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두 번째 주방 이야기가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관심을 ‘확’ 끌 수 있는 컨텐츠로 준비해보았습니다. 그게 머신가 하면, 바로 규문식당의 메인 요리들입니다. 규문에 오시면,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을 찔러대면 맛보실 수 있는
수.준.급.의 요리들이 있습니다. 지난번 주방이야기 ‘렛 미 인트러듀쓰 아워 키친’에서도 짧게 소개시켜드렸다시피, 규문 청년들 각각은 나름의 주특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식당은 저리 가라죠.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죠? ‘그 애의 그 요리만큼은 독보적이다’라는 정보가 이미 음지에서는 돌고 있다는 사실. 아직 모르신다고요? 그럼 한번 여기서 다 뿌려보겠습니다. 규문식당 200% 활용법... 설사 이 찌라시 때문에 청년들이 요리를 더 자주 그리고 많이 하게 된들, 뭐 제 책임은 아니니까요. 군침 돋우는 시그니처 메뉴의 비화 혹은 뒷얘기들을 흘립니다. 물론 레시피는 아닙니다. 그건 그들만이 아는 극비사항이니까요.
비건화는 살아있다, 자기극복의 계란말이!
규문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청년 니체를 만나다>를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없으시겠죠? 그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를 보십시오. ‘계란말이의 장인’이라는 말이 떡 하니 나와 있습니다. 이건 그가 니체를 어떻게 만났는지보다도 더 중요한 정보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연구실에 드나드는 분들 중에 주부경력이 웬만하지 않으신 분들이 없을 텐데, 그분들을 개의치 않고 저 문구를 써넣을 정도면 그 자부심이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대체 그 계란이 어떤 자태로 말려있을 것인지를. 올해로 서른을 맞이한 그가 연구실에서 팬(후라이팬)을 잡은 지도 어언 10년이 되어갑니다. 아직까지도 경쟁자가 없지요. 이건 놀라운 일입니다. 옆에서 몇 번 실패해본 자로서 덧붙이자면, 그가 두 개의 뒤집개를 놀리며 계란을 마는 모습은 몰아 상태입니다. 확실히 글을 쓸 때보다 훨씬 더 총명하며 생생하지요.
하지만 모든 영웅에게는 위기가 있기 마련. 작년 가을 ‘비건’을 선언한 정건화 명인은 그만 뒤집개를 내려놓을 뻔했습니다. 한동안 계란 같은 것에는 손대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비건이라고 해서 계란 요리를 못할 게 뭐냐는 마음을 먹었는지 계란말이를 시도했습니다만, 본인이 오래도록 쉬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만 엄청나게 짠 계란말이를 식탁에 올렸습니다. 동료들은 당황했죠. 물론 본인도 당황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 더 이상 내가 계란말이의 정점에 서 있지 않구나.’라는 자각이 스쳤는지도 모르죠. 그는 계란의 맛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마치 청각을 잃은 작곡가나 시각을 잃은 화가처럼 그는 깜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 사실이 그에게 뒤집개를 놓게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를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저서의 소개란을 지울 수도 없으니까요. 그리하여 그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좌절한 그 자리를 직시하고 거기서부터 나아가기 시작했죠. 마치 니체처럼요! 그보다 한 수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맛을 보아 달라고 부탁할 뿐 아니라 그들의 시도들도 허용했습니다. 어설프고 찢어진 계란말이였을지라도요! 어쨌든 그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 주말 화려하게, 계란 한판을 말아버리면서 말이죠. 자기극복과 승리의 기록을 올립니다.
훗. 다섯 손가락으로 이 깊이를 셈하겠다고? 바다의 아들의 국 요리!
아아, 그는 ‘짱’입니다. 왜 짱인가? 대지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단단한 기골, 넘치는 활(
정)력. 함께 축구를 해보았다면 알 것입니다. 그 깊은 곳에서부터 다져진 탄탄함을. 그 비결은 무엇인가? 나름의 추측이 오갔죠. 꾸준한 운동? 기체조 ‘오금희’와 뜸으로 단련된 양생술? 타고난 근기? 틀리지 않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비합리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이 강인한 강화도의 아들을 만든 것은 어쩌면 깊고 진한 바다의 국물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규짱의 주특기는, 목을 넘기는 순간 ‘하아--’하고 막힌 숨을 터뜨리게 만드는 국물입니다. 곧바로 파도 소리가 귀에 들려옵니다. 물론, 맑은 국물은 아니죠. 마치 그의 고향 강화도 앞바다처럼요. 그러나 진합니다. 미역국을 끓여도, 김치 짜글이를 끓여도 그 깊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거 뭐 넣은 거예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답하지 않습니다. ‘훗’하며 미소를 지어 보일 뿐. 다섯 손가락으로는 그 국물의 원천을 헤아릴 수 없죠. 무슨 말이냐구요? 그 국물에 들어간 다른 엑기스들의 수입니다. 결국 말해버렸군요. 멸치액젓, 참치액젓, 또 다른 액젓... 아아, 그는 진정으로 바다의 아들입니다. 물론 마늘은 기본이지요. 호랑이 기운을 위해섭니다. 미역국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 보시죠. 듬직하죠?
범접을 불허한다 , 겉바속촉 그 이상의 가지튀김
단연코, 제가 먹어본 가지튀김 중 최고입니다. 어쩌면 튀김을 통틀어서 최고일지도. 이태원 어딘가에 이보다 맛있는 가지튀김을 파는 식당이 있다고는 하나, 아직 가보지 못했기에 자웅을 겨뤄보진 못했습니다.
앞의 남정네들이 요리의 ‘욕계’(欲界)에 머물고 있다면 혜원누님은 ‘색계’(色界)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그곳에는 맛과 향 같은 건 없지만, 수준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요즘 배우고 있는 불교 용어를 써 보았습니다. 어쨌든 그렇습니다. 평소 주방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혜원 누나가 가끔씩 본실력을 한번 발휘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이분은 튀김 옷을 만들 줄 알고, 기름을 다룰 줄 알며, 직접 소스를 만들어 낼 줄 압니다. 여느 때처럼 태연하게요. 우물우물, 한 손은 팬과 식기를 다루면서도 다른 손은 부지런히 입을 만족시키죠.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조급해 보이지 않습니다. 능숙하죠. 그 평온함과 고차원적 즐거움 속에서 가지가 요리됩니다. 어린 시절 그 식감 때문에 한 번쯤 싫어해봤을 그 가지가, 놀라울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튀겨집니다.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 된 걸쭉한 반죽을 입고 기름의 온도를 견딘 녀석들이 유혹합니다. 바삭해 보이더라도 우리는 압니다. 베어 무는 순간 촉촉함이 반겨줄 것이란 걸.
참 위대합니다. 저 낮은 팬과, 하이라이트의 약한 열로도 가지를 튀겨낼 수 있다는 것이요. 음식 맛에 대해 전혀 모르고, 혀가 장식품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가 감동할 정도면, 말 다 했다고도 할 수 있죠.
어찌, 기본에 충실하지 아니하시고... 훈샘의 진심 콩 요리!
그러나 이 모든 화려한 요리들을 못마땅하게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었으니, 바로 훈샘의 충실함입니다. 작년 한 해 초대 주방장으로 부임하시면서 훈샘께서는 생활밀착형 요리 기술을 깊이 습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깻잎 순 볶음부터 시금치에 이르기까지 나물류를 평정하셨지만, 훈샘의 진가는 바로 콩에 있습니다.
콩이야말로 한국인의 유구한 지혜를 책임지는 음식이 아니겠습니까. 된장도, 고추장도, 간장도, 두부도 모두 콩에서 나옵니다. 특히 고기를 먹지 않는 연구실에서 콩은 최고의 단백질 보충원이죠. 훈샘은 콩을 다룰 줄 아십니다. 어머니표 특제 된장-청국장을 활용하여 신중하게 끓여낸 된장찌개는 특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표님의 극찬을 받고 있죠. ‘훈이가 끓인 된장국은 유일하게 질리지 않는다!’는 호평은 과장이 아닙니다. 모두가 감격을 하고 말죠. 사람들은 훈샘이 냄비 앞에서 짓는 심오하고도 신중한 표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비록 다른 요리들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안중에 없지만, 어쩌면 그 집중력이야말로 이 구수함의 비결일지도 모릅니다. 된장과 두부 그리고 야채들로 빚어내는 훈제 된장국. 오늘도 먹었지만, 그 녀석과 함께 맞는 아침이 또 기다려지네요.
다음은 콩자반입니다. 이번엔 콩과 간장입니다. 콩과 콩이죠. 온 연구실이 달콤한 간장 내음으로 꽉찰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졸여낸 콩자반은 효자 반찬입니다. 한 냄비 가득 해놓으면 한 달은 넉넉히 먹을 수 있으니까요. 후임 주방장으로서 진심 어린 밑반찬을 만들어 내는 선임의 이런 스킬이 참 부럽습니다. 언제고 든든한 훈샘을 찾겠습니다.
이것으로 규문식당 셰프들의 시그니처 요리들을 살짝 풀어놓아 보았습니다. 어떤가요, 저만 군침이 도나요? 땡기신다면, 방법을 또 살짝 흘리겠습니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와서 드시면 됩니다. 더 적극으로는, 그냥 재료를 들이밀면서 지나가는 청년을 붙들고, 소문 듣고 왔다고 속삭이시면 됩니다. 백수여도 바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마 본인들도 개인적인 자부심들이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아레테’를 발휘할 좋은 기회니까요(글쓰는 것보다 훨씬 쉽고 생각대로 잘 됩니다!).
그럼 주방장은 물러가보겠습니다. 참, 혹시 모르실까봐 덧붙이면, 규문에서의 식사는 무료입니다. 저희는 규모가 크지 않아서 식비를 받지 않고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렇지만 식재료나 반찬 선물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특히 자주 사용되는 두부, 계란, 양파 등이나 제철 나물 등은 여러 요리로 변신해 식탁에 올라가기 때문에 더욱 반갑습니다. 그럼 정말로 물러가 보겠습니다!
일요일 계란말이에 건화샘의 자기극복이 담겨있었군요... 뜻깊은 음식을 먹었네요.. 규짱님의 미역국.... 일욜날 가능할까요? ㅋㅋㅋ 가지 튀김도 땡기는데... 다음에 평일에 놀러갈때(공부하러는 안갑니다. ) 살짝 혜원샘께 부탁해야겠네요...훈샘의 된장국은 예술이지요~ 인정!!! 그나저나 민호샘 생선구이는 어디간거죠???
평일에 공부하러는 안 온다 하셨는데, 축구하러는 오십니까요?
음...축구 한 겜이면 콜! 두 겜이면 고민... 세 겜이면.. 공부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이거 말리는 기분인데...ㅋㅋㅋㅋ 아.. 공부의 경계는 어디인가???
글 한번 맛깔나다. 글 한편 잘 먹었습니다. 민호 주방장님 !
김이 모락모락~~ 글과 사진만으로도 배가 부르네요^^ 눈 호강하고 갑니다~~ 함께 만들고 먹는 시끌벅적한 규문 주방의 음성 지원까지! 오감이 충만한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훈샘의 못마땅함 넘 웃김ㅋㅋㅋㅋ 어제 된장국도 예술이었습니다. 내일도 해주세요~~
우와앙~ 규문의 셰프들 대단하시옵니다! 매일의 집밥 준비에 한숨짓는 저로서는 오... 리스펙 입니당~
옆에서 츄릅하며 진짜 한 수 배워야겠어요~ ^^
주방장님 문장력 대폭발 무슨일ㅋㅋㅋㅋㅋㅋㅋ넘 맛깔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