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말과 사물』 6장 ‘부의 분석’ 1~4번을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사실 경제학 지식 자체가 없다시피 한지라, 16세기와 17~18세기의 경제에 관한 앎의 영역에 대한 푸코의 분석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로 흥미로웠던 것은 16세기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푸코는 르네상스 시대에 “사제-왕, 철학자, 대장장이라는 세 가지 주요한 기능이 서로 합쳐진다”(254쪽)고 말합니다. 신의 말씀을 해석하고, 국가를 통치하고, 진리를 추구하고, 화폐를 주조하거나 다루는 일들이 동일한 것의 다른 표현 정도로 여겨졌다는 의미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부의 현현이자 교환의 매개이기도 한 금과 은이 생겨나는 동굴과 광맥, 그리고 사람들이 욕망하는 대상인 지상의 재화들, 그리고 금·은과 마찬가지로 반짝거리며 광물로 이루어져 있는 우주의 별들.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이 세 층위가 서로 유비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는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된 독립적 영역일 수 없었겠죠. 신의 섭리와 별들의 운행과 자연의 순환과 인간 사회의 움직임. 이 모든 것들을 폭넓게 이해해야만 화폐의 흐름을 적절히 다스려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이 자명해보이지 않았을까요?
나카자와 신이치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가 떠올랐습니다. 나카자와는 근대 경제학이 다루는 ‘교환’의 차원은 ‘증여’와 ‘순수증여’라는 조건 위에서 성립한다고 말합니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맺음들,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온갖 것들은 ‘교환’의 관점에서 충분히 포착될 수 없고 오히려 ‘증여’의 관점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농작물이 자라고, 가축이 살이 찌고, 기술이나 지식 등등이 생산되는 과정에는 언제나 주체를 특정할 수 없는 ‘자연의 순수증여’가 개입한다는 것이죠. 저는 나카자와가 제시하는 이러한 (탈근대적) 관점이 르네상스 시대의 화폐와 부에 관한 사유와 밀접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제'의 영역을 실체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그러나 사실 부와 화폐 사이의 다소간 혼란스러운 동일성이 아니라, 화폐를 부의 재현 및 분석의 수단이 되게 하고 거꾸로 부를 화폐가 표시하는 내용으로 만드는 의도적인 연관성이 ‘중상주의’로 인해 처음으로 확립된다. 유사성과 표지의 오랜 순환적 지형이 느슨해지고 재현과 기호라는 두 가지 상관적인 평면에 따라 전개된 것처럼, 중상주의 시대에는 ‘귀금속’의 고리가 해체되고 부가 필요와 욕망의 대상으로 전개되며, 부를 표시하는 주화의 작용에 의해 부가 나뉘고 서로 대체되며, 화폐와 부의 상호 관계가 유통과 교환의 형식으로 확립된다.”(푸코, 『말과 사물』, 민음사, 256쪽)
다음으로 고전주의 시대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와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화폐를 지각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고전주의 시대가 되면 ‘부의 영역’이 확정되고, 화폐는 그러한 영역에 대한 재현의 기호가 됩니다. 마치 고전주의 시대로 오면 르네상스 시대에 문자가 지니고 있던 물질성이 사라지고 언어는 재현의 기능만을 부여받게 되는 것처럼요. 화폐는 ‘부의 재현 및 분석의 수단’이 되고 부는 ‘화폐가 표시하는 내용’이 됩니다. 그러니까 고전주의 시대에 확립된 부의 영역이란 화폐가 재현할 수 있는 것, 교환 가능하고 비교 가능하며 분석 가능한 재화들로 한정됩니다.
부의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화폐의 유통량을 조절하는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생산물들의 양과 적절한 비율을 이루도록 하는 것,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의 손을 거치고 적어도 각자의 생계를 나타내는 데 필요하고 충분한 통화량을 결정하는 것”(270쪽)이 가능하고 또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듬성듬성 이해한 바에 따르면 여기서 화폐는 부를 나타내고 또 부가 사회의 곳곳을 적절히 흘러다니면서 스스로를 불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로크가 화폐를 피에 비유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죠.
(조금 뜬금없는 전개일 수 있지만) 이런 관점에 비추어 본다면 오늘날 우리의 ‘신용화폐’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산업화된 국가들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97% 정도는 은행이 ‘신용창조’라는 요술을 부려 만들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은행은 ‘부분지급준비제도’라는 제도를 통해서 실제로는 가지고 있지 않은 돈을 고객들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폐의 대부분은 이렇게 은행이 창조해낸 ‘빚’이라고 합니다(자세한 것은 김종철 선생님의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를 참고해주세요^^;). 지금 유통되고 있는 화폐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부의 재현이나 국가의 혈액이 아닌 건 분명해보입니다.
다음주는 2학기 마지막 시간입니다. '교환하기'를 끝까지 읽고 과제를 해주시고요. 간식은 성희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끝나고 회식이 있습니다! 한 학기 뒷풀이나 마찬가지니 많은 참여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