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예기>는 '명당위'편입니다. 명당은 왕의 정치가 행해지는 장소입니다. 조회를 받고, 나랏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밝혀지는 곳이 바로 명당이지요. 제후들은 명당에서 조회받았고, 공자는 문왕을 명당에 높여 제사지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입니다. 그렇다면 명당은 어떻게 정사를 밝힐까요? 바로 올바른 자리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천자가 남면하고 신하가 북면하는 기본적인 예법을 따라 삼공과 제후들이 명당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천하가 자리를 잡는 법도를 세우는 것입니다.
명당위편은 이런 '자리잡기'의 법도를 세밀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특히 주나라의 법도를 이었다는 노나라의 법도를 중심으로 풀어놓은 챕터이지요. 그런데 이 챕터의 특징은, 법도를 행하는 주인공이 왕과 제후, 혹은 가장과 적자들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행하는 주체는 그들에 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라는 건 결국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잡고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니까요. '명당위'는 온갖 사람들을 다 챙깁니다. 적자 없는 집안의 서자, 시집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한 여자, 정실 없는 집안의 첩, 요절한 자식 등등...예란 이런 가장자리의 인물들까지 모두 자리잡을 수 있게 해주는, 이들의 유기적인 활동 속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유니버스를 이루는 방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정말 꼬치꼬치, 세세하게 구체화되어 있는 게 <예기>의 세계입니다.
공자님이 중시한 예는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 따르는 것이었죠. 그런 예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원칙은 모든 이들의 자리를 마련할 만큼 큰 비전 속에서 성립되어야 하는 것이고요. 그래야 예를 따르는 덕이 있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은
<논어> 편집본 챕터 1. 政治, 인간의 자리
<예기> 中 307p~342p
읽고 공통과제를 써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