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들’뢰즈 ‘읽’을래요?”
작년 1월 21일 목요일 <차이와 반복>을 찬찬히 읽어가는 ‘나들이 세미나’가 시작됐습니다. 어떤 세미나보다 빠르게 시작했지만, 어떤 세미나보다 길게 1년하고도 하루를 넘긴 1월 22일 토요일에 마무리했죠. 매시간 20쪽 안팎의 분량을 소리 내어 읽고, 알 듯 말 듯 한 구절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가끔 채운쌤의 정리강의에 힘입어 어찌어찌 저희는 <차이와 반복>의 마지막 문장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감동의 여운을 약 2주 동안 느낀 뒤에 들뢰즈의 초기 저작을 읽는 ‘나들이 세미나’ 시즌2가 시작됐습니다. 잠깐 숨만 쉬고 시작해버린 거죠!
하지만 새로 시작한 세미나는 느낌이 또 달랐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죠! 그 전에 읽은 <차이와 반복>보다 아주 약간은 좀 더 친절해진 들뢰즈 때문일 수도 있고(그렇다고 저희가 그만큼 더 명확하게 이해한다는 건 아니지만요^^), 새로 합류한 4분의 뉴페이스 덕일 수도 있고, 신축년에서 임인년으로 넘어간 덕일 수도 있죠. 저 혼자 떠들어봤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어떻게 들뢰즈를 만나고 있는지 한 번 구경해 보시죠!
들뢰즈라는 벼락을 맞아가며 읽고 계시는 나들이팀 멤버들!
"어떤 책은 읽는 내내 모르는 채로 읽어가야 한다. 모르는 채로, 문장이 일으키는 번개를 그대로 맞아가면서 읽어야 한다."
북드라망에서 들뢰즈 저작 소개글 중 일부인데요. 들뢰즈 책들을 읽으며 느끼는 기분이 딱 이런 기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차이와반복> 천천히 읽는 ’나들이 세미나 시즌1‘에 참여하면서 들뢰즈님의 '변태적' 매력에 빠져 시즌2도 함께 하게 되는데요. <차이와 반복>을 아무리 읽어도 이렇게 뭔 말인지 모를 수 있는지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또 뭔지 모르겠는데 가끔 '번개처럼' 마음에 냅다 꽂히는 멋진 말들에 이끌려 어찌 겨우 다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났는데도 들뢰즈님이 꼴도 보기 싫긴커녕 이제 제대로 함 알고 싶단 생각에 들뢰즈님 초기저작부터 읽는 드물고도 귀한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칭 “독수리오형제"에 더해 들뢰즈의 매력에 단단히 빠진 멤버들의 합류로 세미나계의 어벤져스급 구성으로 거듭났는데요.(ㅋㅋ 과장광고) 그렇다고 들뢰즈님에 대해 뭐 딱 정리해서 말할 수 있나? 뭐 꼭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ㅋㅋ) 두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심도 있는 토론이 오가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여차하면 말 순번 못 잡을 정도로 각자 공부하신 것과 아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이리저리 얘기해보면서 들뢰즈님을 이해해보려고 신나게 세미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공부만 하나 싶겠지만 노노! 시즌 중에는 반드시 친목도모를 위한 (진짜 나들이) 야유회 겸 회식도 1회 이상 예정되어 있사오니 들뢰즈님과 뿌옇지만 즐겁게 만나고 싶으신 초심자& 빠순이분들 곧 마감될 시즌2 얼른 신청하셔서 함께 해요!
질문, 대답, 추측, 예시, 감탄 그리고 웃음의 쉼 없는 반복!
앞뒤 스케줄을 재 봐도 각이 안 나왔다. 그래도 무지성으로 신청했다. 들뢰즈가 끌려서, 세미나가 땡겨서, 작년 한해 <차이와 반복>을 읽어낸 샘들에게서 모종의 아우라를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신청해놓고도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근데 됐다. 내가 한 게 아니라, 샘들이 되게 했던 것 같다. 예상대로 꾸역꾸역 한 번 겨우 읽고 허덕허덕 텍스트를 베낀 과제를 해갔지만, 세미나가 시작되면 긴장과 혼란(머리에 쥐나게 하는 텍스트+조급함)이 서서히 녹았다. 먼저 아홉 개의 과제를 돌아가면서 읽는 경험은 굉장한 힘이 되었다. 들뢰즈의 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혼자만 깜깜한 곳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지다! 이것이 일차적 안도감이고, 이차는 나보다 훨씬 더 시간과 공을 들여 읽고 정리해주신 과제의 문장들을 읽으며 어떤 대목이 반복되는지, 어디가 중요하고 어떤 부분이 여전히 어려운지를 공감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안정감이다. 해결은 아니지만 문제가 명료해졌다. 그렇게 머릿속이 촉촉해지면, 이제부터는 쉼 없는 질문, 대답, 추측, 예시, 감탄, 웃음이 반복된다. 공부를 즐기는, 무엇보다도 그 난해함을 즐길 줄 아시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세미나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다. 과장을 보태면, 세미나계의 어벤저스... 같다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벌써 들뢰즈도 만나고 흄도 만났다. 물론 우리 식으로 짜깁기한 것이지만. 앞으로도 기대된다!
아마 들뢰즈 선생님도 모르는 문제 앞에서는 저희와 비슷한 표정이었을 거라고 유추해 봅니다.
우당탕탕 구형제
지난해 다섯 멤버(일명 ‘독수리 오형제)로 시작한 나들이 세미나. 일 년에 걸쳐 <차이와 반복>을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저희 오형제는 괴로움과 기쁨의 탄성을 엄청나게도 내질렀지요.^^ 그리고 올해, 들뢰즈를 더욱 재미있게 읽기 위한 긴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들뢰즈 초기 저작 읽기 시리즈! 올해 나들이 세미나는 들뢰즈의 첫 저작인 <경험주의와 주체성>을 시작으로 <칸트의 비판철학>, <프루스트와 기호들>, <베르그손주의>와 함께 참고도서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갑니다.
그 대망의 첫 시즌, 오형제에서 구형제로 변신한 저희는 우당탕탕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모두가 놀랄 정도의 텐션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며 들뢰즈를 함께 읽는(특히 함께 헤매며 읽는) 즐거움을 흠뻑 느꼈습니다. 그랬던 터라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서 하나같이 기대감에 들떠 있는데요, 물론 홀로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땅이 꺼져라 괴로움의 탄식을 내뱉을 게 너무나 분명하지만, 마구 엉킨 실타래를 함께 풀어가는 즐거움, 희미하고 부옇기만 하던 그림을 함께 생생하게 만드는 커다란 기쁨이 바로 조~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니까요.^--^ 이렇게 나들이 세미나 독수리 형제들은 다음 시즌도, 그 다음 시즌도 신바람나게 세미나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소음투성이 세미나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 번은 정랑 선생님께서 채운 선생님의 스피노자 강의를 듣다가 ‘잡음’이 들린다고 문자를 하셨죠. 그 당시 채운 선생님은 정(貞)방에서 온라인으로 스피노자 강의를 하고 계셨고, 바로 옆 이(利)방에서는 나들이 팀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죠. 아마 저희의 학구열이 벽과 문을 지나 사이재에서 강의를 듣고 계신 선생님들께도 전달된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나들이 팀은 항상 뜨겁습니다. 이 뜨거움은 항상 규정되지 않은 언어, 곧 소음을 동반합니다. 들뢰즈에 따르면, 우리의 알량한 의식으로 규정되지 않는 언어는 모두 일종의 소음과 같은 것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너무 소음투성이여서일까요? 들뢰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가끔은 아니, 약간 자주?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소음이 들뢰즈를 통해 그리고 서로를 통해 각자의 견고한 자의식에 균열을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우야... 그윽한 눈빛이 양조위 급입니다.
들뢰즈와 밀당 중
나들이 세미나는 다양한 사유의 실험(?)과 개념들의 변주를 할 수 있는 매우 지적이면서 활기찬 세미나로 자부하고 있는데요. 물론 밖에서 보기엔 아무말 대잔치가 난무하고, 생뚱맞은 한마디로 파안대소하는 수다 모임으로 보일지라도 말이죠.ㅋㅋ 가까이 다가간 것 같으면 어느새 한발짝 다른 길로 가버린 들뢰즈와 들뢰즈가 사랑한 나머지 출산한 기형적인 아이의 아버지인 철학자들을 만나서 저희들끼리 헤매고 무엇인가 만들어가는 기쁨이 넘 큽니다. 저희도 언젠가는 들뢰즈와의 사이에서 외계인이든 변종이든 뭐라도 낳는 날이 오겠죠? 이 충만한 생성의 길에 동참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나들이 세미나에 접속하세요.^^
다음 학기를 기대하시라!
들뢰즈의 철학은 이쪽 바닥에서 철학 공부하는 동안 언제나 곁에서 함께했던 동반자이면서도 늘 ‘먼 그대’였다. ‘천개의 고원’이나 ‘앙띠 오이디푸스’에 대한 강의를 듣고서는 이걸로 삶의 철학을 삼아 멋진 글도 써보리라 발심을 돋워보기도 했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무너진 적이 몇 번이었나 싶다. 이제 모든 욕심이나 환상 같은 거 버리고, 그에 대한 어떤 어설픈 앎도 모두 비워낸 채로, 그의 초기 철학부터 찬찬히 읽어가고 있는 내 자신이 가끔은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많이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열의 다해 묻고 답하는 동지들이 있어서 매 시간 뭔가로 채워진 느낌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이래저래 바쁜 놈이 이거까지 욕심을 내서 이토록 쫒기듯 사는가 하는 생각에 살짝 후회되지 않은 적도 없진 않지만, 이제 그마저도 서서히 적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흄’에서 이미 뜨거운 맛을 본 바, 이번 학기 주제인 칸트 철학은 또 얼마나 난코스일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걸 경험했으니 이번에도 너끈히, 즐겁게 넘어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지난 학기보다는 좀 더 공부에 힘을 실어보리라는 다짐도 덧붙여 본다(^^).
다음 학기는 깐t깐t한 들뢰즈입니다! 다가오는 27일에 시작하니, 얼른 탑승하세요!
1. 일단, 저것은 임영주의 인생사진!(얼굴 안 나오고, 턱없이 작은 손 때문에 심히 어리게 보이고 등등)
2. 들뢰즈의 저 표정은 나들이 세미나 현장을 목격한다면 지을 법한 표정. 그러나 이내 들뢰즈는 파안대소했을 것임. 왜? 자신의 철학이 그런 식으로(막무가내? 마구잡이?) 유쾌하게 읽히기를 바랐으므로.
3. 고로, 나들이팀은 매우 사랑스러움. 지적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토록 자의식이 없기란 쉽지 않건만!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조금 아는 것이 생기면 지체없이 여기저기에 인용하는, 나들이 팀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이거 진심이라는 거 느껴지시죠?^^)
채운샘 댓글보고 저희가 자의식이 없었다는 걸 이제 알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들뢰즈 글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질문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머리를 맞대며 왁자지껄 할 수 있었겠죠?
혼자였으면 읽다가 포기했을 <경험주의와 주체성>을 매번 기대(?)하며(이번주 세미나에선 어떤 썰들이 나올 것인가?) 읽었고, 모르는데도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있구나를 체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지루하고 뭔가 완고할 거 같은 칸트를 들뢰즈는 어떻게 봤는지, 이 둘을 통해 저흰 또 어떤 얘기들을 만들어나갈지 궁금하네요~~ 나들이 독수리형제들 홧팅!!!
그니까요. 저희가 너무 자의식 없이 굴었나봅니다.ㅋㅋㅋㅋ
어쩌면 들뢰즈라는 벼락에 단단히 중독되어서 그런 건지도요. 자의식이고 뭐고 문장이 일으키는 번개를 어떻게든 더 맞아보려는 마음에...ㅋ
깐t깐t한 들뢰즈의 문장들은 또 어떤 번개를 일으킬지 궁금하네요~ 이번에도 막무가내로 달려보아요, 독수리형제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