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학기는 그저 맛보기이자 준비운동이었을 뿐! 본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1학기에 푸코 평전을 읽으며 부쩍 푸코와 가까워진 느낌이었는데, 『말과 사물』 첫 페이지를 펼쳐드는 순간 또 어찌나 아득하게 느껴지던지요. 특히 1장 ‘시녀들’은 정말로 퍼즐을 맞추듯 읽어야 했지요. 푸코의 멱살을 잡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 그래도 새벽샘, 성희샘, 훈샘 세 분의 뉴페이스들과 너무 오래 못 뵈어서 새로 합류한 것만 같이 느껴지는 경혜샘, 진아샘, 현숙샘까지... 일단 빵빵한 인원수에서 든든함을 느껴봅니다. 인해전술로 푸코를 읽어버리자고요(아... 이거 아닌가요^^?).
아무튼 다행히 첫 시간에는 채운샘께서 빠방한 강의로 방향을 잡아주셨습니다. ‘방법론으로서의 푸코’라는 제목에 걸맞게 채운샘은 푸코의 방법론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강의를 풀어주셨습니다. 푸코의 방법론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역사적으로 사유하기’가 아닐까합니다. 푸코는 시종일관 ‘역사성’에 입각해서 철학을 했고, 역사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푸코적 의미의 ‘역사성’이란 무엇일까요? 당연히 이것은 그가 ‘역사’를 연구했다는 것, 역사 문헌들을 재료삼아 사유를 전개했으며 『광기의 역사』, 『감옥의 역사』, 『성의 역사』를 썼다는 ‘팩트’를 말하는 건 아닐 겁니다.
푸코가 역사적으로 사유했다고 말할 때 ‘역사’는 니체적 의미의 역사입니다. 니체는 ‘역사적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이상학자들을 비판했는데요. 풀이하자면 이는 그들이 어떤 전제들, 관념들, 가치들을 구체적 시공간과 동떨어진 자명한 토대로 삼아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썼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사고는 시공간을 떠나지 않는다. 그 무엇도 구체적 삶의 조건과 그것을 그러한 방식으로 존재하도록 하는 동시에 한시도 고정되어 있을 수 없도록 하는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들을 바깥에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역사적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니체는 역사성에 입각해서 사유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계보학’을 실천하는데요. 이때 계보학이란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의 기원으로 내려가서 그로부터 순수한 형태의 무엇이 아니라 복수적인 힘들을 복원해내는 것입니다.
푸코는 니체의 방법론을 가장 적극적으로(어쩌면 니체 자신보다도 더 급진적으로) 자기화한 철학자가 아닐까합니다. 푸코가 고고학 또는 계보학이라고 불렀던 사유의 기술. 푸코는 문헌들을 가지고 문자 그대로의 고고학을 실행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글로 씌어진 자료들은 마치 고고학자들이 다루는 유적의 파편과도 같았습니다.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체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열화’의 작업을 통해서만 어렴풋한 윤곽을 드러낸다는 점에서요. 니체가 기원으로 내려가는 작업을 통해 특정한 관념이나 가치로부터 복수적 힘을 발견하고자 했다면, 푸코는 계열화의 작업을 통해 역사적 단절, 틈, 불연속을 표면화하고자 했습니다. 니체와 푸코 모두 과거의 어떤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시공간을 경유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사유에 역사성을 되돌려주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푸코는 『말과 사물』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느냐. 궁극적으로는 고전주의 시대(17세기 중엽~18세기 중엽)와 근대(18세기 중후반 이후) 사이의 거대한 불연속을 사유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두 시기 사이에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의 이미지가 완전히 변모하게 되는데요. 푸코는 이를 이성의 진보가 아니라 사물을 분류하고 지식의 대상으로 정립하는 메커니즘이 달라진 것으로 파악합니다. 'ordering'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지요.
인식이 하는 일은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세계를 분절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계절은 어떤 문턱도 없이 흐를 뿐이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잘라내어 ‘봄’이나 ‘여름’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죠. 그렇게 해서 분절된 개개의 대상들이 우리 눈앞에 출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서부여의 작업이 아무런 규칙도 없이 자의적으로 수행되는 것은 아니지요. 혹은 이것이 사물들 자체에 내재해 있는 어떤 자명한 이치를 규명해내는 작업도 아닐 겁니다. 우리의 의식에 앞서는 어떤 ‘판’(도표)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사물들의 ‘의미’를 파악하게 됩니다.
푸코는 고전주의와 근대 사이에 이루어진 대상들을 분류하고 배열하는 도표 상의 변환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부의 분석, 자연사, 일반문법으로부터 경제학, 생물학, 언어학으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어떠한 단절과 불연속이 존재할까요? 푸코가 이러한 불연속을 통찰함으로써 가시화하게 되는 고전주의와 근대 각각의 에피스테메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이는 또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주게 될까요? 앞으로 읽어나가며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다음 시간에는 『말과 사물』 1부 1장 ‘시녀들’을 다시 읽고 꼼꼼하게 정리를 해오시면 됩니다. 채운샘이 강조하셨듯 푸코의 맥락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제는 일요일 자정까지 푸코세미나 숙제방에 올려주시고요. 프린트는 난희샘, 소현샘께서 해주시면 됩니다. 간식은 설샘께서 준비해주십시오. 그럼 다음주 월요일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