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 경주 다녀와서 ‘살림 이야기’를 쓰겠다고 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네요. 아주 아득하네요. 전생 같아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 두 달밖에 안 됐나 싶기도 합니다. 음... 그동안 ‘짱’으로서 맡은 바를 잘 해냈냐고 스스로 되짚어 보면, 여전히 어렵고 잘 안 됩니다. 이제 두 달밖에 안 지났다고 하고 싶지만, 수많은 일이 있었던 두 달이나 지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무사히 잘 겪기를 스스로 다독일 뿐입니다. 끙!
사실 올해를 어떻게 보낼지 전전긍긍 애면글면하는 건 저희 모두가 겪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살림 이야기에서는 저희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곡지혈의 뜸자국이 동료의 증표다!
혹시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아직’ 규문이 뭔가 낯설고 어색하다고 느껴지시나요? 그건 단순히 규문과 연을 맺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곡지혈’에 뜸자국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화 <원피스>에는 수많은 악당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 얼굴을 자유자재로 흉내낼 수 있는 적도 있는데요. 그때 주인공들은 왼팔의 ‘X’ 표시를 내밀어서 서로가 동료임을 확인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저희는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서로가 ‘규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공통된 신체적 표시가 생겼습니다. 바로 곡지혈(曲池穴)에 뜸을 뜬 자국이죠.
공부하다 보면 아무래도 건강을 해치기 십상입니다. 거북목이 되고 눈이 침침해지는 것부터 정(精)‧기(氣)‧신(神)의 균형이 깨지고, 오장(五臟)이 더욱 약해집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이래서는 공부를 지속할 수도 없고, 나아가 글을 생산할 수도 없어요...!
따라서 저희는 저희의 몸을 돌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곡지혈에 뜸 뜨는 것은 사실 아주 기초적인 실천입니다. 곡지혈뿐만 아니라 족삼리, 삼음교 여기에 더해 조해혈, 태계혈 등 자신에게 필요한 혈자리를 추가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뜸뜨기만이 아닙니다. 침향을 킁카킁카 흡입하거나 땀을 흘림으로써 기운을 순환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안 한 거나 마찬가지죠. 모여서 향을 맡는 모습이 약간 마약하는 것 같기도... 읍읍..! 그리고 일요 주역과 불교의 완장반장님이신 호진쌤께서 청년들을 긍휼히 여기사 함께 축구를 해주셨건만, 지치고 마셨습니다. ㅠ
저희는 지속 가능한 공부를 목표로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뭔가 컨디션 회복이 잘 안 된다거나 혹은 공부하기 위한 몸이 잘 안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신다면, 저희와 함께하시죠. 무엇이든지 같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일단 곡지에 뜸부터 같이 뜨죠.
매니저가 되고, 튜터가 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토론을 이끌고, 팀의 분위기를 조성할 때는 잘 몰랐죠. 보이지 않는 부단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을요.
올해 연구원들은 각자 하나씩 세미나를 기획하고 매니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리는 족족 모든 세미나가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함께 공부할 사람이 읽어야 진행될 수 있어요. 하지만 ‘때’라는 건 사람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법. 아무리 준비하고 고심해서 올린 세미나도 신청자가 없어서 폐강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작년에도 있었고, 올해는 ‘2022년 인-생 세미나’가 그렇네요. 따흑! 그래도 열심히 기획해서 올렸는데 함께 공부할 사람이 없으면 참 서럽단 말이죠.
다행히 인생 세미나는 민호와 혜원누나가 함께 준비했고, 사람이 오지 않아도 둘이서 일정에 맞게 계속 공부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규문각에 책상 두 개 놓고 마주앉아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왠지 모를 허전함과 적막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2시간 동안 둘이서 오디오가 비지 않게 노력했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저렇게 꿋꿋하게 공부하다 보면 또 모이더라고요. 작년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읽는 ‘나들이 세미나’만 해도 지금 거의 2배 가까이 불어났죠. 역시 다 ‘때’가 있나 봅니다. 저희가 매니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세미나의 ‘때’가 올 때까지 기존의 멤버들과 더 끈끈한 팀워크를 형성하며 공부하는 것입니다. 인생 세미나도 ‘때’가 올 때까지 응원합니다. 언젠가 사람으로 저 어두운 공간을 밝혔으면 좋겠네요! 쌤들께서는 주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시는 걸로 응원해주세요!
또 ‘튜터’ 분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프로그램 공지를 자세히 보시면 작년에 공부하셨던 선생님들께서 튜터로 자리 잡은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인 ‘일요 주역철학’에서는 황리쌤과 정옥쌤께서 빛나는 지성을 발휘하고 계시죠. 4월 11일에 시작될 ‘초심자를 위한 불교 공부 시즌1’에서 윤지쌤, 미영쌤, 경아쌤, 호정쌤께서 튜터로서 그간 절차탁마해온 것을 마음껏 발휘하실 예정입니다. 세미나를 리드하는 튜터가 되려면 적어도 이만큼 노력해야 하나 봅니다. 파이팅입니다!
규문(奎文)이 북적북적해졌으면
사실 이건 지난번에 올린 글과도 연관되는 얘긴데요. 공간은 네트워킹 속에서 활성화됩니다. 저희는 선생님들께서 규문에서 공부를 더 펼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어설프게 살림을 하고, 회의하고 가끔 서로 싸웁니다. 어라? 마지막은 별로 상관없나요?
어쨌든 선생님들께서 오시면 기분이 좋습니다. 확실히 선생님들께서 오시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분위기가 달라요. 누군가 오시면 뭔가 공간 분위기가 좀 더 화사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평소랑 똑같이 책을 읽어도 느낌이 좀 더 다릅니다. 때로는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오히려 아무도 없으면 외롭고 싱숭생숭해집니다. 아아... 외롭습니다...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해요. 그래서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면 고개가 돌아갑니다. 바로 이렇게요.
가끔 책을 읽다가 졸음이 오면 저렇게 서서 읽곤 합니다. 특히 민호가 저 자리의 지분이 높은데요. 규문에 오시면 민호가 자주 저 자리에서 기본형 ‘두 발로 서서 읽기’부터 숙련된 ‘한 발로 서서 읽기’, ‘지압봉 위에 올라 읽기’ 등 다양한 동작들을 선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옆에는 대체로 훈쌤이나 건화형이 있는데요. 언젠가 선생님들께서도 저기서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합니다.
규문각 사서들의 ‘book적boook적’ 이벤트는 사실 연구실이 더 북적북적해졌으면 하는 연구원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세미나가 많이 채워져서 더 많은 선생님들께서 더 자주 오시면, 더 깊은 관계로 규문과 관계를 맺으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기획하고 애교도 부리고 있습니다. 물론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머리가 그리 좋지도 않고, 사근사근하게 다가가서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요즘 중년 여성들의 역량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래도 헛수고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주 오시기를 권유하다 보니 몇몇 선생님께서 실제로 이 공간을 채워주시거든요.
학교 방학 동안 영주쌤께서 연구실에 자주 나오셔서 같이 생활하다시피 지냈습니다. 밥도 같이 준비해주셨어요. 덕분에 방학임에도 북적북적했답니다. 요즘에는 일요일 주역철학에서 공부하시는 만화쌤께서 평일마다 나오고 계십니다. 요가 수행자로서 지난주 금요일에는 저희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기도 했죠.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눌러주세요.
저희는 앞으로도 선생님들께서 규문에서 더 편하고 깊게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바를 다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올린 ‘살림 이야기’도 사실 그런 연장선 위에 있었습니다. 저희의 이야기가 규문에 접속하시는 장벽을 낮췄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노력한 것만큼의 성과가 없더라도 저희는 계속해서 선생님들을 끌어당길 겁니다. 이것도 꽤 재밌더라고요. 각오하세요!
다음은 ‘세미나 이야기’
이미 몇몇 분은 아실 테지만, ‘살림 이야기’로 규문에서 생활하는 연구원들의 얘기를 했으니, 이제 선생님들께서 ‘세미나 이야기’로 본인들의 얘기를 들려주실 차례입니다. 아, 헤러웨이도 읽으셨죠? 실뜨기 기억나시죠? 응답역량을 발휘해주세요.
자유롭게 쓰시면 됩니다. 따로 정해져 있는 형식이나 써야 할 내용은 없어요. 집단 인터뷰를 하셔도 되고, 몇몇 분께서 대표로 팀의 특색을 보여줄 만한 모습이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셔도 됩니다. 다만 4월 첫째 주 월요일인 4일부터 순서대로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건 개별적으로 말씀드릴게요. 부담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이렇게 푸쉬하는 게 ‘짱’의 역할입니다. 후훗. 기대되네요!
제가 너무너무너무 존경하는 글도 잘 쓰시고 청소년 수업도 재밌게 가르쳐 주싲는 규짱쌤 제가 진짜 존경 하고요...그 저는 우정 증표는 없지만 제가 쌤 항상 존경하는 거 아시죠?? *^_^*
이왕 찍히는거 축구하는 모습이 찍혔어야 했는데 ㅋㅋ 그걸 찍으려면 축구하는 인원이 부족하겠죠? 어디 조기 축구회 회원이라도 섭외 해야하나? ㅋㅋ 곤지님아~ 탐분덩이라도 어케 모셔와야 하는거 아닙니까? 운동도 공부의 일환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1인 입니다~^^
다음에는 좀 더 멋진 모습을 찍도록 하겠습니다. 긴박한 와중에 찍으면 좀 더 그 박진감이 전달되겠죠? ㅋㅋ
규문의 [살림 이야기] 넘 재밌게 읽었어요^^ 규짱 글에는 그 특유의 음성 지원이 돼 실감 나게 읽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중년 여성의 역량의 위대함을 알았다니ㅋㅋ 이렇게 환대해 주니 자주 놀러 갈게요~~
'지압봉 위에 올라 읽기'는 제가 개발(?)한 겁니다요 ㅎ 규짱의 글을 읽으니 올해 들어 규문 풍경이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느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