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 살림이야기의 '규문각 사서' 담당 혜원입니다. 고문 사서님 호정샘을 모시고 훈샘과 규문각 살림을 맡고 있지요. 어떻게 보면 규문 본관 만큼의 큰 면적의 규문각을 관리할 생각을 하니 '이거 큰일이다!' 싶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 나갈 생각입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 중인 규문각,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2019년, 처음 채운샘께서 규문각을 만들겠다고 하셨을 때만 해도 규모가 이 정도로 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그날이 떠오르네요. 이사 떠난 옆 사무실에서 지잉대는 전기톱 소리와 우당탕 나무 옮기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그 넓은 공간의 절반 이상을 책장이 차지해 버렸습니다. 그러더니 사다리차에 실려오는 그 막대한 양의 책들...'이걸 다 우리가 옮겨야 하는 거겠지?' 눈빛을 교환하던 규문 청년들.
하지만 3년 동안 규문각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세미나실, 그리고 피트니스 센터(?)나 취침실(!)로 많이 이용되었죠. 워낙 책을 찾기 어렵기도 했고 뭘 봐야 하는지도 몰라서 도서관으로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주로 이런 용도로 사용되었던 규문각↑↑↑↑↑
이랬던 규문각이 재편되었습니다. 사서들이 생기고, 서가에 그럴듯한 번호가 붙고, 책들이 종류별로 꽂히기 시작했지요. 물론 아직 길 잃은 책들이 많지만, 계속해서 정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 살림이야기에서는 규문각 재편 과정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책은 무겁다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이 제일 싫어하는 짐이 바로 책이라고 하죠. 부피는 작은데 무게는 엄청난 책이 꽉꽉 차 있는 박스를 들으면 절로 '얽!!'소리가 나지요. 규문각 책들은 이게 정말 일반 가정집에 있던 책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양이 어마어마 했지만, 그래도! 옮겨야 했습니다. 이에 많은 분들이 손을 빌려 주셨습니다. 우리 고문 사서님 호정샘이 솔선해서 나서주셨고, 미연샘, 현지샘이라는 든든한 전문인력을 초빙해 주셨죠. 거기다 규문 청년들, 정옥샘, 그리고 장서 주인 채운샘까지 나서서 책을 정리했습니다.
책을 정리하면서,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 고문 사서님의 조언대로 책의 양을 가늠하고 책장을 미리 정해두었는데, 책을 꽂을 때마다 서가가 모자르거나 남는 겁니다. 이 책들이 나 모르게 새끼를 치나...? 책을 꽂고 나서 이 자리가 아닌가보다~ 하고 다시 꽂고, 자리가 밀려서 다시 뽑아서 꽂고...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팔도 아파오고, 먼지 때문에 목도 막히더군요. 도서관을 정리하려면 무엇보다 책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문자 그대로 뼈져리게 느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희귀한 책도 보고, 책 사이에 끼어 있는 추억^^;;도 훔쳐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 사이에 숨어있는 편지들 제보 받습니다^^).
책은 많다
책을 옮겼다고 끝이 아닙니다. 목록을 만들어야 진짜 '도서관' 다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죠. 이 도서관에 무슨 책이 있는지 알려면 검색 시스템이 있어야겠죠! 아니 근데...이 책들 제목을 어떻게 다 일일이 적고 목록을 만들지...? 야심차게 엑셀 표를 만들고 제목과 저자와 출판사를 써 넣을 준비를 마치고 나니 한숨이 나더군요. 결국, 사서들은, 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의 공유 기능과 핸드폰 카메라의 기능을 믿고! 여기저기 서가 사진과 스프레드 문서를 뿌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노동 착취 현장 아닙니다...모두 기꺼운 마음으로 협력해 주신 분들입니다^^
정말 오만 군데 도움을 요청하고, 실시간으로 완성되어 가는 장서목록을 보니 정말 뿌듯하더군요^^ 규문각 장서 목록 정리에는 총 15명의 선생님, 1명의 선생님 가족분(!)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정리된 장서 수는 무려 6682권. 262칸의 도서목록이 작성되었습니다. 한 칸 당 25권 정도가 꽂혀 있지요. 이렇게 검색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니, 원하시는 책이 있다면 바로 검색하셔서 찾아가시면 됩니다. 가령 어떤 책을 검색했는데 239번이라고 하면 그 칸으로 가시면 되겠죠!
ex) <근대문학의 종언>은 239번 서가에 있고, 분류는 'I5 동양 19c 이후 역사'에 해당됩니다.
역시 도서관 하면 도서분류를 빼놓을 수 없죠!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류한 도서관 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책이 많더군요. 시대별로, 장르별로 구분해 놓았으니 오셔서 직접 확인해 보시고, 대출도 많이 해 가시지요^^
정리된 규문각 장서목록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읽자!
책을 정리하고 리스트까지 만들었으니 이제 이용할 일만 남았겠지요? 규문각 이용 방법과 규문각에서 준비한 코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① 빌려서 읽자!
2022년부터는 규문각에 대출시스템이 도입됩니다. 원하는 책을 3권까지, 2주 동안 빌릴 수 있지요. 방법도 간단합니다. 원하는 책을 고르고, 사서에게 빌려간다 알리고, 대출장부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단, 반납하실 때는 빌려가신 책의 한 구절을 베낀 필사지를 내셔야 합니다. 그 필사지야말로 규문각의 유일한 대출증이라 할 수 있지요.
사실 필사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부담스러워 하실 분이 많을 것 같았고요. 하지만 책을 빌리고, 그 책을 읽은 경험을 함께 나누는 일이 규문각에서 이루어지면 정말 좋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반납도서와 함께 내신 필사지는 일정 기간 동안 규문각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독서의 감동을 함께 나눕시다!
② 더...읽자!
규문각은 기본적으로 규문에서 하는 세미나에 도움이 되는 책들이 모여있는 공간입니다. 1년동안 진행되는 세미나를 중심으로 세미나 추천도서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물론 세미나에서 읽는 책도 적지 않지만, 가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공부하는 데 모자람이 없게, 세미나별로 추천도서를 구비중이니, 오며가며 둘러보세요~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③ 추천도서도 읽자!
도서관을 가면 '북 큐레이션'이라는 코너가 있지요. 사서들이 그 시즌의 이슈, 이용객들의 관심사, 날씨와 온도 습도 등등을 고려해 방대한 장서 가운데 몇 권을 골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사서가 하는 일은 다 해보고 싶었던 규문각 사서들은 냉큼 그 코너를 만들었지요. 추천도서는 매달 1일 공개될 예정입니다. 추천도서를 읽고(꼭 규문각에서 대출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 도서의 필사지를 써 오신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드릴 예정이니 놓치지 마세요~^^
추천도서는 3월부터 공개될 예정입니다. 과연 3월의 주제는 무엇일지, 사진으로 살~짝 힌트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④ 사서 읽자!
도서관 옆 서점...규문각 옆에는 규보문고가 있습니다. 주로 연구실과 연구실 이웃의 책들을 들여놓은 규문 고~유의 서점이지요. 규보문고 역시 규문각 재편과 함께 혁신적인 가격 이벤트로 돌아옵니다. 기존의 도서 10%할인은 물론, 북드라망 신간과 이벤트 도서는 무려 30% 할인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어디 다른 데 가지 마시고 규보문고 이용하세요~
30% 할인되는 신간도서 및 행사 도서는 규문각 '利' 방으로 오시면 비치되어 있습니다.
⑤ 쓰자! 낭송하자!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며 읽는 것도 물론 독서이지만, 좀 더 재밌는 방법으로 읽을 수 있으면 더 좋겠죠? 거기다 글쓰기까지 나아진다면 더 좋고 말이죠! 규문각에서는 활기찬 아침을 위하여, 매일 읽는 습관을 위하여, 그리고 매번 튀어나오는 비문을 잡기 위하여ㅠㅠ '낭송&필사 클럽'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권, 일주일에 두 번, 삼십 분 동안 함께 책을 낭송하고 필사를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한 거죠.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참고해 주세요~ 처음 책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뿜뿜 나게 하는 책과, 읽기만 해도 목소리와 배에 힘이 딱 들어가는 책으로 골랐답니다. 다들...새해 다짐으로 일찍 일어나기 써 두셨잖아요? 함께하시죠^^ (신청댓글 달러가기)
⑥ 정기적으로 읽자!
규문각의 영역은 쎄레노 302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규문 본관에도 규문각 영역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특별히 운영하게 된 정기간행 코너가 그것인데요. 책만 보지 말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도 좀 보라는 관장님의 의지로 설치된 자리입니다. 아쉽게도 대출은 불가합니다. 오며가며 읽어주세요^^
대망의 규문각 재개관식
책을 정리하고, 리스트를 만들고, 대출 시스템을 구축하고...이제 규문각을 정식으로 새로 열겠다는 선포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2월 7일 월요일 오후 5시. 규문각 재개관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관장님 한 말씀, 고문 사서님 말씀이 있었고, 규문각 정리에 특히 도움을 주신 호정샘, 미연샘, 현지샘께 특별 공로상을 전달했지요. 그리고 대망의! 규문각 재개관을 알리는 커팅식을 거행하였습니다.
규문각 장서 분류작업에 발벗고 나서주신 호정샘, 미연샘, 현지샘께 드리는 특별공로상!
재개관식을 했지만 사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당장 큰 일은 장서 각각에 분류 표시를 하는 일입니다. 지금 계획은 라벨 스티커를 만들어서 책등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할까 합니다만, 육천여 권의 책에 그런 표시를 하려면...또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만들어가는 규문각!
이번 재개관에 도움 주신 분들 명단을 공개하며 이번 이야기 마칠까 합니다.
규문각 재개관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이들의 손길과 정성으로 만들어져 우리들의 도서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앞으로 함께 애용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와! 큰 일 마무리 하셨네요!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 있겠지만 찾아보려니 첩첩산중 엄두를 못내겠단 핑계로 안 봤는데 이제 어쩔 수 없이 찾아봐야겠어요.
게다가 알찬 도서관 행사까지! (울 사서샘들 하고 싶은거 다 해ㅋㅋ)
고생 많으셨고 규문각 앞으로 번창하세요!
혜원샘과 여러 규문 멤버들의 정성이 다 녹아있는 규문각이네요. 올해 의무적으로 두 권은 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