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이 되면 봄내음이 물씬나죠. 주방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달래나 시금치 같은 나물들을 포함해서 정말 많은 선물들로 주방이 가득찼습니다. 맛난 식사로 보답을 해드리려고 노력했는데, 만족하셨을지 모르겠군요. ㅎ 우리의 피와 살이 되었을 증여의 고리를 한 번 살펴볼까요~
커피와 차 그리고 머신
우선, 저희의 잠을 깨워주고, 식후 입안을 씻어주는 커피와 차부터 볼까요?
정말로 많은 커피와 차들이 들어왔습니다. 왼쪽 위에서부터 미현쌤의 달달한 오설록 티백들, 영주쌤의 스타벅스 커피콩, 주영쌤의 전광수 커피콩, 크크랩 지은쌤의 커피, 희진쌤의 공정무역 커피콩입니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소비하나 싶지만...
정우쌤께서 커피머신을 선물해주셨어요(옆에 프링글스는 덤.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ㅋㅋ)! 덕분에 빠르게 소진되고 있네요. 그런데 커피머신은 잔 당 1,500원입니다. 선생님들 알고 계시죠~?
오, 이런 싱그러움이라니!
봄답게 나물 선물도 적잖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는 이 나물이 뭔지 여러 선생님들께 여쭤보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모르고, 이름도 막 틀리고. ㅋㅋㅋ 주방 매니저로서 더욱 열심히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걸 통감합니다.
난희쌤께서 부지깽이, 오이 장아찌와 무칠 수 있는 부지깽이를 주셨네요. 향긋하고, 달달한 게 식탁에 봄을 입히는 반찬들입니다. ㅎ
주영쌤께서 나물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무리 향이 강한 조미료를 써도 나물 본연의 향이 죽지 않는단 말이죠? 이게 주역에서 말하는 지뢰복괘이고, 스피노자가 말하는 코나투스일까요? 하하하하
나물은 아니지만, 색깔이 너무 파릇파릇해서 넣었습니다. 호진쌤께서 대저토마토를 보내주셨습니다. 짭짤이 토마토라고도 하죠? 확실히 짭짤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게 일품입니다. 간간이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봄에는 샐러드가 빠질 수 없죠. 윤지쌤께서도 샐러드 재료를 미리 다 준비해주셨습니다. 신경 좀 썼는데, 맛나 보이나요?
(੭ · ˕ · )੭‧ “엘랑 비탈!”
이번 달에도 인영쌤께서 많은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자부터 버섯, 당근 같은 채소들부터 사과(과일), 무려 파김치까지 아주 다양한 것들로 규문 곳간을 크게 채워주셨습니다. 요즘 베르그손의 엘랑 비탈에 꽂혀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시는 것 같은데요. 조만간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길 응원하겠습니다..!
영주쌤께서 안동에서 반찬을 가지고 올라오셨습니다. 그런데 맛이 아주 좋았어요. 특히 파김치가 예술이었는데, 오징어채를 넣어서 감칠맛이 아주 폭발했습니다. 덕분에 노하우도 하나 얻어갑니다. ㅎ
윤지쌤께서 간편 마늘과 마늘 장아찌, 한 박스 가득 장을 봐주셨습니다. 마늘 장아찌는 직접 하신 거라고 했는데, 자신 없어 하시던 것과 달리 아주 맛났습니다. 다음에도 맛보고 싶네요~(츄릅)
“영아예요!” 명랑하게 본인을 소개하시는 소이연지리쌤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리네요. 덕분에 저희는 두유의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물론 수제 딸기청도 당이 떨어질 때마다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북두령님께서 성민호군과의 책 계약을 위해 방문하셨습니다. 딸기를 가져오셨지만,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있었던 셈이죠? 미리 살짝 축배를 들어봅시다~~
순이쌤께서 참기름과 깨, 기름종이를 주셨네요. 연구실에는 언제나 참기름, 들기름이 필요하죠. 매일 아침 간장계란밥 먹을 때도 그렇고, 남은 반찬으로 비빔밥을 먹을 때도 그렇고, 나물을 무칠 때도 그렇고 참기름이 아주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챙겨주시면 너무 감사합니다~
은이쌤께서는 필요하지만, 다른 분들과 겹치지 않도록 선물을 해주시죠. 이번에는 각종 채소와 국물을 낼 멸치와 다시마, 소스(? 기억이 나지 않네요. ㅠ)를 주셨습니다. 수요일에 맛난 점심으로 보답해드리죠.
‘고전을 통한 나’, 일명 ‘고통나’에서 채운쌤과의 인연으로 오셨습니다. 바나나와 레드향을 가져오셨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뵐 수 있어서 더 반갑네요. 규문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 한 번씩, 계절이 바뀔 때쯤 한 번씩 오셔서 어느 샌가 친밀감이 형성된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같이 세미나를 해보죠!
정기적으로 규문식사담당자 앞으로 계란이 옵니다. 저희가 맘 놓고 계란을 소비할 수 있는 든든한 빽이기도 하죠. 그리고 가끔 철이 되면 감자도 보내주시죠. 이게 바로 항상성일까요!? 계절이 바뀌는 가운데 무언가를 우직하게 해내는 것. 자고 일어나는 것조차 변덕스러운 제가 배우고 싶은 것입니다.ㅠㅠ
희수쌤께서도 계란을 보내주셨습니다. 가끔 계란이 많이 들어오면 상하기 전에 서둘러 처리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드는데요. 이번에는 시기적절하게 잘 들어왔습니다. 든든하게 잘 먹었습니다~!
은옥쌤께서 천혜향을 보내주셨습니다. 한때 은옥돔으로 저희가 생선을 보내달라고 많이 졸랐는데요. 아마 당황스러우셨겠죠? ㅋㅋ 그런데 이번에는 천혜향이 왔네요. 크기도 크기지만, 새콤달콤한 게 오랜만에 아주 맛있는 천혜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천혜향을 먹으며 언젠가의 은옥돔을 살짝 기대해봅니다.
현정쌤께서 소금을 주셨습니다. 아주 인상적으로 포장이 돼 있는데요. 내용물과 별개로 어딘가 장식해 놓고 싶은 포장이네요.
경순쌤께서 카레를 주셨습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고, 모스가 분석한 부족민들에게 증여는 또 다른 증여로 되돌리지 않으면 실존이 위태로워진다는 긴장감 속에서 순환됐죠. 증여의 고리를 돌리는 저희에게도 이 긴장감이 전해졌습니다. 그리하여 고형카레는 일요일 점심 메뉴 카레가 되었습니다.
채운쌤 어머니께서 제주도에서 보리빵을 보내주셨습니다. 꽤 많아서 여러 세미나에 나누고 있는데, 아주 반응이 좋은데요.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지만, 씹다 보면 넘치는 담백한 단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자극적으로 만드는 빵들보다 훨씬 입을 자극하는 맛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규문에 오시면 맛보여드릴게요~
성지쌤께서 막걸리를 주셨습니다. 한 병이라서 그냥 저희가 조금씩 마셨는데요. 살짝 유통기한이 지나서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그동안 숙성이 됐던 것 같아요. 조금만 마셔도 뜨끈함이 아주 강하게 올라오더라고요. 다음엔 크크랩 쌤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아래 두 사진은 누가 주셨는지 기록해 두질 않았네요. ㅠ 일단 주신 건 맛나게 잘 먹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달할 수 없어 매우 죄송스럽군요. 일단 오시는 모든 선생님께서 주셨다고 생각하면서 받겠습니다. 다음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3월이 지나 4월입니다. 봄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봄의 끝자락에 서서 여름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간이 참 쏜살같네요. 사실 날씨보다는 세미나 진행이 저희에게 체감되는 시간의 속도죠. 어제 1학기 첫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슬슬 1학기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까요. 남은 마무리 잘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봄기운이 돌고 있는 3월, 선물들이 색감이 뛰어나 더 먹음직스럽군요(이미 맛있게 먹었지만)....
규문은(냉장고는, 곳간은, 오가는 사람들은) 선물이 살찌운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3월 한달도 자알 먹었습니다~
오오 보기만 해도 배불러요
냉장고가 비어있을 틈도 없었던 3월
1인이 1달걀을 비밀스럽게 품은 그 어묵탕~~~ 기억이 난다난다~~ ㅎㅎ 맛있게 먹었습니다 👈(゚ヮ゚👈)
이 증여 고리엔 겹치는 품목이 별로 없군요... 정~말 골고루 많이 보내주셨네요. 향연이 따로 없군요😉
또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들 손질하고 맛있게 요리해준 규문 식구들 덕분에 3월도 잘 먹고 공부했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