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사한 자의 아들에게 연향을 베풀고 종묘에 약제사를 지낼 적에는 악이 있고, 가을에 노인에게 연향을 베풀고 종묘에 제사를 지낼 적에는 악이 없으니, 이는 음과 양의 뜻이다. 무릇 마심은 양기를 기르는 것이고, 무릇 먹음은 음기를 기르는 것이니, 그러므로 봄에는 약제를 지내고 가을에는 상제를 지내며 봄에는 고아에게 연향을 베풀고 가을에는 노인에게 음식을 먹이는 것이 그 뜻은 똑같은데, 마심은 양기를 기르는 것이므로 악이 있고 먹음은 음기를 기르는 것이므로 악이 없으나, 무릇 소리는 양이다.(11.3)
이번에 읽은 <예기>에서는 인간이 음양에 참여하는 일로서 제사가 나옵니다. 제사는 자연의 운행과 그 기운데 따라 그 절차도 의미도 달라지는 것이죠. 봄에는 양기를 기르는 약제사를 지내면서 그에 따른 악(樂)을 행합니다. 가을에는 음기를 기르는 상제를 종묘에서 지내며 악을 행하지 않죠. 제사라고 무조건 음악이 있는 건 아닌 것입니다. "악은 양으로 말미암아 온 것이고, 예는 음으로 말미암아 온 것"이기 때문에, 음양의 조화를 위해 음악이 쓰이기도 하고 쓰이지 않기도 하는 것이죠.
음양의 조화와 만물의 마땅함은 이런 점에서 전혀 관념적이지 않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그 사회의 마땅함이 행해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기운에 따라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도 달라집니다. 봄에는 전사한 자의 아들을 모아 그들에게 연향을 베풀어 양기를 북돋고, 가을에는 노인들을 모아 음식을 먹이면서 음기를 북돋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복지 기능도 겸하고 있었던 것이 바로 고대의 제사였던 것이죠. 게다가 이들, 유가족과 노인은 단순히 시혜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제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요청되었습니다. 이점은 고대의 제사를 통한 공동체 결속이 사람들을 의식에 참여시켜서 역할을 다하게 하는,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느 문화권에서나 어떻게 하면 물자가 분배되면서도 시혜에 그쳐서 사람들 관계에 상처가 나지 않을까 고민하는 흔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한 의례들이 있어왔고요. <예기>에 나오는 제사는 그것을 아예 자연의 리듬에 인간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꽤 세련된 방법으로 보입니다.
<子罕第九> 12 子疾病, 子路使門人爲臣. 病間, 曰, “久矣哉, 由之行詐也! 無臣而爲有臣. 吾誰欺? 欺天乎! 且予與其死於臣之手也,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 且予縱不得大葬, 予死於道路乎?”공자(孔子)께서 병(病)이 심해지자, 공자께서 이때 이미 벼슬을 떠나 가신(家臣)이 없었는데, 자로(子路)가 가신으로 상(喪)을 치르고자 하여 문인(門人)으로 가신(家臣)을 삼았다. 병이 좀 덜하시자 말씀하셨다. “오래되었구나, 자로(子路)가 거짓을 행함이여! 나는 가신(家臣)이 없어야 하는데 가신(家臣)을 두었으니, 내 누구를 속였는가? 하늘을 속였구나! 또 내가 가신(家臣)의 손에서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네들 손에서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또 내가 비록 성대한 장례(葬禮)를 치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설마 길거리에서 죽기야 하겠는가?”
공자는 예에 있어 진심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떳떳했지요. 진심을 다했기 때문에, 예를 차리는 공자를 보고 누군가 아첨한다고 비난해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년의 공자는 그런 자신의 가르침을 무려 제자가 몰라줘서 서운해 했습니다. 병들어 오늘내일 하는 공자를 걱정하던 자로가, 스승의 본래 신분보다 더 높은 예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슬쩍 꼼수를 부린 것이죠. 여기에 공자는 자로를 꾸짖으며 자신이 제자들과의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이런 걸 보면 예가 왜 절(節)을 강조하고, 과하게 퍼주는 것보다 적중한 것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는 사람을 높이고, 더 많이 대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공자는 무려 자로가! 자신을 '더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지금의 공자를 부정한 것에 섭섭함을 드러낸 것이죠. 예에 대해 배울수록 적당함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은
논어 편집본 24~29페이지
예기 170~216 페이지
읽고 공통과제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그럼 토요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