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daily rou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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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민호입니다.
어제(9월 24일) 저와 건화형, 그리고 채운샘은 광화문에서 열린 '924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원래는 저와 건화형만 가기로 했는데,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러 함께 가시던 채운샘께서도 호기심이 동하셨던지 행진 대열로 슥 빨려드셨습니다.
저는 큰 기대도 별다른 조사도 없이 들렀습니다만, 행사가 너무 활기차고 재미있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녹색성장과 탄소중립 정책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돈벌이 시장을 창출하는 것에 불과한 상황에 맞서, 기후정의를 기치로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 체제에 맞서고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입니다.
지난 6월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 체제에 맞서, 기후정의를 기치로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자는 뜻을 모아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시민, 지역, 노동, 환경, 에너지, 종교, 여성, 인권 등 180여개의 다양한 단체가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로 함께하고 있다네요! 아주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슈들이 '기후정의'라는 한 뜻으로 모인 건데요. 막상 함께 걸어보니 그 기운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자세한 소개는 여기에 잘 나와 있습니다.
사실 문탁 선생님께서 인스타그램에 이번 행진에 꼭 참여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생태공방에서 만드신 깃발 사진을 올리셨었습니다.
광화문에 들어선 저희는 행진 대열을 거슬러가며 '문탁' 깃발을 찾았습니다.
(채운샘께서는 연신, 이런 데 오려면 니들도 깃발 하나는 챙겼어야 한다고 꾸지람을 일러주셨습니다.)
그리고 뿅! 멋진 깃발과, 문탁팀을 만났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신 문탁샘께서는 "너희도 이런데 오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살짝 머쓱했지만, 저희도 이런데 옵니다! 처음이지만... 이제 막 더 관심을 가져보고 싶어진 참이었습니다!
그 시절과 달라진 운동의 풍경에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시는 두 선생님들.
사실 저는 이런 규모의 정치행동에 처음 참여해봐서 눈이 휘둥그레 해졌습니다(광우병시위 땐 시골에 살았고, 탄핵시위 때는 군대에 있었죠...) 그리고 생태문제들에 관심은 있지만 '환경운동'이라는 형태에 일종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게 참여했던 이번 행사에서는 그런 제 선입견이 선입견임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슬픔이 아닌 즐거움, 비장함이 아닌 활력이 느껴졌고, 정말로 기쁘게 살고 싶다는, 그러기 위해서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자'는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소비주의, 지역차별적 발전소, 위장환경주의, 개인책임론, 성장주의 등을 문제 삼고 있다는 데에서, 정말로 중독적이고 파괴적인 생활방식에서 결별하고자 하는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그게 더 재밌게 사는 길임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구체적인 아젠다나 활자들보다도 이 행진의 전체적인 인상이 깊이 남았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자우림의 '하하하쏭'을 듣고부터 문득 정신이 든 저는 이 행진을 조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쭈욱 걸어서 행진의 앞쪽으로 가면서 되는대로 눈에 담아보았습니다. 풍물패, 밴드, 타악기 공연 팀들의 퍼포먼스, 각종 창의적인 의상과 조형물, 셀 수도 없이 많은 단체들, 아이들. 종이박스에 크레파스로 칠한 각자의 피켓들과 발랄하고 흥이 나는 음악들. 사실 아직 잘 정리되지 않는 듯한 그날의 신선하고도 건강한 풍경을 사진으로 좀 스케치해보겠습니다.
이 현장을 지나던 한 지식인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성부터 형식까지 시위가 완전히 달라졌어. 미셸 푸코는 말했지. "투사가 되기 위해서는 슬퍼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혁명적 힘을 지니고 있는 건 욕망과 현실의 연결이다"라고. 어쩌면 그의 바람이 이 시대에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오호. 재밌었겠는데. 담엔 규문 깃발 들고 같이 가요.
맞아요 ㅎㅎ 내년에 같이 가면 좋겠다는 맘이 들더라구요 ㅎㅎ 호정샘 예약
역시 깃발이 중요하네요. 다음에 하나 뽑아서 나가요.
어디 텃밭에서 무 뽑듯이 예쁜걸로 하나 뽑아 갈까요? ㅎㅎ 깃발 뽑다 기 빨리면 안 되는데
황리샘이 어찌 집회에 ... 첫 화면의 건화샘이 꼭 황리샘처럼 보였어요.
건화샘 용서를
대게 재밌어 보이네요. 글이 아주 퐁퐁퐁 하네요.
뉴스에서 누워있는 모습들만 보았었는데... 규문도 참석했었군요... '낭송필사' 프로그램 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우리의 생체리듬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었는데, 이런 일이 있으면 크게 알려주세요. 민호샘, 건화샘... ㅎㅎ 같이 참여해 보고 싶네요.
저희 아이들 학교에서도 참여했어요~ 대안학교 보내는 맛이 납니다요. 이번에는 저는 친정에 내려가있었고, 다리도 불편했던지라 못가서 월매나 아쉽던지. 이런 곳에 가면 마치 축제의 장같은 느낌인지라.. 뭐라 그럴까요. 비장함은 없지만 공감의 물결이 기쁘게 다가오는지라 늘 저요! 하고 손들고 갑니다. 다음엔 그 곳에서 우연처럼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저희 아이들은 퇴직한 교사분을 정말 우연히 그곳에서 재회를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