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습니다. 그리고 아주 습해요. 냉동실 문 한 번 열 때마다 상쾌하고, 문이 닫힐 때 아쉬운 날씨입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너무 더우면 에어컨을 틀긴 하지만,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버텼나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에어컨이 있든 없든, 날씨가 덥든 춥든 에세이는 진행됩니다. 그리고 모든 에세이는 끝을 보고야 맙니다. 지난 7월 3일 일요일, 주역과 철학 2학기 에세이 발표가 있었고, 지금은 에세이가 끝났습니다. 날씨는 여전히 덥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답니다!
이번 에세이는 인류의 스승이라 불리는 공자, 붓다, 예수의 삶을 주역의 괘로 설명해내는 집단글쓰기였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괘로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조별과제로 진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채운쌤의 의도는 대략 ‘괘를 활용하는 법을 익히자’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소감을 들어보면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집단글쓰기라는 형식에서 어려움을 겪고 무언가를 느끼신 것 같더라고요.
모든 팀이 공통되게 우리의 에세이가 어디로 갈지 불안해했습니다. 모든 팀이 수시로 서로 연락하면서 글을 교환하고,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면서 함께 생각의 길을 다졌습니다. 혼자라면 마냥 불안하기만 했을 테지만, 다행히 서로 모여서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었답니다. 서로에게 의존함으로써 느껴지는 심리적 안정감이 아주 달달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쫄렸습니다. 그래서 에세이 발표주에 모여서 이렇게 달리기도 했죠.
혹은 이렇게 다른 팀의 작업물을 살짝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한바탕 공동작업이 휘몰아친 후... 저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저 습관에 몸을 맡기고 먼곳을 바라보기...
하지만 대망의 에세이 발표날, 저희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답니다. 총 5개의 팀이 있었습니다. 나름 채점기준도 있었죠.
붓다를 쓴 ‘황진희’팀의 <소유에서 대유로>, ‘소삼규’팀의 <먼지를 털고 때를 닦아라>, 공자를 쓴 ‘J3’팀의 <군자, 새로운 지식인의 탄생>, ‘지은영’팀의 <현실의 문제를 온몸으로 겪어낸 정치가 공자>, 예수를 쓴 ‘정만원’팀의 <예수, 자신의 삶으로 혁명하다>.
자세한 점수는 모르겠지만, ‘황진희’팀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상으로 뒷풀이를 쏠 수 있는 기회를 드렸어요. ^^
팀마다 한 명의 발표자가 나와서 에세이를 읽고, 다른 팀원들은 나중에 질의응답에서 참여하는 식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그런데 자리 배치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발표자의 뒷통수가 뜨거워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그야말로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에세이 발표현장이었습니다. 에세이를 읽을 때는 집중하다가 질의응답을 하면서는 심각해지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나중에 소감을 들을 때는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상을 짓기도 했어요. 결과야 어쨌든 그동안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주역을 공부해왔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개별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있겠지만, 소홀히 참여했다면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덕분에 에세이 발표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풀리지 않는 질문이 남았습니다. 도대체 ‘때(時)’란 무엇일까요? 하나의 괘가 ‘때’를 나타낸다고 할 때, 그 ‘때’는 도대체 어떤 ‘때’일까요? 역사적 상황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의 비전일 수도 있고, 심리상태일 수도 있고, 기타 등등...
채운쌤의 주역강의를 상기해 보면, 점을 치는 사람의 마음에 응답으로서 괘가 도출됩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개입하기 때문에 ‘때’는 마음 밖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마음이 때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을까요? 혹은 한 사람의 마음이 하나의 ‘때’로 표현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이때 마음은 또 뭘까요? 에세이가 끝나고 풀리지 않는 생각을 이어가다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에세이 발표 현장을 통해 하나의 때는 여러 힘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로 표출되며, 거기에는 무언가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 힘들이 끊임없이 갈마들고 있다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분명 같은 곳에 있지만 각자의 수준에서 에세이에 참여했고, 그게 에세이 발표를 매우 다채롭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죠. 에세이 발표를 하나의 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다가 또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풀리긴커녕 더 뒤엉킨 질문을 가지고 3학기에 다시 공부해볼 수밖에 없겠네요. 하지만 에세이 발표 이후 주역팀은 또 다른 때에 접어듭니다. 잠깐 쉬는 선생님도 계시고, 새롭게 공부에 참여하시는 뉴페이스 선생님들도 계시기 때문이죠. 과연 우리는 이제 어떤 때에 접어들게 될까요? 각자 달콤한 방학을 보내면서 준비 단단히 하고 오시죠! ㅋ
에세이의 치열함은 벌써 사라지고...아~~이 여유 얼마만인가? ㅋㅋ 때란 무엇인가...규창샘 말처럼 3학기는 어떤 때에 접어들지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팀주역샘들 모두 고생많으셨어요~
팀이름도 정하고 등수도 매기고... 에세이 발표를 거의 레크레이션으로 만들어버린 주역팀의 팀웍과 하이 텐션. 대단합니다...!
무엇을 하든 일단 많은 웃음이 있는 주역팀 홧팅!! (스승님의 속은 문드러지시겠지만서도.. 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