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좀 늦었습니다만, 건화형의 '담백 주방'에 이어 7월부터 제가(규창) 주방을 맡게 됐습니다. 밑반찬도 대량으로 만들어 보고, 냉장고도 정리하면서 주방 매니저로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주방 매니저가 되어 적재적소에 멤버들을 배치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꿈꿨습니다. 좀 편하게 지휘하면서 가려고 했죠.
대략 이런 장면들을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지난 금요일(7.15) 혜원누나한테 아구 손질을 부탁했습니다. 덕분에 다음날 풍성한 아구찜을 즐길 수 있었죠. 여담이지만, 아구 손질에 맛들렸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저렇게 지휘하려고 해도 무엇보다 꾸준한 관심이 필요했습니다. 관심을 가지면 당연히 주방에서 무언가를 계속 할 수밖에 없죠. 이 부분이 참 쉽지 않습니다. 할 거는 보이는데, 막상 그것들을 지금 하고 싶지는 않은... 불손한 생각들이 들어요. 어쨌든 냉장고 생태계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어떤 식재료가 언제 들어왔는지, 기존의 반찬 및 식재료들 중 어떤 게 상하고 오래 갈지, 요일마다 식수 인원은 몇 명인지, 그 날의 날씨는 어떤지 등등을 선별하고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덕분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방 살림은 주방 매니저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주방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는 걸 좀 더 알게 됐어요. 편하게 지휘하는 역할이 아니라 선봉장 같은 거였습니다.
각설하고, 이번 주방의 모토는 바로
"청결"입니다. 주방을 살림의 장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이 바로 청결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구실 멤버들에게 가장 취약한 게 바로 청결입니다. 평소 눈에 보이는 것은 치우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쓰는 섬세함은 아직 갖추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우치다 선생님의 말씀, 그런 곳을 볼 줄 아는 게 주인이라죠? 살림의 주체로서 무엇보다 ‘위생적’으로 청결한 주방을 만들어보겠습니다! 7월 초, 주방 인수인계 겸 대청소를 하기도 했죠. 식기 다 꺼내고, 냉장고 안 내용물 다 꺼내서 박박 닦고, 씻고,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살림의 핵심은 활용과 순환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주방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반찬과 식재료가 상하도록 방치하기보다는 그걸 활용하는 지혜가 뛰어나겠죠. 실질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경험과 구체적 레시피도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저희에게는 이런 것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 주방 매니저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각 멤버들의 장기를 하나씩 더 개발해보겠습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규문 멤버들의 시그니처 메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버려지는 음식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No 음식물 쓰레기 봉투!”까지는 아니어도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절반으로는 줄여보겠습니다. 종일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아무래도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최소 하나는 나오는데요. 양념을 줄이고 남는 찌꺼기가 없도록 해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덜 이용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아직 살림에 미숙한 저희로서는 주방을 살펴보는 시선이 그리 넓지도 않고 자세하지도 않습니다. 반찬과 식재료를 활용하는 폭도 매우 협소하죠. 따라서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가끔 실험적인(?) 시도들이 있을 거예요. 적극적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주 오셔서 드시고, 피드백 부탁드려요~!
청결 주방!! 아주 좋네요~ 울집 냉장고도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을텐데.. 규창샘의 시그니처 메뉴인 미역국이 꼭 먹고 싶었는데... 주방 매니저를 그만 두기전에 한번은 일욜에 먹고 싶습니당!! 가능 할까요?? 세미나 하다 말고 끓일 수는 없을테고 ㅋㅋ 방법을 강구해 주시죠! 음.... 아니면 미역국 끓이는날 기습 방문을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