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daily rou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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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쏜살 같습니다. 결국 제야의 종을 보고 말았습니다!
이제 또 한동안 날짜를 적을 때, 실수로 '2023'이라고 쓰고 직직 그어서 ' 2023 2024'라고 적는 시기가 이어지겠네요.
참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습니다... 라고 진부한 말을 내뱉지 않을 수가 없네요.
지진, 전쟁, 오염수 방류, 폭염, 수해, 팬데믹 해제, 등 사회의 굵직한 사건도 많았습니다만,
연구실 차원에서도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어느 해라고 안그랬겠느냐마는요!).
누군가 들어오고 나가고, 새로운 세미나가 만들어지고 오래된 세미나가 해체되기도 했지요.
새로운 연재가 개시되기도 하고 또 좌초되기도 하고, 북파티, 전시, 송년회 등 이런저런 행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바쁘게 달려갈 땐 몰랐지만 떠올려 보려니 또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지나간 일들은 또 작년으로 휘휘 넘겨두고 이제 또 부지런히 '2024'년에 익숙해져야지 다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쉬워, 매듭까지는 아니어도 왠지 소소한 연말의 장면들을 남겨보고 싶기는 합니다.
12월의 막바지, 한해 프로그램들이 성황리에(?) 마무리지어진 규문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거제도 여행 일지에 이어 규문 송년회 및 겨울연가를 스케치해봅니다!
# 송년회 : 뜨거웠던... '규문오락관'의 기억
어느새인가부터, 규문의 한해 마무리를 책임지는 행사는 학술제에서 송년회로, 그것도 '유쾌한' 송년회로 바뀌었습니다.
"시작과 끝 전부를 웃음으로 채우자!"
이 포부 하나로, 저희는 올 하반기 내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습니다.
(규문홀의 원元방 칠판을 좀 보셨는지요?)
심지어 거제도 여행을 가서도 송년회를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밤샘 회의를 거듭해 퀴즈와 게임을 준비하였습니다. 어디 한 번, 그날의 열기를 살펴보실까요?
두둥! 귝민 MC 규창이 진행을 맡아주었습니다.
좌중을 압도하려면 강력한 목소리가 필요하겠죠?
프로그램은 1. 캐치마인드 퀴즈쇼 2. 우당탕당 팀별 빙고(feat.지성인의 퀴즈를 곁들인) 3. 음식열락 파티타임
그럼 캐치마인드부터 시작합니다!
네, 아주 진지합니다.
다들 새로운 지성을 요구하는 문제 앞에서 당황한 기색입니다.
캐치마인드는 대단한 직관과 언어지능을 요구하는 퀴즈이기에,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쪽 뒤에, 이 광경을 뭔가 질렸다는듯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훈련된 MZ세대도 보이네요.
술렁술렁
답이 공개될수록 정답자도 출제자도 머쓱해지는 상황.
그래도 맞추고 나면 찾아오는 깊은 짜증이 평온함이 있습니다.
맞추신 분들에게는 내적 희열뿐만이 아니라 푸짐한 상품도 전해졌습니다.
그럼 여기서,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하셨던 분들에게도 지적 유희를 즐길 기회를 드리기 위해
출제되었던 전 문항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하셨던 분들은 다시 기억을 떠올리며 즐겨보셔요!
두 번째 타임은 작년에도 열렸었던 팀 퀴즈 빙고대회였습니다.
제비뽑기로 정해진 팀별로 이름을 정하고, 주어진 단어들을 알맞게 배열합니다.
모든 일에서처럼, 배치가 중요합니다.
완성된 빙고판.
이제부터는 엄중하게 출제된 '고품격' 퀴즈를 맞추며, 조별로 칸을 지워갑니다.
주관식, 객관식, 듣기 평가까지 문제의 형식은 다채롭게 출제되었습니다.
일년 간 규문 프로그램 및 후기에 오갔던 단어들, 개념들, 이야기들에 관심만 있었다면 누구나 맞출 수 있습니다!
팀명을 외치며 재빨리 손을 드는 것이 관건이죠!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외침들이 터져 나올 듯합니다...
좌중을 제지하는 귝민 MC.
고뇌에 바진 엘랑비탈팀.
짠~ 최종 완성된 빙고판입니다.
'화르륵' 팀의 반전을 기대했으나, 강팀 '크-나들이' 팀의 우승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훈훈한 마무리~!!
참 이게 뭐라고, 목이 떠나가라 열심히 외치고 퀴즈를 풀었을까요?
에세이를 쓸 때는 나오지 않던 열정이지요.
이렇게 해서 저희는 직관도 얻고, 지혜도 기르고, 웃음도 늘이면서
혹시 유튜브가 뺐어갔을지도 모르는 귀중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역시 인간은 유희하는 존재인가봅니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파티의 사진은 남아 있질 않네요 ㅎㅎ 저희도 너무 즐겼나봐요!
# 신문물 :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신기한 기계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계량만 해서 넣으면 알아서 빵이 만들어지는 기계!
무려 두 시간 반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것을 타이머 삼아서 글을 쓰다보면 고소한 냄새와 함께 어느새 빵이 뙇!
맛은, 훌륭했습니다.
저처럼 빵맛 잘 모르는 사람이 먹어도 따숩고 바삭한 식감은 유럽의 어느 베이커리의 정경을 불러오더라구요(가본 적은 없지만).
참고로 식은 빵도 맛있었습니다.
누구든 재료만 가지고 오셔서 DIY 빵만들기를 시도해보시죠!
#"두유 워너 빌더 스노우맨?" : 짧고도 찬란한 생이여!
눈이 왔습니다...! 금방 갔지만 분명 엄청난 눈이었습니다.
42년만의 서울 최대 적설량이 기록되었다고 하네요.
기온은 영상이었지만 함박눈이 아주 예쁘게 펑펑 쏟아지던 2023년의 마지막 토요일.
니체 강독 강좌가 끝나자마자, 혹은 수업 내내 창밖을 보던 중에,
저희 '유희하는 인간들'의 머릿속을 스쳐간 한 단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눈.사.람(the SNOWMAN)!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고무장갑과 목장갑을 주워끼고 주차장으로 뛰어나간 저희는 마구 눈을 굴렸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눈은 굴리는 대로 뭉쳐졌고, 뭉쳐진 애들을 쌓아 올렸습니다.
올리고 또 올려서 거대한 두 명의 스노우맨이 탄생했습니다!
손에는 이미 감각이 사라졌지만, 눈도 미소만은 얼릴 수 없었습니다.
무려 90분, 광란의 창작을 마치고 기쁨의 사진 한 컷!
내친김에 주차장 제설까지!
예전 군대 생각이 나더라구요.
연구실에 있던 사람들을 다 불러서 다시 기념 촬영도 해봅니다.
그런데... 왠지... 4층짜리 선글라스 스노맨이 조금 삐딱하게 기울어져 보이네요...
만든지 불과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설마...?
아... 아아!!! 이게 뭔가요!!
영광은 짧았습니다.
형태가 있는 모든 것은 부서지기 마련....
높이 오르려는 것은 금방 추락하기 마련....!!
하늘을 향해가던 스노맨의 꿈은 이카루스처럼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저 처참한 잔해가 보이시나요!!
헛되고 헛됨을 깨달은 후
퇴근길에 다시 차분한 마음을 모아 복구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디오니소스와도 같이 다시 태어난 눈사람들은...
해를 넘겨 2024년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스러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실감하고 갑니다.
#창경궁 : 야간 개장은 다시 예술혼을 불어넣고
눈사람 만들기로 혼을 불태운 저희는 함께 외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소화나 시킬 겸 산책을 가다가 그만,
창경궁이 야간 개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슥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습니다.
엄청난 눈 카펫과 함께... 눈을 보는 순간 다시 창작의 열기가 끓어올랐습니다...!
빛 좋은 곳에 터를 잡고
몸통을 올리자...
손 시림을 호소했던 이들이 모두 너나 할 것없이 모여들어
귀를 붙이고, 코를 붙이고, 눈을 붙이고.... 뭔가를 만들어냅니다!
짜잔!!! 눈곰돌이-사람의 탄생!!
창경궁 한 가운데에 아주 안정적인 삼층 눈사람이 우뚝 섰습니다!!
귀엽고 이쁘고 늠름하기까지 하네요!
창경궁 호숫가에서 역군들의 듬직한 모습들을 남깁니다.
#그리고 공부는 계속된다...
네, 저희가 놀지만은 않습니다.
방학에도 본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요.
갑진년의 운세와 처방(=공부 열심히하기)을 들으며 난처함 설렘을 가득 느끼는 모습!
새해 첫 날, <대학>을 읽으며 배움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규문은 방학 내내 열려 있고 언제나 맛있는 밥이 준비되고 있으니,
한적한 겨울 공부방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대환영입니다!
2023 한 해도 감사했습니다.
2024년도 복 많이 지으시고, 웃으며 함께 공부해보아요!!
오전에 니체를 배부르게 읽고, 오후에 눈사람을 만들고, 함께 둘러앉아 배부르게 밥을 먹고, 저녁에 또다시 눈사람을 만드는 삶이라니! 단언컨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나이다. (이것이야말로 맑스가 말한, 자유로운 공산사회의 삶?^^)
명륜동 주차장 눈.사.람(SNOWMAN)은 놀랍게도 아직 살아있음! 창경궁 눈.곰.돌.이(SNOWBEAR)는 생사 확인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