해가는 길이 아닐까 싶네요. 후기 잘 읽었어요~~
좋은 세미나 마련하느냐 고생하는 건화쌤. 노고가 크세요. 고마워요~❤️
와~~ 우리가 읽은 '정보사회의 철학'이 제게는 퍽 서걱대며 다가온 텍스트였어요. 일리치의 텍스트는 영적이라 어려웠다면, 이 테스트는 단어가 고체성을 띠고 있는 것처럼 딱딱해서 뚫기가 힘들었다는 뜻이랍니다. 우리의 토론도 그만큼 어려웠는데 ᆢ그 난해했던 토론을 영아쌤이 참 잘 정리해주셨네요. 저는 지식.정보. 데이터의 차이를 설명해준 부분에서 뭔가 어슴푸레한 비전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데이터란 정보와는 차원이 다른 그 자체로 무목적적인 흐름이라는 것. 데이터 그 자체의 옥석은 가리는 자의 것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잘못하면 허무로 빠지겠으나 ᆢ그래서 학지의 치열한 구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습니다. ㅎㅎ 그리고 샘과 나눈 시혜에 관한 이야기는 저도 열심히 고민 중인 문제고요. 공부는 그 공동체가 반이상을 한다는 게 저의 믿음인데, 우리는 그런 점에서 무척이나 복받은 사람들인 것 같죠?
네~쌤께서 단도직입적으로 던져주시는 화두가 참 좋은 접니다. 그렇게 복 받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댓글을 쓰면서도 세미나 쌤들과 공유하고 싶은 저의 메세지가 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할때가 많습니다. 쌤들에게 전해지고 싶은 이 마음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가닿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미지의 공간을 무척 의지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엄청난 공동체가 생긴 게 분명하지만 어떻게 일리치가 강조하는 자율적 공생의 공동체 정신과 연결될수 있을지 다같이 더 고민해 보아요~~ 파고들어 봅시다!
저는 이 사이버 공간이 낯설고, 더 오프라인 상에서 머물고 싶고,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는 것은 최소화하고 싶었는데, 지금 책을 보니, 벌써 제 삶에 온라인이라는 공간으로 연결된 세계가 들어와있더라구요~ 휵쌤과 여기서도 이렇게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과 휵쌤의 댓글에서도 그 간절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분명 연결은 연결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감사해요❤️
'공동체에 기여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철학'. 우와! 저는 정보사회, 네트워크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미디어라는 매체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미디어라는 환경이 제 자신을 대단히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탓하기에 급급했는데... 저도 분명 그 네트워크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한 요소이지요. 에구 갑자기 책임의 무게가 팍 하고 느껴집니다. ㅎㅎ. 그래서 어떤 태도와 선택을 해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