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축구가 공부다!
그거 아십니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의 속임수 동작이 너무 빠르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네, 축구 얘깁니다^^). 페인트 모션이 너무 느리면 당연히 상대를 속일 수 없겠지만, 반응조차 못할 정도로 빨라도 수비수를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 안에서만 돌파가 가능하다는 거죠. 무조건 빠르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드리블을 잘 하려면 상대선수와 호흡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겁니다. 무술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재밌지 않나요?
메시의 드리블을 보세요. 무게 중심을 이리저리 옮기며 반응을 유도하다가 수비수가 움직임을 보이는 찰나 ‘탁!’ 간결하게 반대 방향으로 치고 나가죠. 스피드도 중요하고 발기술도 중요하지만, 힘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짧은 순간을 기다리고 포착하는 능력이야말로 핵심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절대적인 속도보다 수비의 움직임에 맞춰 순간적으로 속도를 변환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현란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반응하게 하는 데 충분한 만큼의 페인트 모션이 필요한 거지요. 손흥민보다 느리고 네이마르보다 덜 화려해도 메시가 최고의 드리블러인 이유입니다.
이것이 제가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속도, 힘, 지구력, 볼 컨트롤, 킥의 정확도. 다양한 객관적 능력들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 축구입니다만, 이 모든 능력들은 언제나 필드 위에서, 그러니까 수많은 변수들이 중첩되며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게임 안에서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실력’에는 볼을 다루는 기술만이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읽고, 공간을 파악하고, 동료들과 리듬을 맞추고, 상대방과 호흡하는 능력까지도 포함됩니다. ‘축잘잘’(축구는 잘하는 놈이 잘한다)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겠죠. 제가 보기엔 이것도 축구가 얼마나 심오한 해석능력을 요하는 ‘지적인’ 스포츠인지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급 결론 : 축구가 곧 공부다!
2. 남산에서 온 하나우지뉴
지난화에 이어 명륜FC 멤버 소개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드리블 얘기로 시작을 했는데요. 드리블이 주 무기인 선수를 소개합니다. 바로 남산 주방 매니저이자 명륜FC의 하나우지뉴, 하늘샘입니다. 하늘샘은 강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다고 하는데요. 브라질에서도 몇 년 살다온 게 아닐까 의심이 됩니다. 하늘샘의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죠. 하늘샘의 축구는 보는 맛이 있습니다. 유연하고 리드미컬하다고 할까요. 아마도 하늘샘이 명륜FC에서 유일하게 고난도인 발바닥 드리블을 구사할 줄 아는 멤버일 거예요.
폭풍 드리블로 문란드를 제쳐내는 하나우지뉴!
폭풍 드리블 2222
운동장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는 참된 학인(?)
하늘샘의 플레이를 보면서 제가 떠올린 선수는 호나우지뉴입니다. 옛날 분들이라면(?) 호나우딩요로 기억하실 수도 있겠네요. 호나우지뉴를 떠올린 것은 노룩패스, 사포, 플립플랩 등 현란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라는 점도 있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살인미소’ 때문이기도 합니다. 웃는 외계인 호나우지뉴와 하늘샘은 실점을 하거나 파울을 당해도 미소를 잃지 않고 언제나 ‘행복축구’를 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앞으로도 명륜FC에서 하늘샘의 ‘행복축구’가 오래도록 계속되길!
하늘 & 지뉴의 귀염 모먼트 *ㅅ*
3. 명륜 FC의 ‘골무원’
드디어 이 선수를 소개할 때가 되었군요. 명륜FC의 원년멤버, 성균관대 대운동장이 흙바닥이었던 시절, 버려진 공을 주워서 차던 때부터 저와 함께 뛰어왔던 성민호군. 아, 세월이여! 민호는 제가 규문에서 처음 만난 ‘축구인’이었습니다. 축구인이라 함은, ‘야, 어제 메시 개쩔지 않았냐’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상대라고나 할까요.
규문의 찐축구인 성민호군. '골무원' 카바니와 닮지 않았나요? 두 사람 모두 정통 스트라이커다운 굳센 하관을 갖고 있네요~
민호의 드리블 & 슈팅. 아이폰 카메라는 그의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민호는 탁월한 활동량과 준수한 골결정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가 같은 팀에 있으면 축구하기가 참 편해요.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줘서 패스 길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민호는 패스를 넘겨주면 특유의 책임감으로 어떻게든 마무리를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저는 ‘골무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우루과이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가 떠올랐습니다. 카바니는 기술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성실한 움직임으로 꾸준히 골을 넣어준다고 해서 골무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요. 민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명륜FC에서 득점을 가장 많이 하는 멤버가 민호이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민호는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멤버입니다. 슈팅 폼은 황의조를 생각나게 하고, 가끔 포텐이 터질 때는 앙리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요.
그야말로 무아지경...
4. 피를로... 처럼 되고 싶다!
마지막은 저입니다. 저는 단점이 많습니다. 일단 결정적으로 느리고요. 드리블이나 골결정력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약간의 킥 정확도와 간간이 나오는 센스 있는 패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재밌는 게, 제 단점이 장점을 만들어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달리기가 느리다보니 저는 골대까지 볼을 몰고 가는 동안 상대 수비에 붙잡히기가 십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먼 거리에서 슈팅을 자주 시도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킥이 조금씩 정확해진 듯해요. 또 혼자서 드리블 돌파가 안 되니까 이악물고 패스를 시도하게 되고요.
안드레아스 피를로. 킥하는 폼이 멋지지 않은가요? 45도에 가깝게 기울어진 저 디딤발을 보세요...
저는 주로 사진을 찍고 다니느라 찍힌 사진이 거의 없네요 ㅎㅎ
그래서 저는 피를로...처럼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은퇴한 이탈리아의 마에스트로 안드레아스 피를로. 피를로도 발이 느린 선수였다고 합니다. 느린 발 때문에 상대의 압박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피를로는 주로 후방에 머물면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레지스타’(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로 포지션 변환을 꾀했고, 결국 월드클래스로 도약하게 됩니다.
이번 명륜FC 소식은 여기까지! 다음화를 기대해주세요~~
축구가 공부가 되어서인지, 진지함이 한 스푼 추가된 명륜FC 소식지!
메시, 딩요, 카바니, 피를로까지 지구인 아닌 자들이 대거 등장했네요.
아 세월이여! 흙바닥에서 시작하고 쫓겨나고 밀려나던 규문 축구가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니 놀랍네요.
다음화도 기대됩니다.
건화쌤의 축구 사랑은 여전하군요!
바빠서 잠시 규문 홈페이지에 못 들어왔더니, 그 사이, 명륜 FC의 활약이 있었…
이번엔 게토레이 레몬으로다 배달했어요~ 골고루 맛보시라고…(페트병이 축구에는 어울리는데 환경을 생각해 캔으로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