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우리는 『텍스트의 포도밭』 셋 ‘수사의 읽기’를 읽었습니다.
‘수사의 읽기’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저자 일리치는 학자처럼 글을 읽는 방식(학자식 읽기)이 생겨나면서 수사처럼 글을 읽는 방식(수사식 읽기)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그럼 우선 학자처럼 글을 읽는 방식과 수사처럼 글을 읽는 방식은 무엇이 다를까요? 학자처럼 글을 읽는 방식은 ‘문자에 대한 접근 방법 중 하나로 책을 중심으로 읽는 방식입니다. 이는 일리치에 따르면 서양 학교 제도의 확립을 800년 동안 정당화했으며, 또 서양 세속 종교의 핵심이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책이 삶의 궁극적 존재 이유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에 대한 비유가 하느님으로 향하는 길, 지혜로 향하게 하는 도구, ’만물을 잉태‘하기 위한 도구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도구라는 개념을 일리치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망치라는 도구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못을 박는 데 쓰임으로써 집을 짓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개념은 일리치가 12세기 후고의 『디다스칼리콘』(가르침, 교육, 지식 입문, 읽기 기술에 관한 최초의 책)을 이 책에서 해설하면서, 중세의 독서 습관과 상징으로서의 읽기를 제시하면서 수사식 읽기에서 학자식 읽기로의 이행을 보여줍니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컴퓨터로 ‘읽고 쓰기’, 많은 문자들이 암호화된 메시지가 되는 상황을 학자식 읽기에 대한 위협으로 1960년대에 느낍니다. 그렇다고 일리치가 그런 세상을 비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서로 구별되는 읽기 방식의 공존’할 수 있다고 하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유대교의 슐, 이슬람의 메데르사, 또는 수도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읽기의 집을 소개 합니다. 그러면서 일리치는 우리에게 ‘현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을 얻고 싶다면 ‘여러 읽기 유형을 실험해보라고’ 권합니다... 그럼 ‘수사의 읽기’를 알아보겠습니다.(머리말)
후고가 가르치는 ‘읽기’는 수도원 활동입니다. 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자질. 훈련, 규율’이 필요합니다. ‘타고난 자질이란 귀에 들리는 걸 쉽게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굳게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고난 자질을 계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타고난 자질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후고는 ‘배운 것이 없는 하인이나 엉성한 멍청이’이라 해도 ‘그는 매일 일곱 번 성가대 모임에 참석하고, 책을 앞에 두고 『시편』의 노래를’ 부르면, ‘가장 학식이 높은 형제처럼 염소들을 지키면서 그것을 입으로 되뇔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타고난 자질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타고난 사람들이 주로 수도원 생활을 하는 것일까요, 어쨌든 수도원 생활에는 타고난 자질, 훈련, 규율이 있고, ‘읽기’와 생활방식이 하나로 통합됩니다.
후고는 읽는 사람에게 ‘기쁨’을 찾으라고 권합니다. 그러면서 숨 막히게 하는 지식은 아무런 기쁨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숨 막히게 하는 공부하면 뭐가 있을까요? 입시 공부? 그러면 기쁨을 주는 공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는 ‘읽기에서 시작하여 묵상으로의 절정’을 이루는 공부입니다. 묵상은 진리를 응시하고, 사물의 원인들을 모으고, 모호한 것은 전혀 남기지 않으며, ‘때때로 어려워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묻고자 하는 열의‘에서 기운을 얻으며, 근면하게 하는 공부입니다. 묵상은 우리가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 신체적 운동을 기초로 한 활동, 집중적인 읽기 활동으로 우리가 그런 읽기 공부를 갈망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때, 우리가 기쁨을 얻을 수 있고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다음으로 『중세의 지식인들』중에서 ‘13세기, 성숙과 그 문제들’과 ‘대학인에서 인문주의자로’를 공부했습니다.
13세기 대학들의 세기, 조합들의 세기입니다. 상당수의 구성원을 가진 직업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옹호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독점권을 수립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합니다... 대학조합들은 구성원들의 때로는 교회 권력과의 대결을 통해, 때로는 세속 권력과의 대결을 통해서 그들의 자율성(권력)을 획득합니다.
직업인으로서의 대학의 구성원은 13세기가 되면 문필가이자 독서가이자 교수로서 그들은 완전한 연장을 갖추게 됩니다. 이제 전문가가 된 지식인은 책과 서안, 펜, 서안(독서대)등 많은 도구를 지닙니다. 대학에서는 책을 널리 사용함에 따라 양피지 제조 기술이 발전하고, 빨리 쓸 수 있는 고딕체와, 깃털을 쓰게 돠고, 책의 장식은 줄고, 장식문자들과 삽화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신속한 제작을 위한 생략부호의 증가, 가능한한 알파벳 순서에 의한 정리 등, 이러한 지적 발전은 소책자-책의 시대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문자문화 최초의 혁명으로 인쇄술이 오기 전, 책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도구가 됩니다. 지식인들의 도구인 책은 산업적 산물이자 상업적 대상이 되어 대학의 그늘에서 필사자들-흔히 가난한 학생들이 필사자로 일하여 생계를 꾸렸습니다-과 서적상들이 번창했습니다. 그들은 당당한 일꾼으로, 대학인들의 특권을 누렸고, 조합원의 정원을 늘리며, 장인 조수들을 대폭 고용하여 조합을 확대시키며, 국제적인 출판업자로까지 확대되는 거물들도 있었습니다. (115~186)
중세 말기의 변화는 인구 증가가 정지하고, 뒤이어 기근과 흑사병으로 인해 치명적으로 인구가 감소합니다. 금과 은의 부족으로 화폐의 기근이, 수많은 전쟁으로 인한 서양의 경제적‧ 사회적 구조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봉건 지대는 점차 화폐의 형태로 지불되어 사회적 여건들을 바뀝니다. 그 사이에서 간극이 생겨 장인계층은 농민 대중의 처지에 합류하게 되고, 도시 부르주아의 상류계층은 발전하여 전 자본주의적 활동과 확보해 놓은 부동산 소득으로부터 이중의 이익을 취하면서 옛 지배 계급화되어가고, 귀족, 계율 성직자, 재속 고위 성직가 등 옛 지배계급들은 위기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복구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는 정치 권력이 나서서 경제 세력들을 돕는데, 그리하여 군주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부와 권력과 위세를 얻기 위해 공무원이나 궁신, 예전의 세도가들은 독재 군주제에 가담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세의 지식인들은 사라질 것이며, 인문주의자라는 새로운 인물이 될 것입니다.
노동의 세계에 속하느냐 특권집단에 통합되느냐, 중세 말기의 지식인은 보수를 받는 노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 학생들에게 한층 더 탐욕스럽게 수업료를 요구하고, 시험 때 학생들이 교사에게 주기로 되어 있는 선물들에 관한 규정을 한층 강화하며,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 만한 대학 경비는 극도로 제한합니다. 그와 동시에 대학에는 학부의 활력소이던 하층계급 학생들의 공급이 차츰 끊기게 되지만, 교사들은 고리대금업자가 되어 가난한 학생들에게서 변리를 취하며, 흔히 책을 담보로 잡아두곤 했습니니다. 이런 와중에 대학 인력의 갱신은 세습화 경향을 띠게 되고 그러면서 지적 수준은 현저히 저하되고, 대학 사회는 하나의 특권계급이 됩니다. 이제 학문은 소유이며 재보이니, 권세의 도구가 됩니다. 그러면서 고명해진 이 인물들은 더 이상 노동자들과 혼동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19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