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전생에 저는 개였나봅니다. 동그랗고 탄성이 있는 구체를 보면 사족을 못 쓰겠거든요. 두근두근. 몸이 먼저 반응해버립니다...
공 가지고 하는 놀이 중에서도 제가 특히 사랑하는 종목은 축구입니다. 축구는 최고입니다. 골대 두 개와 공 하나. 이 최소한의 규칙과 틀이 무궁무진한 변형의 가능성을 확보하죠.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이 시도되고 트렌드가 바뀝니다. 빠르든 느리든, 키가 크든 작든, 근육질이건 빼빼 말랐건 각자의 방식으로 경기에 개입할 수가 있지요. 아무튼 그런 이유로 저는 축구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
이런 저는 (스포츠 불모지였던) 규문에서 많이 외로웠어요. '운동 = 산책'이라고 생각하는 여러 선생님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축구에 대한 저의 사랑을 감춰야만 했지요. 그러다 연구실의 또다른 축구인인 민호를 만났고, 동료들을 설득하여 드디어 종종 풋살을 하러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요. 남산 강학원과 감이당에서 공부하는 하늘샘과 지형샘, 그리고 최근에 자유의 몸이 된(?) 문빈이 저희 풋살 멤버로 합류하면서, 무려 3:3으로 풋살을 즐길 수 있게 된 겁니다! (* 원래는 멤버들에게 사정사정해야 겨우 2:2로 축구를 할 수 있었는데요. 2:2와 3:3은 천지차이입니다.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달라지지요. 거의 게임이 2D에서 3D로 바뀐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럿이서 풋살을 뛸 수 있게 된 데다가 풋살을 핑계로 남산 청년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까지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런 저의 기쁨을 살짝 나누고자 종종 풋살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저희는 매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서 풋살을 하고 시간이 날 때는 회식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팀 이름은 "명륜 FC". 저희의 근거지인 '성균관대 대운동장'이 속한 '명륜동'의 지명에서 따왔습니다.
첫 후기에서는 멤버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레귤러 멤버는 저, 민호, 규창, 하늘, 지형, 문빈 이렇게 여섯 명인데요. 이번 후기에서는 랜덤으로 지형, 규창, 문빈의 플레이를 제가 (사심과 애정을 듬뿍 담아) 분석하고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축구선수를 한 명씩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지형, "모든 공은 내 앞에서 멈춘다"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훤칠한 키와 탄탄한 몸. 택견을 연마한 무술인 다운 모습.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지형샘의 큰 키와 체력, 순발력은 수비에서 빛을 발합니다. 긴 팔다리와 탄탄한 몸으로 골대를 지키고 있으면 상대 공격수 입장에서는 골대가 한없이 작아 보이는 것이지요.
골키퍼로서 지형샘이 지닌 장점 중 하나는 공격가담에 적극적이라는 점입니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유형의 골키퍼라고 할 수 있지요. 골키퍼가 공격에 적극적인 경우의 장점은 당연히 순간적으로 수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플레이는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키퍼가 필드에 나온 동안 골문이 비어있게 되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플레이를 하려면 공격이 저지되었을 때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속도와 신체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형샘에게 딱 맞는 옷이라고 할 수가 있지요. 지형샘은 매경기 빈 골대로 향한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어 모두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적극적으로 빌드업에 관여하고 패널티박스 바깥에까지 빠르게 뛰어나와서 상대의 공격을 원천봉쇄해버리는 스위퍼형 골키퍼. 저는 지형샘의 플레이를 보며 독일의 국가대표 골키퍼인 노이어가 떠올랐습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2. 규창, 하단전에서 나오는 폭발적 스피드
남산에 지형샘이 있다면 규문에는 규창이가 있습니다. 규문의 대표적 체육인 박규창군. 평소엔 연구실 청년팀 짱이자 현주방매니저로서 근엄하고도 참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규창이지만, 필드에서는 숨겨둔 야성을 마음껏 방출합니다. 규창이가 한 번 엔진에 시동을 걸면 아무도 막을 수가 없죠.
규창이의 특장점은 폭발적인 스프린트입니다. 그런데 규창이의 질주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단순히 근육에서 나오는 힘 이상의 무엇인가가 느껴집니다. 빠르게 달리더라도 휘청휘청 위태위태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규창이의 경우엔 단전에 힘이 똭 들어간 모습으로 조금의 에너지 손실도 없이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입니다. 규창이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단전에서 나오는 기세를 누를 사람은 드물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맥락으로 저는 규창이에게 ‘성균관대 대운동장 1짱’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규창이의 폭발적인 스프린트는 웨일스 국가대표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였던) 가레스 베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치달’(치고 달리기)의 명수라는 점과 축구에 그렇게 애정이 넘치지는 않는다는 점까지 비슷하네요(^^;). 규창이의 폭풍질주를 영상으로 담았어야 했는데,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3. 문빈, “엘링 문란드”
다음은 최근 FA(자유계약) 신분이 된 문빈군입니다. 축구선수를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가끔씩 축구는 물론이고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 것처럼 보이는 외모와 체형으로 우리를 속인 뒤 어마어마한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세 얼간이’(이니에스타, 사비, 부스케츠) 트리오가 있지요. 문빈도 이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귀여운 얼굴과 친근한 몸매! 그러나 문빈은 그 뒤에 ‘한 방’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의외로(?) 문빈의 발끝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넓은 활동량과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바탕으로 본인에게 주어진 한 번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죠.
지난주에 문빈은 ‘문란드’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문빈의 탁월한 결정력을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여 6경기만에 10골을 터트리고 있는 홀란드 선수에 빗댄 것이죠. 문빈과 홀란드를 보면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넣어도 똑같이 한 골이다’ 화려한 발재간으로 상대를 농락하든 흘러나온 공을 주워먹든 똑같이 한 골이라는 말이죠. 문빈의 축구력이 날로 늘고 있습니다. 문란드의 홀란드 못지 않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명륜 FC 첫 번째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화에 이어질 멤버 소개 2탄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명륜 FC는 각종 후원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어머나! 창단 및 꼴라보 축하드려요!
축구에는 포카리스웨이트죠!
한 박스 배달 했나이다~❤️
원년멤버
2022-09-18 14:16
체육인 둘과 직장인 하나가 소개되었군요!
이렇게 쟁쟁한 멤버들로 명륜FC가 번창해가는 모습에 살짝 울컥합니다.. 두명 세명이서 공차러가던 때가 떠오르네요.
축구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크건, 그 사람의 외모가 축구에 얼마나 적합하건 뭐가 문제되겠습니까!
모여서 공을 찬다는 것, 개체 각각으로 환원불가능한 의미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김지형
2022-09-18 18:44
ㅎㅎ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진짜 많이 웃었네요ㅋㅋㅋㅋ 읽으니깐 또 축구를 하러 가고 싶구요..! 언능 내일이 오면 좋겠네요! 내일도 즐겁게 축구해요~
이하늘
2022-09-19 09:05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웃겨요 ㅋㅋㅋ 저도 운동=산책이라고 믿는 운동의 불모지(?)에서 이렇게 규문쌤들과 축구를 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 명륜 Fc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ㅋㅋ
(문란드, 규레스 베일, 형이어는 진짜 찰떡인듯요?)
소이연지리님 궁금한 1인
2022-09-19 15:08
'무슨 글을 쓰는 데 그간 볼 수 없었던 초롱초롱한 눈, 생기, 집중력을 보이나 궁금했다', '진정 젊은이의 글이다.' '규문에서 보기 어려운 문체'
제가 들은 갖가지 질문과 평입니다.ㅋㅋㅋㅋ
축구에 진심인 게 느껴지네요, 폐건강을 위해 열심히 축구해야죠.근데 축구선수 누군지 몰라 적어놨다 찾아봤네요ㅜ
FC모임 때 회식 한 번 쏩니다^^ㅎㅎ
소이연지리
2022-09-19 21:37
저예요! 저!!
규문 청년들을 지지하는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이요!
워낙 지지자들이 많아, 누구신지 모르실라나요?!
규문 청년 지지자들이 많은걸 알고 계실라나…❤️
어머나! 창단 및 꼴라보 축하드려요!
축구에는 포카리스웨이트죠!
한 박스 배달 했나이다~❤️
체육인 둘과 직장인 하나가 소개되었군요!
이렇게 쟁쟁한 멤버들로 명륜FC가 번창해가는 모습에 살짝 울컥합니다.. 두명 세명이서 공차러가던 때가 떠오르네요.
축구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크건, 그 사람의 외모가 축구에 얼마나 적합하건 뭐가 문제되겠습니까!
모여서 공을 찬다는 것, 개체 각각으로 환원불가능한 의미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ㅎㅎ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진짜 많이 웃었네요ㅋㅋㅋㅋ 읽으니깐 또 축구를 하러 가고 싶구요..! 언능 내일이 오면 좋겠네요! 내일도 즐겁게 축구해요~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웃겨요 ㅋㅋㅋ 저도 운동=산책이라고 믿는 운동의 불모지(?)에서 이렇게 규문쌤들과 축구를 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 명륜 Fc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ㅋㅋ
(문란드, 규레스 베일, 형이어는 진짜 찰떡인듯요?)
'무슨 글을 쓰는 데 그간 볼 수 없었던 초롱초롱한 눈, 생기, 집중력을 보이나 궁금했다', '진정 젊은이의 글이다.' '규문에서 보기 어려운 문체'
제가 들은 갖가지 질문과 평입니다.ㅋㅋㅋㅋ
축구에 진심인 게 느껴지네요, 폐건강을 위해 열심히 축구해야죠.근데 축구선수 누군지 몰라 적어놨다 찾아봤네요ㅜ
FC모임 때 회식 한 번 쏩니다^^ㅎㅎ
저예요! 저!!
규문 청년들을 지지하는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이요!
워낙 지지자들이 많아, 누구신지 모르실라나요?!
규문 청년 지지자들이 많은걸 알고 계실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