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daily rou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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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금 늦은) 5월 선물목록입니다. 어느덧 6월! 이제 제 주방 매니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주방 매니저 겸 공산당 서기장으로서 홈페이지 하단을 장악할 시간도 곧 끝나겠네요. 청지밴드에서 공부하는 텍스트 내용의 영향 탓인지 ‘살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웬델 베리는 살림이란 ‘아껴 쓰고 지키고, 모으고, 오래가게 하고, 보존하는 일’이라고 말하는데요. 주방 매니저를 하면서, 새삼 제가 이런 눈에 띄지 않는 섬세한 보살핌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능력했는지를 깨닫고 있습니다. 아, 나는 사용하고 파괴하고 버릴 줄만 아는 서툰 소비자였구나(새삼스런 자각^^;)!
그리고 동시에 규문의 주방이 크고 작은 살림의 실천들이 모여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지요. 비교적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과도하게 지출하지 않으면서, 때마다 신선한 음식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규문과 관계하고 있는 여러 학인 분들의 보살핌이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고런 것들을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주방 매니저로 일하면서 살림을 주도한다기보다는 살림을 배우고 있는 것 같네요. 아마도 다음번 임기 때는 좀더 잘 할 수 있겠죠...^^?
아무튼, 얼마나 많은 학인 분들이 규문의 살림에 동참하고 계신지는 바로 이 ‘선물목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5월의 주방을 책임진 많은 선물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마이너 세계사와 푸코 세미나에 참여하고 계신 은주샘께서 각종 식재료들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늘 다양한 식재료들을 선물해주시는 은주샘이신데요. 이번에는 신선한 식재료를 선물해주시고자 혜화역 근처 새로운 식료품점을 찾아내시기까지 하셨답니다...! 고등어는 김치와 함께 조리고, 완두콩은 밥 지을 때 넣고, 마늘쫑과 깻잎은 볶아 먹고, 미나리는 전 부쳐 먹고... 은주샘 덕분에 메뉴가 현저히 다양해졌습니다 ㅎㅎ
다음은 저, 규창, 혜원의 이웃이자 낭송&필사 멤버이신 김지현샘께서 멸치, 멸치스낵, 계란, 블루베리를 몇 차례에 걸쳐 선물해주셨습니다. '해멸칩'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과자가 인상 깊더라구요. 저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연구실 식구들의 평이 좋던데요. 담백하다고요. 멸치는 밑반찬으로, 블루베리는 생식인 혜원누나의 새로운 주식으로 잘 소비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 '놀러' 오신 주역팀 두목 호진샘께서 고등어와 토마토, 콩물을 선물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콩물을 그리 자주 접해보지 못했었는데요. 호진샘의 선물 덕분에 걸쭉한 그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규문의 요가 마스터! 만화샘께서 다양한 식재료들을 선물해주셨어요. 규문 식구들의 단백질 & 지방 섭취를 심히 염려하시어 유제품들과 두부, 계란, 메추리 알 등등을 선물해주셨네요. 우유는 (만화샘의 요가 수제자인!) 민호가 잘 먹은 듯하네요 ㅎㅎ
낭송&필사와 푸코 세미나에서 공부하고 계신 미현샘께서 맛난 오이지와 오이 소박이, 그리고 (표지가 예쁜?) 책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오이 소박이가 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오이지는 훈샘과 정옥샘이 합심하시어 맛난 밑반찬으로 재탄생했구요. 종종 선물을 들고 깜짝 방문을 해주시는 미현샘. 다음 서프라이즈 방문을 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크크랩 팀의 정연희샘께서 신선한 갑오징어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신선한 녀석이라 숙회로 먹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양을 불려서) 많은 분들과 나눠 먹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오징어 볶음을 만들었습니다~~ 레시피 찾아가며 여기저기 물어가며 제가 만들어보았는데,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맛이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ㅎㅎ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불교팀의 정혜윤샘께서 국물용 멸치를 선물해주셨어요. 국물용 멸치는 연구실 주방의 감초 같은 녀석이죠. 냉동실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떨어지면 식사준비에 제동이 걸려버리는! 제가 확인해보니 그새 다 써버린 것 같더라구요. 봉지 한 가득 멸치가 얼마나 많은 찌개와 국이 되어 우리를 먹여 살렸을지! 아득하군요 ㅎㅎ
일요 주역과 불교 세미나에서 공부하고 계신 정정랑샘께서 우엉조림과 생선 껍데기 반찬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밑반찬 선물만큼 반가운 것도 없습니다~ 식사 인원은 많은데 뭔가 메뉴가 빈약하게 느껴질 때 이런 밑반찬 한두 가지만 꺼내도 식탁이 풍성해보이거든요! (제가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나요^^?) 달달한 우엉조림이 맛났습니다. 감사해요~
5월 초엔 조금 특별한 손님이 규문을 방문해주셨는데요. 바로 민호의 형님, 형수님이십니다~~ 맛난 딸기와 멜론, 파파야 멜론을 선물해주셨네요. 달콤하고 상콤한 과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또 놀러오세요~ (물론 세미나나 강의를 들으러 오셔도 좋구요^^)
부천의 B움 팀에서 저와 함께 올해 일리치로 글을 쓰고 폴라니, 브로델을 읽고 계신 영아샘께서 나물 반찬과 빵, 열무 김치를 선물해주셨어요. 글쓰기 때문에 종종 연구실을 찾아주셨는데요. 글쓰기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오실 때마다 깨알같이 선물을 챙겨주셨네요. 정옥샘이 극찬하신 열무김치, 정말 맛있었습니다~~
수요 불교철학 세미나에서 공부하고 계신 윤순샘께서 산딸기와 맛나게 구워진 김, 각종 과일과 간식들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윤순샘께선 이번에 청소년 팀 튜터를 맡으시면서 수요일만이 아니라 토요일에도 연구실에 들르시고 계신데요. 윤순샘이 다녀가신 곳에는 견과류가 있다! 라는 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인상인데요 ㅎㅎ 우연인지 이번에도 견과류 선물을 빼놓지 않으셨네요. 새콤한 산딸기와 짭짤한 김이 정말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닷!
수요 불교철학 반장님이신 윤지샘께서 명이나물 무침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나물 알못'인 저는 명이나물을 장아찌로만 접해보았는데, 무침도 괜찮더라고요. 쫄깃한 식감과 된장의 깊은 맛이 적절히 어우러졌습니다. 명이나물을 그냥 선물하면 손질하기 번거로울까 직접 조리해서 주셨다는데, 배려에 감사하면서도 약간의 가책을 느끼게 되네요. 좀더 품이 넓은 주방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채운샘 어머님께서 북어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채로 보관되어 있는데요, 주말즈음 맛난 북엇국 한 번 끓여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일요일 주역과 불교, 수요일 불교철학에서 공부하고 계신 태미샘께서 만두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규문 주방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선물 주실 때 이 점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선물을 해주셨으니 또 어쩔 수 없는 노릇. 육식에 대한 미세한 갈증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규문의 논-비건들이 맛있게 굽고 찌고 국끓여 먹었답니다~~
주방 매니저를 하다보니 들어오는 선물들을 보고 제철음식을 짐작할 수 있게 되는데요. 5월에는 신선한 산나물, 쌈채소 선물이 참 많이 들어왔습니다. 먼저 마이너 세계사에서 공부하고 계신 영님샘께서 선물해주신 각종 쌈채소입니다. 직접 재배하신 것이라 그런지 아~~주 싱싱했습니다. 된장장인 훈샘이 만들어주신 쌈장에 찍어 먹으니 꿀맛이더라고요!
B움팀의 보은샘께서 선물해주신 상추입니다. 사진으로는 실감이 안 되실 수 있겠지만, 꾹꾹 눌러담아 한 박스를 가득 채운 엄청난 양의 상추였습니다! 요놈들도 만만치 않게 싱싱합니다. 버무려 먹고 쌈장이 찍어 먹고 열심히 먹었는데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요 ㅎㅎ 앞으로 한동안은 비타민A와 루테인 걱정은 없겠네요^^;
불교철학 이기웅 선생님께서 선물해주신 모둠 산나물입니다. 이 친구들 역시 까막눈인 제가 보기에도 질이 아주 좋더라고요. 명이나물은 장아찌를 담갔고 나머지는 데치고 무쳐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듣기의 윤리 세미나, 과학만담 세미나 등등에 참여하셨던 정은이샘께서 채운샘 북파티에 참석하시며 선물해주신 스타벅스 커피캡슐입니다. 연구실 카페 사정을 어찌 아셨는지 너무 유용한 선물을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다음은 크크랩에서 공부하고 계신 수니샘께서 선물해주신 향긋한 참기름입니다. 제가 요리하며 사용해본 결과 백설 참기름과는 풍미에서부터 다르더라고요. 나물, 볶음요리, 각종 국 등등 온갖 요리에 요긴히 쓰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역시 크크랩에서 공부하고 계신 경희샘의 계란선물입니다. 규문 주방에 항상 신선한 계란을 공급해주시는 경희샘. 늘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특기인 계란말이를 한동안 멀리했네요. 조만간 실력발휘 한 번 해야겠습니다~
푸코 세미나, B움에서 공부하고 계신 경혜샘께서 보리수 효소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보리수 효소는 처음 맛보았는데요. 쌉싸름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일품이더군요! 선물목록을 쓰는 지금 제가 실시간으로 효소를 끝장내버렸습니다. 맛보지 못하신 분들께는 약간 죄송한 마음이네요^^ (정말 맛있었는데... ㅎㅎㅎ)
지난 5월 중순에는 채운샘의 『예술을 묻다』 출간 기념 북파티가 열렸는데요(벌써 아득하네요.). 채운샘의 출간을 축하드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청소년팀 부모님들께서 보들보들한 기정떡을 보내주셨고요. 크크랩의 인영샘께서는 각종 곡물들이 박혀 있는 달달하고 고소한 떡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파티 선물인데요. B움에서 방울토마토와 참외를, 고통나 팀에서 참외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유독 참외 선물이 많았던 5월이네요. 보내주신 선물들 덕분에 더욱 풍성한 북파티가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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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선물목록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다음 달에 돌아오도록 할게요!
쏜살같이 지나간 5월에 이리도 많은 보시와 사람들이 있었군요. 덕분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계절을 보냈는지 다시 돌아볼 수 있었네요. 확실히 선생님들이 본인 살림인 것처럼 신경 써 주시지 않았다면 저희가 이렇게 풍성한 한 달을 보낼 수도 없었겠죠. 그리고 마트에서 사는 제품과 선생님들이 선물해주신 것도 동일한 품종일 수 있어도 실제로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없었겠죠. 아~주 호식한 한 달이었습니다.
선물들이 들어오면 그 선물에 적합한 자리들이 생깁니다. 그러면 그 선물이 눈에 자주 띄게 되고 혹은 낯선 것이 보이면 누가 주셨는지 물어 알게 되고, 여하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선물들과 친해집니다. 그런데 그 친해짐 때문이었는지 선물목록의 사진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연구실의 한 곳을 차지했던 혹은 차지하고 있는 저 선물들이 더 반갑고 정답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