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을 <해체론 시대의 철학>과 함께 읽는 1학기가 끝났습니다. 동양 철학을 오래 공부하신 선생님도 계셨고, 규문에서 오래 공부하신 선생님들도 계셨는데요. 솔직히, 세미나 경험이 적은 제게는, 선생님들과 치열하게 텍스트를 파고드는 경험이 참 생소해서 따라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주눅 드는 마음이 있었지만, 동시에 적극적으로 말을 던지지는 못해도 더 귀기울여 듣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저는 이번 학기 에세이를 쓰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글을 제출하지 못했는데요. 공부를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을 조금 돌아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도덕경이 여타 텍스트들과 다른 진입하기 힘든 지점은 있었던 거 같습니다. <도덕경>은 주어나 목적어가 불분명한 채로 간략하게 쓰여있는 경우가 많았고, 문단 별로도 다 다른 말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기존의 방식으로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읽었을 때, ‘읽었다는 느낌’이 들기에는 한문도 생소하고, 이전의 말들과 충돌된다고 느끼는 점도 있어서 (가령, 선악善惡이나 위계에 대해서 상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어떨 때는 대단히 구체적인 느낌의 예시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부쟁不爭’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니 제가 생각하는 ‘不爭’으로 도덕경을 이해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긴장한 채로 읽게 되고, 집중도 잘 안 됐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읽으려 노력했더라면 보이는 지점들이 있었을 텐데 저 스스로 처음이라 읽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생겨버린 후로는 더더욱 손에 잡히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제가 먼저 손을 놓아버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도덕경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모른다고 느끼는 텍스트 앞에서 제가 얼마나 힘이 들어가게 되는지와, 제가 깊이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되어있었는지인 거 같습니다. 또한, 뭔가 생각나는 게 있어도 그걸 바깥으로 내뱉기까지의 과정들이 너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아니, 좀 그럴듯한 이유로 뱉어야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그대로 드러내기가 참 겁이 나고 어려웠던 거 같은데요. 방학을 마치고는, 텍스트를 마주할 때도, 그걸 바깥으로 드러내고 여러 말을 듣더라도, 깊이 파고들 용기를 키워야겠다고 느껴집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쌤들 2학기도 함께 파이팅입니다! ^^
쉽지 않은 <도덕경> 읽기 였는데, 재미있는 질문들 던져줘서 좋았어요. 2학기엔 힘 빼고 좀 더 편안하게 장자와 만나봅시다. 솔직한 후기 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