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지식의 고고학』 3장 ‘언표와 문서고’의 1번 ‘언표의 정의’와 2번 ‘언표적 기능’을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푸코는 ‘문서document를 기념비화monument하라’라는 독특한 슬로건으로 서론을 열었던 푸코는 1장에서 담론적 장(場)의 밑그림을 그린 뒤 이제 본격적으로 고고학적 분석의 개념적 재료들과 도구들을 다듬고자 합니다.
이번에 우리는 푸코를 따라 담론(언설)의 원자라고 할 수 있을 언표의 개념규정과 그 존재양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언표란 무엇일까요? 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간단하면서도 까다롭습니다. 단순히 말해서 연표란 ‘말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는 너무나 느슨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말해지고 글로 쓰인 모든 것이 언표라면 말이나 글이라고 안 하고 낯선 개념어를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언표는 다른 언어학적 개념 및 단위들을 모두 포괄하는 걸까요? 토론 때 나왔던 얘기이기도 한데, 그럼 그림이나 낙서는 언표의 범주에 포함될까요?
언표의 정의에 접근하자면 그 개념을 통해 푸코가 싸우고자 하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질문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푸코는 언표를 명제, 어구, 담화행위와 구분하고자 합니다. 가령 논리학은 명제를 언어의 기본 단위로 봅니다. 우리가 『말과 사물』에서 읽었던 일반문법에서처럼 be 동사(être 동사)의 단언하는 기능이 언어를 성립시키는 문턱을 형성한다고 보는 거겠죠? 그래서 여기에서는 말해진 것이 함축하고 있는 명제로서의 가치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아무도 듣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과 ‘아무도 듣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학적으로 동일한 진술입니다. 논리학은 이런 식으로 언어를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명제의 진리치로 환원하는데요. 이는 결국 말해진 것을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 쪽으로 수렴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결국 어떤 명제의 참, 거짓을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지시대상과 맺고 있는 관계이므로.
다른 한편으로 문법학자들은 어구라는 단위를 붙듭니다. 이들은 통사론적인 접근을 통하여 말해진 것들에 일정한 지위를 부여합니다. 문법적으로 완성된 문장이 아닐지라도, 가령 ‘이 남자!’라는 불완전한 문장에서도 우리는 명사적 언어 계열소를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우리는 언어의 물질성을 놓쳐버리고 결국은 말해진 것들을 문법적인 의미작용으로 환원해버리게 됩니다. 또한 숫자나 그래프, 계통학적인 나무 등 전혀 문법적인 구조를 함축하고 있지 않은 언표들을 놓치게 되죠. 또한 언어분석에서는 ‘담화행위speech act’라는 단위를 통해 말해진 것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이는 굉장히 혁신적인 관점으로 언어를 죽어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세, 기도, 계약, 약속, 증명 같은 담화행위적 단위들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상이한 언표들을 제대로 식별해내지 못합니다. 담화행위라는 프레임은 언표적 계열들을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둔중하며, 반대로 언표적 계열들에 의해서 담화행위라는 언어적 기능이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한 마디로 위에서 언급한 언어적 단위들은 ‘문서를 기념비화하기’라는 푸코의 관심사에 비추어보았을 때 적절한 재료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말해진 것을 그것 자체의 역사적인 두께 속에서 파악하도록 해주기보다는 그 지시대상이나 의미작용 혹은 그것이 수행하는 의례적인 기능과의 관계 속에 고립시킵니다. 반면 푸코에 따르면 언표의 상관자는 언표적 좌표계입니다. 수학에서 좌표계란 공간상의 한 점의 위치를 표시하는 숫자들의 순서쌍인 좌표를 정하기 위한 체계로서, 원점과 기준 길이, 기준 축이나 기준선들의 집합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좌표계란 다른 지점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 한 지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게 해주는 수학적 도구입니다. 따라서 언표적 좌표계란 인접한 언표들과의 관계 속에서 한 언표의 지위와 언어표현의 수준을 특성화할 수 있게 해주는 언표적 집합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푸코는 언표라는 단위를 통해 말해진 것을 익명적이면서도 물질적인 언어적 집합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당연시하는 전제나 범주, 단위들을 출현시키는 역사적 선험성의 층위로 내려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보여준 다이어그램도 일종의 언표적 좌표계가 아닐까 싶네요.
다음 시간에는 『지식의 고고학』 3장을 끝까지 읽고 과제를 작성해오시면 됩니다. 채운샘 특강이 있을 예정이고요. 간식은 호진샘께서 준비해주시겠습니다!
명제, 어구, 담화에 있어서 지시하는 대상으로 수렴, 문법적인 의미작용, 의례적인 기능과의 관계속 고립이 발생하므로 자명성을 탐구하는 게 아닌 지식의 고고학은 말이나 언어라는 용어가 아닌 그런 것과 구분되는 언표라는 것을 썼다는 ~ 간결하고 핵심적인 설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제, 어구, 담화에 있어서 지시하는 대상으로 수렴, 문법적인 의미작용, 의례적인 기능과의 관계속 고립이 발생하므로 자명성을 탐구하는 게 아닌 지식의 고고학은 말이나 언어라는 용어가 아닌 그런 것과 구분되는 언표라는 것을 썼다는 ~ 간결하고 핵심적인 설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