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시간이 없으니까. 외운 분들 얘기해주시죠. 외우고 나서 변화가 생겼다면? 그리고 진짜 이 괘는 안 외워졌다. 그런 에피소드가 있다면?
재복 : 저는 규문의 복희라고 합니다. 오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저는 막힌 괘가 하나도 없었고요. 그런데 그게 왜 그러냐면, 사실 저는 감이당에서도 2년동안 괘를 16개씩 외운 삼수생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고. 주역을 처음부터 외우신 호진샘과 정옥샘에 비해 더 수월하게 외웠고 그래서 막힌 부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네 그리고 외우고 나서의 변화...같은 것은.
정옥 : 후광이 생겼다.
영주 : 평민에서 왕으로!
재복 : 외우는 도중에 왕부지 주역 읽기 세미나가 있었는데요, 그 세미나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옛날에는 띄엄띄엄 읽었다면 64괘를 외운 다음에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밀착되어 읽혔다고 할까. 세미나 공부를 더 밀도 있게 공부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역시 복희씨입니다. 그럼 그 다음 문왕 호진샘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호진 : 아 나 메모 정리해왔어. 저는 지화명이(地火明夷)를 2박 3일 외웠어요. 그걸 주공 정옥샘이 엄청 비웃고 자긴 두 시간만에 외웠다고 자랑했다는 거가 기억에 남네요. 아무튼 그 괘가 정말 안 외워지더라고요. 변화가 있다면, 하기싫다는 마음이 물론 올라오는데, 그때는 학인들과 함께 하면서 그 마음과 싸우고 과정을 중시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암송하고 나자 그동안 내가 책을 읽는 것과 암송하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 탄생한 지 몇 시간 안된, 따끈따끈한 주공 정옥샘도 말씀해주시죠.
정옥 : 저는 전설의 시대에서 막 역사의 시대로 넘어온 주공이라고 합니다.
영주 : 아 얄미워!
정옥 : 저는 의외로 쉬운 괘가 안 외워졌어요. 어려운 괘는 힘주어 외우니까 되는데, 내가 늘 안다고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간 괘에서 막혔죠. 택뢰수(澤雷隨) 괘가 끝까지, 암송 직전까지 안 외워져서 들여다본 괘예요. 암송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재밌었던 건 뭐냐면, 저는 건태리진 순서로 외웠잖아요. 괘들의 연결이 확인되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재밌고, 괘를 보는 다른 맛을 알게 되었어요. 암송하면서 드러나는 말이 비슷했을 때 느껴지는 재미가 있고. 또 사소한 디테일, 그 언어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외우다보니 암송의 리듬을 위해서 이런 게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이걸 외웠을 거 아니에요? 이들도 외우기 위한 디테일들이 필요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먼 옛날분들과 교감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외워보시길 바랍니다.
-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정옥 : 변화가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돌아보게 된 거 같아요. 돌아서면 반드시 잊어버리거든. 혼자서는 외울 수가 없는거예요. 그럴 때마다 옆에서 친구들이 붙잡아 끌고 데려갔거든. 작게 틀리는 디테일은 친구들이 잡아줬어요. 그런 게 좋았고. 변화는 암송하면서 집중하는 맛? 아무것도 안 하고, 집중해 몰입해 보는 것. 한 시간 연속으로 내가 그걸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처음에는 힘이 달려서 못했는데, 그걸 끝까지 하며 체력도 길렀다는 생각이 들어요.
- 네 그럼 도전자들. 공자, 안회, 지욱선사 타이틀을 노리고 계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죠.
혜원 : 저는 공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각오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죽겠어요. 그래도 오늘 효암 스님께서 은혜로운 말씀을 해주셔서 정해진 시간에,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희망 비스무리한 생각을 붙잡고 가보려고 합니다. 아...나 어떡하지?!
호진 : 주역철학 개강날 하시나요?
혜원 : 네. 저는 개강날. 2월 13일. 오프닝 행사를 맡겠습니다.
영주 : 네 그 다음 저는, 안회입니다. 주역팀 3년차. 임영주고요. 저는 외울 마음이 0도 없었고, 한번 전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혼자 하니까 안되더라고요. 저는 영어도 이렇게 외워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작년에 제가 공부에 대해 너무 경거망동하고 징징거렸는데, 이걸 통해 마음을 바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먼저 외우신 분들이 있어서 숟가락 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정말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외워고, 3월 13일 퍼포먼스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자 그리고 오늘 막 섭외한 도전자!
태욱 : 지욱입니다.
영주 : 지옥이라고요?!
태욱 : 지욱이라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열한시 삼십분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뭐, 암기의 필요성을 그전에 선생님들이 하시는 걸 보면서 안 느꼈던 건 아니에요. 주역 공부를 하면서 전체 지도를 가지고 있으면 공부에 탄력이 붙겠다 싶었는데. 거기다 영주샘의 물귀신 작전에 걸려서, 이게 내 길이라고, 두 시간 전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름방학이 끝나면 8월 말쯤 제가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겠습니다.
정옥 : 그런데 이런 건 바짝 땡겨야 하는데...
호진 : 가운데 너무 뜨니까, 누구 한 명 데려와요! 5,6월에 할 사람.
정옥 : 연회가 끊기면 안 되거든.
호진 : 규창샘. 매니저로서?
태욱 : 규창이 들어와라!
영주 : 규창 들어와라!
혜원 : 아니야. 이건 강제하면 안 돼.
규창 : 일단...영주샘까지 가면. 도전하겠습니다.
정옥 : 혜원이 성공하면?
규창 : 성공해야, 공석이 나는 거잖아요.
영주 : 일단 규창님 박수 쳐줍시다! 5,6월 잡은 거예요~
호진 : 일단 규창샘 출사표도 들어봐야 하지 않아요?
규창 : 저는 별 생각이 없는데?
호진 : 그럼 왕필 자리 줍시다.
태욱 : 젊은 왕필!
영주 : 규필!
영주 : 원래 생각 없이 시작하는 거예요. 자 규창님, 5월달에, 퍼포먼스를?
규창 : 기회를 주신다면.
영주 : 박수 칩시다!
이렇게 되어서 복회씨, 문왕, 주공이라는 엄청난 성인들을 배출한 팀 주역은 공자, 안회, 지욱선사, 그리고 왕필까지 후보군으로 두는, 정말 성스러운 팀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64괘 암송 도전은 계속 될 예정이니 애정어린 관심 부탁드립니다~^^
친구따라 "암송성인"의 뜻을 이어간다면 친구따라 클럽가는 것 보다야 선업을 쌓는 것이겠지요ㅋㅋㅋ
그나저나 외워 갈수록 암송의 길을 내신 복희씨, 문왕, 주공님의 선업이 대단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겸손하게 정진하겠사옵니다. 아멘! 돌아이아미타불!
정말 매력이 철철 넘치는 팀이네요.
근데 파티하려고 공부하는 팀 같아요. ㅋ
정말 부끄럼이 철철 넘치는 팀이네요.
파티하려고 공부하는 팀 맞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