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의 첫 과학 강의,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다양성> 개강이 며칠 남지 않았네요. 혹시 궁금증만 갖고 계시면서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있으실까봐 사전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규문을 찾아주신 정직한 교수님을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본 내용을 올리오니, 한번 스윽 읽어봐 주세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구요. 석사 때는 고생물학 중에서 태백 영월 쪽에서 나오는 삼엽충 관련 연구를 했어요. 졸업 후에는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다가, 지금은 극지연구소에서 근무를 하며 남극에서 발견되는 삼엽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과학기술대학교(UST)에서 박사 과정으로 재학 중입니다. 2016년부터 2년 반 정도는 세종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었어요. ‘빅히스토리’, 우주의 탄생부터 지금 인간의 문명까지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빅히스토리 강의 중 지구의 생명의 역사 파트를 맡아서 강의를 했었습니다. 이번에 규문에서 하는 강의도 그 강의를 기반으로 해서 보완하고 업데이트를 해가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 지질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앞에서 빅히스토리 얘기를 잠깐 했지만 그것은 천문학, 즉 대략 135억 년 전 우주가 생성된 때부터 보는 학문이고요.
지질학이라고 하면, 지구 즉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인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나를 보는 학문이죠. 사실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지구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생명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 지구의 어떤 점이 생명을 가능케 했는가를 생각해보는 거죠. 그러려면 일단은 지구 자체에 대해서 알아야 해요. 지구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양을 갖춰왔는가 등이요. 지구의 표면은 암석으로 되어 있잖아요? 사실 암석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단단한 암석으로 되어있는 것은 겉의 얇은 부분뿐이에요. 예를 들면 팥죽 위에 생긴 막 같은 거죠. 그 아래는, 액체는 아니지만 고체보다는 조금 더 말랑말랑한 상태의 물질이에요. 이런 사실들을 어떻게 알아왔는가 하는 과정들, 과거에는 땅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등 지식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지질학의 재미있는 포인트들이죠. 그런 식으로 지구의 역사와 기본적인 구조를 알아내는 것이 지질학의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생물학은 생명의 흔적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땅 위에서 흙을 접하고 간혹 암석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는 흙은 매우 표면에 매우 조금 있는 것입니다. 깊어봐야 몇 미터에서 몇십 미터를 안 넘는데, 그렇다면 대부분이 암석이죠. 그 암석은 퇴적암, 화성암 등 여러 종류가 있죠. 과거의 퇴적물이 쌓이고 쌓여서 오랜 시간이 지나 풍화되면, 그게 암석이 되었다가 지각 변동이 되어 땅 위로 올라오게 되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생물의 유해가 묻히고 암석화되면, 그 안에 생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거죠. 그 흔적을 연구하는 게 고생물학입니다.
2. 지질학을 알면 어떤 도움이 되나요? 지질학의 관점에서 인간이나 문명을 바라본다면 새롭게 보이는 지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고생물학은 지질학의 일부로서 암석들이 어떤 순서를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내고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지식을 축적하거나 하는 이유로 연구되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생물학의 발전과 더불어 진화 이론과도 연결이 되고, 생명의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결국은 사람의 등장에까지도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 있어서 과거의 역사를 알아보는 게 한편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타임 스케일 며칠, 몇 달, 길어봐야 몇 년이죠. 몇백 년이나, 역사시대 몇천 년 정도까지 생각하면 굉장히 많이 생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지질학에서 보면, 그런 것은 굉장히 순간적이에요. 저희는 보통 수천만 년 내지는 수억 년의 타임 스케일을 다루기 때문에,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고 찰나인가 하는 생각해보게 되요.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 천문학 하시는 분들이 하늘의 별들이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스케일에 내가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가 생각해보게 된다고도 하는데요. 지질학에서도 그에 못지않죠. 역시 덧없는, 우주의 먼지 같은 인간이구나, 이런 생각이 좀 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3. 극지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지권연구본부에 소속되어 계신데 거기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혹시 남극(세종기지)도 가보셨나요?
=극지연구소는 남극권과 북극권 등 극지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지권연구본부의 고생물진화연구실이라는 곳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지권이라고 하면 지질학적인 범주를 말하죠. 북극은 대륙 없이 바다 위의 얼음으로 되어있고, 남극의 경우는 커다란 대륙이 존재하고 있죠. 지권연구본부에서는 남극 대륙의 암석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혹은 남극해의 해양지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연구하죠. 어떤 암석들이 있고,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고, 그 안에 어떤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되는지 등을 연구합니다.
저희 고생물진화연구실에서 주력하고 있는 연구는 그린란드 북쪽에서 발견되는 화석들입니다. 거기에서 캄브리아기 초기 5억 1천만 년 전 정도의 화석이 발견되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화석도 찾고, 생태, 대기 등을 함께 연구합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극지 과학’은 여러 가지 개념들을 한꺼번에 묶어 놓은 말인데요. 극지연구소에는 빙하에 대해, 운석에 대해, 해양이나 생물에 대해 연구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각각의 전공에 따라 할 수 있는 연구를 하죠.
세종기지는 가보지 못했죠. 연구소에 근무한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외 출장이 어렵기도 했어요. 올해 말쯤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코로나가 주춤할 때 왔다갔다 하기도 했습니다.
4. 과학과 인문학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과학 전공자로서 과학 공부가 인문학을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점에서일까요?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아까 티끌같이 작은, 짧은 시간을 살다가는 인간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생명의 긴 역사적 진화과정을 보면, 단세포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에 거쳐 최근의 호모 사피엔스까지의 과정을 만나게 되요. 한편으로 매우 독특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죠,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는요. 독특한 존재로서 지구 표면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다른 생명체들의 존재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도 그런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생명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가끔 하는 이야기인데, 특히 환경문제와 연관지어서, 흔히 인간의 활동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겼고 그 때문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뤄질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것도 물론 맞죠. 우리가 지구 표면에서 함께 살고 있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것 때문에 인간한테 다시 영향이 오고 있죠. 그래서 지구야 미안해, 이런 이야기도 하죠.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어떤 점에서는 인간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하면, 인간이 만든 환경파괴 때문에 세계가 멸망한다든가 실제로 그 때문에 인간까지 멸종하게 된다고 해도, 사실 지구라는 행성 전체를 놓고 보면 그건 그냥 별일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생물이 있었다가 사라진다 해도, 지구의 대륙이나 바다는 그대로 있을 거고, 그 자체가 파괴된다던가 하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인간이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생명체가 모두 사라지진 않을 거고, 몇 억 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죽고 없어진다 해도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른, 굉장히 많은 수의 생명체들이 살아남아서 계속 진화를 해갈 것이고요. 또 생명체와 상관없이 지구의 모습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계속해서 변화를 해갈 거란 말이에요. 그렇게 보면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죠.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사실은 물리학이나 생물학 같은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에 대한 이해도 많이 바뀌어져 왔잖아요? 만물의 영장이라든가, 기독교적으로 신과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인간이 동식물을 다스리는 등의 이야기도 있었지요. 어떻게 보면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제일 중요한 존재라고 볼 수밖에 없겠죠. 실제로 그러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진화의 역사에서 보면, 그냥 그 역사를 통해서 진화해온 동물의 한 종류죠. 특이한 존재이고 주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존재인건 맞지만, 과학적인 이해를 통해서 인간은 다른 여느 생명과 마찬가지로 그 수많은 종류 중에 하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지금의 이해로는, 이전처럼 인간이 우등하고 비인간이 하등하다는 식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40억 년 전에 시작된 생명으로부터 똑같은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다양한 경로를 걸어온 것임을 이해하게 되죠. 수로 보든지, 지구상에서 차지하는 부피로 보든지, 질량으로 보든지 인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생명들이 존재합니다. 개미나 박테리아 같은 것들이요. 그렇기에, 다른 수많은 생명체들과 어울려 가는 한 종류의 생명이라는 이해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5. 조금 사적인 질문인데, 혹시 성함과 관련된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교수님의 성함에 신뢰를 갖고 신청하신 분들이 계세요. (가령, 부정직한 일을 하실 땐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부정직한 일은 안 하구요. 어릴 땐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죠. 너 사실은 부정직한 아니냐는 식으로요. 아주 어릴 땐 이름을 바꿔야지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름 좋더라구요. 물론 이름이 주는 중압감도 있긴 한데,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어디가면 저를 소개하면 처음 듣는 질문은 이거죠. 진짜 정직해요? 하하하. 어쨌거나 누군가에게 제 이름을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건 유익한 일인 것 같아요. 또 정직해야 된다라는 생각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않겠어요?
6. 마지막으로 이 강의를 어떤 분들께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제목 내지는 간략한 소개가 나갔는데요. 그걸 보고 흥미를 느끼신 분들이 계시다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금 인간이 살고 있는 이곳을 좀 더 큰 맥락에서 보면 어떤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끌리신다면, 그런 것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들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1월 14일 금요일 저녁 7시, 줌(ZOOM)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