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1학기, ‘마이너 세계사’는 인도와 베트남의 혁명사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 혁명사를 공부하는 이유
제현: ‘혁명’하면 낯설게 다가오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고, 왜 많고 많은 역사 중에서 혁명사를 공부하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우리는 왜 혁명을 공부해야 할까요?
인: 지금의 우리 안에는, ‘이 세계가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들이 있는 거 같은데, 문제는 그 힘을 어디로 풀어야 할지 모르는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청년들을 ‘무기력, 공허감, 냉소’로 많이 떠올리시는 거 같고요. 어차피 안 바뀔 거 같은 문제들에 대해 괜히 힘쓰지 말자는 생각은,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감각 자체가 없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런데 혁명을 공부하다 보면요, 이 작은 개인이 어떻게 세상을, 당장 주변부터를 바꾸어나가는지를 살펴보게 되어요. 그 안에서 ‘다른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2. 마이너 세계사에서 다루는 혁명의 차이?
제현: 교과서로 배우는, 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혁명’과 ‘마이너 세계사’에서 공부하는 혁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혜원: 혁명은 보통 역사 교과서에서 제일 처음 배우잖아요. 그런데 그때 배우는 것들은 대부분, ‘봉기’와 같이 어떤 분노한 단체가 갈아엎어 버리는 극적인 사건으로만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아요. 이번의 커리큘럼이 교과서로 배우는 역사하고 차이가 있다면, ‘혁명이라고 정의되기에 애매한 것들’을 다룬다는 점이에요. 가령, 종교적 행동, 신념에서 출발한 선언, 독립운동과 같이 ‘혁명’의 경계를 묻죠.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을 구체적이고 다양한 행동들과 연결 지으면서, ‘결국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가?’ 되묻게 될 거 같아요.
인: 이전 시대에는 분명한 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이념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이고, 빈부나 계급에서 격차를 느끼고, 종이나 국가 간의 경계는 지금보다 선명했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는 적을 설정하기도 전에 질문이 들어오는, 아니 ‘적’이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질문해야 하는 그런 시대인 거 같아요. 분명 시대는 달라졌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혁명은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지속해 봤을 때, ‘혁명’이라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관점 바깥에 있는 ‘혁명’... 어떤 역사적 행동들을 공부해 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해민: 저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폭력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르는데요. 폭력의 차원에서, 마이너 세계사에서 다루는 혁명들은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인: 이번 학기에 다루는 간디는 비폭력과 연대로 변화를 만들어요. 그 방식이 지금의 혁명과도 참 닮아있다고 생각을 한 게, 우리 시대의 혁명은 적을 또렷이 세운다기보다는 친구들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인 거 같아요. 우리가 얼마나 어떤 문제에 있어서 연관되어 있는지, 얼마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는지 함께 느끼는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거 같은데 그 태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규창: 혁명의 역사를 살펴보면, ‘저 사람들은 대체 뭘 믿고 저 행동을 한 걸까?’, ‘한 사람의 갈망이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많은 사람에게까지 가닿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결국 혁명은 폭력으로 어떤 권력자나 적을 타파하는 문제가 아니라, 먼저 자기를 세우고 울림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싶네요.
3. ‘마이너’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제현: 많고 많은 역사 중에서, 왜 주변부 역사를 공부하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왔던 시선이 중심적인 시선이라고 한다면, 그 ‘마이너’를 배웠을 때 좋은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규창: 중심에서 벗어나서 역사를 바라볼 때 세계사의 흐름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지점들이 몇 있었습니다. 가령 서구 중심적인 역사는 ‘르네상스’를 유럽 내에서 독자적으로 창조한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하는데요. 실은 그 ‘르네상스’가 나타나기까지, 중앙아시아에서 체계적인 제국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었고, 몽골 유목민들의 문명도 여러 영향을 끼쳤거든요. 역사의 복합적인 맥락을 공부하다 보면, 순수하고 독립적인 문화나 맥락이라는 건 환상일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동시에 나는 얼마나 여러 역사적, 상황적 맥락 속에서 살고 있는가 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요.
혜원: 맞아요. 한국사를 배우다 보면 몽골이나 중국이 어떤 나라였는지 따지지 않고 그저 ‘오랑캐’라고 칭해지는 지점에서도 단편적인 지점들이 있죠. ‘오랑캐’ 하면 떠오르는 ‘야만적이고, 미개하고...’ 이런 관념들이 실은 어떤 민족이냐, 그들이 어떻게 생활했느냐에 따라서 대단히 다르게 비칠 수 있음에도요. ‘마이너한’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사건을 둘러싼 원인들을 훨씬 더 풍성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거 같아요.
규창: 또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 시대의 ‘이상한’ 지점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옛날에는 이동을 한다는 것이 목숨을 거는 행위였는데, 요새는 이동이... 마치 여행처럼, 낭만적인 도피처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죠.
(베트남 여행을 앞둔 제현, 뜨끔한다.)
인: 맞아요.^^ 그럼, 우리가 원하는 게 뭘까. 우리는 이제까지 ‘안전하게 낯선걸’ 원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자기 욕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거 같습니다.
4. 역사 공부를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제현: 변화는 원하고, 행동은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출발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역사 공부는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역사 공부를 한다고 해서 삶에서 달라지는 지점이 있을까요?
인: 역사 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례가 나오고, 그 사람들의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해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나와 정반대로 사는 사람을 마주하기도 하면서 ‘이런 사람들도 있었구나.’ 위안이 찾아오기도 하죠.
그렇게 역사를 공부하고 우리 시대를 돌아보면, 시야가 넓어진 게 느껴져요. 이상한 지점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고, 기존에는 나의 문제로만 생각해서 자책하던 것들도, 문제를 이루는 상황과 조건을 살피게 되죠. ‘이 세상은 어떻게 구성돼 왔고,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어떤 게 옳고 어떤 게 당연하다기보다는, ‘내가 느끼고 감각하는 방식이 언제든 바뀔 수 있구나!’ 싶은 거죠.
규창: 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그 ‘현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데에 역사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나는 언제나 나를 구성하는 어떤 흐름들, 맥락들, 내가 끌리는 그 사건들을 떼어놓고서 생각될 수 없다는 거죠.
아프리카의 역사를 공부할 때 그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 겉보기에는 우리와 반대되어 보일 수 있었지만 비슷하게 느껴지는 지점들도 많았거든요. 가령, 서구권의 시선으로 ‘아프리카’는 ‘근대화’의 대상이었지만, 그들 안에서는 ‘근대화’(경제성장, 기술발전...)보다 ‘국가 안의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하기도 했죠. 근대 문명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 않을까, 싶으면서 우리 시대의 조건들을 다시금 바라보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던 거 같아요.
5. 텍스트가 너무 어려울 거 같아서 신청하기 망설여져요.
채운: 아으 그럴 거면 공부하지 마! 이게 무슨 서비스업이야?
규창: 어려운 텍스트는 저희가 최대한 소화를 해서 전달해 드릴 겁니다. 평전은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주차 별로 잘 나누어서 준비했습니다. 전혀 부담 가질 거 없습니다!
6. 2024년을 맞이하여 드는 생각과 각오.
혜원: 올해도 책의 두께가 장난이 아닌 거 같고... 역사론도 참 어렵습니다. 많이 읽어야겠다. 마음을 먹었고요. (??: 많이 말고 꼼꼼히! 제발 좀 꼼꼼히!!!) 네... 꼼꼼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 그 관점이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규창: 역사 공부는 해도 해도 매번 부족함을 느끼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느낌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지금까지와 다른 역사를 생각해 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더욱 기대되는 거 같네요...! 우린 여전히 혁명 공부가 필요한 거 같아요. 다만 어떤 혁명을 꿈꿀 것인지가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인: 요즘 세대는 선명한 적이 없어진 느낌이에요. 부자든, 청년이든, 연예인이든... 모든 사람이 자기 삶에 불만을 느끼는 거 같아요. 그런 시대에서 만들 수 있는 혁명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새롭게 고민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
역사 속 행동을 배우고, 우리 시대를 돌아봅시다!
다른 삶은 어떻게 꿈꾸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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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인터뷰(QBS의 마이크 ON, "무진장 수요반 인터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촬영: 허해민
질문: 문제현
편집: 문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