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공부하는 인터뷰어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문탁네트워크의 고은이 규문의 청년 사인방(건화, 규창, 민호, 혜원)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고은이 북드라망 블로그에 연재하는 새로운 코너 '공동체,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첫 번째 글인데요. 전문은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모쪼록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공부하는 청년에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길!
2023 <규문> 사인방의 느릿한 독립 초읽기
<규문>은 혜화에 있는 공부공동체다. 채운쌤과 정옥쌤, 그리 네 명의 청년이 공간을 꾸리고 있다. 나는 청년 넷, 혜원 건화 규창 민호와 인연이 있다. 내가 도맡아 진행한 <길드다>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던 청년들이 2018년에 만든 청년인문학스타트업이다. 5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2022년에 분화되었다.)의 <비학술적 학술제>에 <규문>이 참가하면서 가까워졌다. 우리는 인문학 공동체에서 보기 드문 ‘장기 거주 청년’이었기 때문에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동질감을 공유하는 것 치고 서로를 따뜻하게 응원하는 사이는 아니다. 장난스럽게 견제하고 은근히 놀리기 바빠서 살가울 틈이 없다.
나는 5년의 활동 끝에 2022년에 <길드다>를 마무리하고 다시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규문>의 친구들은 나와 반대의 길을 간다는 소문을 들었다. 네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한파가 최고조에 달한 1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규문>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규창이 “여어~ 왔어”하고 반겼다. 규창은 나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인문학 공동체에서 동양고전을 전공하는 몇 없는 친구다.(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민호가 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며칠 전에 봤던 슬램덩크의 여운을 곱씹는 중이었다. 민호는 붙임성이 좋은 막내로 과학에 관심이 많다. 자리에 앉으니 건화가 곶감과 레드향을 가져다줬다. <청년, 니체를 만나다>로 데뷔한 그는 여전히 서양 철학자들과 씨름하고 있다. 나와 함께 간식을 집어든 혜원 언니는 동양철학과 불교를 오가며 공부하는데, 넷 중 유일한 여자라 자꾸 눈길이 간다. <길드다>를 하며 남자 셋과 여자 하나로 일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가 질문 폭격을 맞았다. 분명 인터뷰는 내가 하러 왔는데, 거꾸로 인터뷰를 당했다. 내가 어쩌다 인터뷰어의 길을 가게 됐는지 20분간 취조를 당한 뒤에야 넷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