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BS 두 번째 코너는, 공부하는 일상을 담은 ‘규문 스케치’입니다.
두번째로, 1학기를 마무리하며 에세이 발표 장면을 담아보았습니다.
눈이 퀭해지고, 얼굴이 수척해지는 에세이 주간이 가고, 산뜻한 방학 주간이 찾아왔습니다! 긴 방학을 마치고 세미나와 강의들이 힘차게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주나 흘렀네요.
그 사이 연구실 앞 나무에는 꽃이 폈다 지고, 푸른 잎사귀들이 돋아났습니다. 다들 방학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길지 않은 방학이라 그런지 더 달콤하게 느껴지네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에세이 발표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읽고 배운 것들을 각자의 문제 의식과 엮어 한 편의 글을 쓰고, 함께 쓴 글을 읽고 코멘트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글을 써내려가면서 뒤죽 박죽이었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하기도 하고, 질문을 조금 더 섬세하게 가다듬기도 하지요. 같은 책을 읽고도 각자가 질문 삼는 지점이 달라 다른 질문들이 피어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럼 각 세미나의 에세이 발표 당일 모습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월요일 [절차탁마Q]는 사실 3주 전에 발표를 마쳤습니다. 커리큘럼 상 1학기에는 7주차에 에세이 발표를 하기 때문인데요. 단테의 『신곡』을 아우허바흐의 독창적인 해석과 르 고프가 세세히 엮어낸 연옥의 역사와 함께 읽고 글을 썼습니다. 지옥-연옥-천국으로 이어지는 단테의 여정에서 각자의 문제의식을 끌어냈는데요. 몇 가지 주제를 살펴보자면, 요즈음에는 그 힘이 약해진 신을 향한 믿음의 문제, 고통을 감당하는 역량, 게으름이란 어떤 고통인지에 관한 고민 등의 주제가 있었지요.
[무진장 수요반]에서는 『도덕경』과 『해체론 시대의 철학』을 읽고 에세이를 썼습니다.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도덕경』을 해체적으로 읽기’와 ‘『도덕경』의 은유를 파헤치기’! 이 큰 주제를 놓고 각자의 관점으로 『도덕경』을 변주해보았는데요. 부쟁不爭, 잘 하려는 마음, 강박, 앎과 소통, 평화 등이 핵심으로 등장했습니다.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텍스트인만큼 해석의 갈래들도 다양하고 풍성할 뿐 아니라 함정에 빠질 위험도 컸는데요. 그러다보니 글을 쓰는 저희 각자의 욕망과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장자의 세계는 또 어떨지~!
목요일 [지혜와 헤르메스]에서는 『디가니까야』와 미셸 세르의 『해명』, 『천사들의 전설』을 엮어 글을 썼습니다. 한 팀은 ‘붓다와 천사’를 주제로, 다른 팀은 ‘고통과 지혜’를 주제로 썼는데요. 접속력이 큰 불경과 접속 자체를 사유하는 세르의 사상이 어떤 경로로 연결될지 기대가 되었으나, 역시 연결에는 엄밀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천사-메신저라는 개념으로 불교의 사유체계를 재해석해보면 무엇이 새로 보일지, 부처님이 직면한 존재의 고苦와 세르가 목도한 20세기 과학의 고苦에 어떻게 다리를 놓을 수 있을지, 어렵지만 아주 흥미로운 주제였다고 생각됩니다!
토요일 [크크랩]에서는 개인 에세이 발표가 아닌 팀 발표가 있었습니다. 불화와 분열이 가득한 시간이었지요. 그만큼 웃음이 가득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영화팀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분석했고, 미술사진팀은 정연두의 사진을 분석했습니다. 영화팀은 시선의 문제와 엔딩 시퀀스를 중심으로 해석을 했고요. 미술사진팀은 실재와 이미지, 수행성을 중심으로 글을 썼습니다.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의견들을 수합하고, 하나의 통일된 글로 쓰는 일은 참 고단했지만, 해석이 분분할 수 밖에 없는 영화나 사진에 대해 각자의 해석을 나누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과정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무진장 일요반]에서는 한 학기동안 음양오행을 공부하고, 『대학』과 『중용』을 읽었는데요. 거기서 6가지 개념인 治, 修身, 心, 君子, 學, 知 중 하나의 주제를 골라 글을 썼습니다. 음양오행을 공부하는 팀 답게, 일간별로 짜여진 조로 발표를 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일간에 따라 글의 특징이 분류되기도 했다는데..!
즐거운 방학 생활을 담은 사진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방학 중에 연구실 사람들은 다같이 씨네큐브에서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보았습니다.
나란히 자전거도 탔고요. 하늘은 우중충해 보이지만 나름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돌아와서는 근처 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졌어요. 초콜릿 한 쪽까지 나눠먹는 정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ㅋㅋ
이제 방학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네요. 기록이 익숙치 않아 사진이 듬성 듬성 있는데요.. (노는 사진만 풍성한 듯 하네요^^) 다음 번엔 조금 더 꼼꼼한 기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진 제보도 적극 환영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 즐겁게 보내시고 새롭게 시작하는 2학기도 힘차게 굴러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