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는 남겨진 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는 연구자들에게 협력하면서, 소를 살려 소의 힘을 빌림으로써 고향의 대지를 황폐화로부터 지켜내려 하고 있다. 요시자와 또한 소와 함께 피폭의 산증인으로서, 마을을 붕괴시키고 자신들의 생활을 빼앗고 사람들 사이를 단절시킨 원전 사고의 가혹함과 불합리함에 대해 계속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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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의 처리에 관해서는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가동하지 않는 것밖에 현실적인 답은 없다. 그러나 흙과 대지에는 방사능의 시간을 대치할 만한 다양한 시간이 있다는 것만큼은 잊고 싶지 않다.
예를 들면, 떨어진 씨가 열매를 맺는 시간. 바람이 날린 풀의 씨앗도, 사람이 뿌린 보리의 씨앗도, 다람쥐가 묻은 도토리도, 땅에 떨어진 한 알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오마루 공동 목장 주변의 야산에는 지진 전과 마찬가지로 가을에는 무수한 도토리가 열매를 맺고, 소들의 발밑에도 굴러다니고 있다. 목장 옆 감나무 아래에는 빨갛게 익은 감을 소가 올려다보고 있다. 흙이 키운 풀과 곡물은 소를 기르며 소는 또다시 자기 배설물로 흙을 기름지게 하고 풀과 곡물을 키워간다."
- 신나미 교스케, <소와 흙>, 글항아리, 311~313쪽